[사설] 로스쿨 시험과 채점 관리에 더욱 엄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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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스쿨 시험과 채점 관리에 더욱 엄정해야
  • 법률저널
  • 승인 2014.06.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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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세대 로스쿨의 한 학생이 교수 연구실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험문제를 빼돌렸다가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또다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예비 법조인들의 도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세대 로스쿨생 A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한 인재로 알려졌다. 그는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밤에 교수 연구실에 몰래 들어가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고 시험지를 빼내려다 적발되는 등 4차례에 걸쳐 교수들의 PC를 해킹한 혐의로 기소됐다. 학기당 네 과목을 수강한 A씨는 해킹 외에도 교수 컴퓨터에서 시험지 파일을 이동식저장장치(USB)에 몰래 저장해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1학기 중간·기말고사와 2학기 중간고사까지 사실상 전 과목 시험지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시험 과목마다 ‘완벽에 가까운 답안’을 낸 덕분에 1학기에 전 과목 4.3 만점을 받아 장학금까지 받은 우수 학생이자 예비 법조인이었지만 작년 말 범행 전모가 드러나 영구 제적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최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결국 수사와 형사처벌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담당 판사는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성적평가에 불신을 가져왔고, 해킹 프로그램까지 설치해 시험 문제를 이메일로 전송하는 등 범행 수법이 대담하고 계획적이어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또 “시험문제를 개인적으로 확보해 공정한 시험의 격차를 훼손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줬다”고 말했다.

이번엔 서울대 로스쿨 재학생이 중간고사 과정에서 부정행위를 하다 적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18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서울대 로스쿨 중간고사 부정행위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올해 로스쿨에 입학한 신입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오늘 시험 도중 공공연하게 부정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다른 커뮤니티에도 증언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여서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시험 시작 전 문제지를 뒤집어보거나 미리 나눠준 종이에 시험에 나올 내용을 적어놓는가 하면, 시험 중에 대놓고 참고자료를 보는 사람이 있는데도 조교가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 등 부정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로스쿨에서의 부정행위가 드러난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다. 지난해 서울소재 모 로스쿨에서도 기말시험의 부정행위가 이루어졌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는 “시험을 시작하고 답지를 뒤로 넘기는데 본인 것은 받지 않고 그냥 넘기었다”면서 “그 학생은 준비해왔던 답지가 따로 있었고, 준비해왔던 답지 뒷면에 적어둔 커닝페이퍼를 보고 다시 앞면에 답안을 작성하는 식으로 부정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런 부정행위에 대해 학교에서 별일 아닌 듯 그냥 넘기려 한다”고 지적했다. 담당 교수나 조교도 제재를 취하거나 대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학교의 명예를 위해 부정행위의 사실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덮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시험 부정행위는 어떤 형태로든 용납될 성질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부정행위가 빈발하고 있는 이유를 학생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지나친 ‘학점 경쟁’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가당치도 않다. 수백대의 경쟁률에 달하는 공무원시험에서는 다른 수험생의 답안지를 보거나 부정한 자료를 가지고 있거나 이용할 경우 그 시험을 정지 또는 무효로 하거나 합격을 취소하고, 그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5년간 공무원시험의 응시자격까지 박탈하고 있다. 변호사시험의 점수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로스쿨 학점이 로펌 취업이나 검사나 로클럭 임용에 절대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시험에서부터 채점까지 더욱 엄정하게 관리돼야 한다. 특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의 경우 조교의 의한 시험감독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로스쿨 시험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쌓지 못하면 결국 로스쿨 시스템에 의한 법조인 양성제도는 존폐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교육부와 로스쿨은 하루빨리 부정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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