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마피아와 불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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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마피아와 불신 (2)
  • 신희섭
  • 승인 2014.06.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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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부불신과 관련해서 이번 시간에는 불신과 부패의 문제를 다룬다. 현재와 같지는 않지만 2008년에도 신뢰부재의 문제를 정치사상적으로 다룬 적이 있다. 과거이론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여전히 너무나도 많이 있다는 점에서 과거에 만든 글이지만 다시 소개한다.

지난 시간에는 불신이라는 문제를 통해서 부패라는 주제를 살펴보았다. 부패의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이거나 현재만의 문제인 것은 아니다. 부패는 고대 그리스시대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도 문제가 되었던 인류의 일상적인 모습이다. 부패는 어쩌면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때 늘 부딪치는 문제일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정치학이라는 학문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부패-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것들을 아울러서 표현하자면-와 부조리의 문제를 다루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부패에 대해 고민했던 과거 이론가들을 살펴보자. 그리스 시대의 플라톤은 아테네의 쇠락을 아테네인들이 가졌던 시민적 덕성이 붕괴하면서 개인들이 가지는 이익의 추구로 인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전쟁으로 인해 약화되던 아테네의 신분적 질서 속에서 아테네인들이 부를 추구하는 것이 아테네인들을 사악하게 만든다고 보았다. 따라서 플라톤은 도시국가내의 계급이 자신의 직분에 맞추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방안과 사적인 지도자층에서 이해관계를 가지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각각 제시하였다. 영혼 3분설에 따라 영혼이 이성과 용기와 욕망으로 구성된 것처럼 인간의 사회 역시 이성을 통해 지배하는 지도자와 용기를 통해 국가를 보위하는 군인과 사적인 욕구를 충족하는 평민이라는 계급으로 나뉜다고 보았다. 이들은 각자의 직분에 적합한 일을 함으로서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정의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편 플라톤은 지배층의 세속화와 그로 인한 공적 질서의 붕괴에 대해 내린 또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이것은 가족 공유제와 같은 공산주의적 방식이었다. 그 당시 아테네는 상속제도로 인해서 자식세대에게 더 많은 재산을 상속하게 하기 위한 욕심들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적 재산의 탐닉은 공동체 전체를 위한 사고와 공적가치보다는 자신의 이득을 어떻게 극대화 할 것인가와 사적가치에 대해 아테네인들을 내몰았다. 따라서 플라톤은 지배계급에서 자식과 부인을 공유하는 가족 제도의 공유화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자식과 가족에 대한 지나친 몰두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지배자들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여 부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적인 이익의 근원인 가족제도를 공유제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플라톤만이 부패문제를 고민한 것은 아니다. 부패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한 서양 정치이론가로 우리는 마키아벨리를 들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1469년 5월 3일에 태어나서 1527년 6월 21일에 사망했다. 그가 살던 당시 이태리는 성장해가는 영국과 프랑스와 같은 국가들에 뒤쳐져 2등 국가로 전락하고 있었다. 또한 도시국가들로 나뉘어져 서로 다투고 있었기 때문에 이태리는 과거 로마시대처럼 국가의 국력을 증대하는 것이 요원했다.

마키아벨리는 당시 이태리의 상황을 운명의 여신(Fortuna)의 변덕 아래에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약소국은 국제환경의 변화에 휩쓸려가며 이러한 변화는 마치 여인의 변덕과 같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운명의 여신이 부리는 급작스런 변덕으로부터 이태리를 통일 시키고 다시 과거처럼 부강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주(prince)’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남성적인 미덕(Virtu)을 갖춘 강력한 군주를 위해 『군주론』이라는 책까지 썼다. 그는 당시 이태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부패와 종교의 문제로부터 정치가 얼마나 필요한가를 강변하였지만 그런 이태리가 통일되는데 까지는 30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부패에 대한 고려는 서양의 이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동양의 유교이론 역시 “어떤 질서를 형성하여 인간을 부패로부터 안전하게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해왔다. 유교의 사고방식은 개인의 윤리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 사고방식의 기원은 국가와 사회 건설에 있다. 따라서 개인들이 빠지기 쉬운 자기이익의 추구와 이를 넘어서는 사적인 이익의 부정적 취득은 궁극적으로 다른 인간 역시 오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부패는 개인의 문제에서 출발하지만 실제로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여 사회를 서서히 갉아먹고 결국은 사회의 뿌리를 드러내버리는 사회적인 문제인 것이다. 그런 논리로 유교에서 부패는 사회적 문제로서 처벌 될 뿐 아니라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도 처벌을 받게 된다.

마르크스의 사회주의와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가지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부패 문제에 얼마나 강력하게 대응하는지를 살펴보면 왜 유교가 부패의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유추가 가능하다. 은나라와 주나라를 거쳐 제국인 진나라를 구축한 중국적 관점에서도 천하질서인 제국이라고 하는 거대한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은 그 당시에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따라서 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은 그 당시의 시간적 공간적 규모로 볼 때 단지 제도와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인 것이다. 통치자들은 백성들 사고의 통제 장치로서 이념이 필요했고 유교라는 정치이론이자 도덕이론이 그 자리를 잡은 것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강조하는 개인과 사회에 대한 윤리적 규범을 통한 이념적 강제와 호소가 없이 과연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국을 부패로부터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었을까? 지금 중국 공산당의 고민 역시 과연 일당독재의 절대 권력인 공산당이 과연 부패로부터 어떻게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와 같다.

현대에 들어와서 부패는 더욱 정교한 관점에서 설명되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철학적인 기반 하에 설명하거나 윤리적인 호소를 하던 것에서 현대 과학적입장의 학문적 경향은 지표와 지수를 통해 좀 더 객관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부패감시 역할을 수행하는 국제 민간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매해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발표한다. 이 지수는 국제투명성기구(TI)를 비롯하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 등 12개 국제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취합해 산출한다. 이 설문조사에선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각국 기업인과 국가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정치인, 고위 공직자에 대한 뇌물 공여가 얼마나 빈번한가?' 등 각국의 정치인과 공무원 등의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을 물어보고 이를 계량화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이 지표를 통해 서열화가 된 한국의 순위를 우리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 외에 정치문화론을 통해서 부패 문제를 접근하고 이에 대한 처방을 내리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사회학에서 빌려온 ‘사회적 자본이론(social capital)’을 발전시키고 여기서 더 나가 ‘신뢰’(trust)의 문제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계량화를 통한 발전이 있다. 신뢰라고 하는 자본이 있을 때 사회내의 경제운영 뿐 아니라 정치적 운영에도 비용이 적게 들고 ‘교량형자본’등을 이용하여 사회적인 연대와 유대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 요지이다.

지금까지 부패와 신뢰에 대해 여러 접근이 있었다는 점을 보았다. 정치사상적 접근을 통해서 인간 본성으로 접근하거나 심리학을 통한 심리적 접근을 하거나 아니면 정치 문화로 눈높이를 키워서 사회문제로 접근을 하거나 제도의 문제를 통한 설명방식을 택하거나 계량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다양한 접근이 있다는 것은 모든 설명들이 일정부분의 설득력은 있지만 본질을 드러내는 완전한 답을 구하기는 어렵다는 반증이다. 그런 점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은 인간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시지프스의 형벌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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