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고시 최연소 인터뷰>한 번만 더 보면 합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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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고시 최연소 인터뷰>한 번만 더 보면 합격이 보인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5.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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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자 김정환씨 인터뷰

처음 목표를 정하고 공부를 시작할 때는 ‘도전’이라는 이름에 따라오는 의욕이 넘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물론 어렵지만 또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이 ‘합격’이라는 당면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 제30회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자 김정환씨
공부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처음에 굳건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작은 일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치는 순간이 온다. 간신히 마음을 다독이며 억지로 책을 잡아도 글자가 머릿속에 도무지 들어오지 않는다.

이같은 순간을 몇 번이고 이겨내야 하는 것이 수험생들의 숙명이다. 파도가 하나 지나가면 다음 파도가 오듯이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합격이 보인다.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제30회 입법고시 최연소 합격자 김정환(만 20세, 남, 서울대 경영학과)씨에게 최연소로 합격하게 된 소감을 묻자 “지난해부터 시작해서 올해 입법고시 1차, 2차, 면접시험을 모두 치르기까지의 세월이 하루 동안 쭉 스쳐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일하는 것이 개인적인 성향에 맞는다고는 생각했지만 입법고시의 경쟁이 워낙에 치열한 터라 직접적인 목표로 삼지는 못했다”며 “예기치 못한 선물을 받은 기쁨”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모든 고시가 다 어렵지만 그중에서도 바늘구멍이라고 정평이 나 있는 입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한 김씨도 이같은 어려움을 뚫고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마음을 다스렸기에 이렇게 이른 나이에 입법고시 합격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는지 그에게 물어봤다.

“입법고시 PSAT, 전략적으로 접근”

처음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12년 6월이었지만 본격적인 수험준비는 지난해 1월부터였다.

공직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바엔 일단 한 번 공부해보자’는 마음을 먹고 PSAT를 조금씩 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본격적인 수험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학교 수업에서 최대한 고시와 관련이 있는 과목 위주로 수강을 했다. 2학기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모든 수업을 오전으로 몰아 넣고 점심시간 이후로는 고시 공부에 전념했다. 올해는 휴학을 결심했기에 학기가 끝난 후에는 하루 종일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입법고시는 PSAT가 5급 공채 등 다른 시험에 비해 유난히 어렵게 출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의 경우 과락만 면하면 합격하는 수준의 높은 난이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어렵기로 소문난 입법고시 PSAT에 합격하기 위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궁금했다.

김씨는 “처음 PSAT 문제를 풀기 시작할 때는 전 영역에서 커트라인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얻었지만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풀다보니 점수가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료해석은 입법고시 PSAT 이론 공부를 하면서 점수가 많이 올랐다.

입법고시 PSAT을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입법고시 PSAT의 높은 난이도는 김씨에게도 마찬가지로 높은 벽이었다. 그는 “입법고시 PSAT는 난이도가 행시보다 훨씬 높아서 자료, 상황 모두 처음에는 반타작 정도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인 선택이 불가피했다. 상황은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 일단은 자료에 집중했다.

PSAT 연습책을 구해 풀고 기출문제 해설을 꼼꼼히 읽으며 몇 개의 수리 연산 법칙, 분수비교 요령,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함정을 배우고 나니 요령이 점점 쌓이기 시작했다.

1월에 들어서는 매일 오전시간 동안만 언어, 자료, 상황 중 두 과목을 골라 모의고사를 치르고 해설을 푸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고 시험을 2주 앞두고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4시까지 세 과목을 모두 다 치르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그를 가장 괴롭혔던 과목은 상황판단영역이었다. 그래서 상황판단은 강사의 책과 실전모의고사를 반복해서 푸는 것으로 대체하고 자료해석의 성적을 올려 부족한 상황판단 점수를 메우는 방식을 택했다.

이같은 전략은 실전에서 그대로 들어맞았다. 김씨는 “이번 입시 PSAT에서 자료 점수가 그나마 높아서 상황판단의 낮은 점수를 메운 덕분에 합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언어는 한 번 쭉 훑는다는 느낌으로 지문을 읽는 방법을 익혔다. 어릴 때부터 머릿속으로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이 있었던 터라 속독이 어려웠기 때문. 입법고시 언어의 경우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부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고려됐다.

“반복 또 반복, 2차 합격의 키워드”

2차시험 준비는 학교 수업과 학원 강의를 모두 활용했다. 경제학은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강의를 들으며 시작했다. 이어 2학기에는 저녁 공부시간에 틈틈히 강사의 트리니티를 반복해서 읽었고 이후 미·거시경제의 zip을 반복해 읽으며 암기했다.

모의고사는 점수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답을 맞췄는지, 정확한 과정으로 답을 도출했는지를 점검하는 용도로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모의고사 점수가 나쁜 날은 공부가 잘 되지 않아 속상했던 적도 많았다”며 많은 수험생들이 겪는 감정을 대변했다.

재정학은 학교수업을 잘 활용한 과목인다. 지난해 1학기때 재정학 수업을 들으며 교과서를 정리, 요약하고 반복해서 읽었다. 연습문제도 두 세번씩 풀면서 거의 책 전체를 외우다시피 공부했다.

이후 모 강사의 재정학 1순환 인터넷 강의를 두 배속으로 들으면서 지방재정과 관련된 이슈나 부가적인 이론, 내용을 정리한 교과서에 추가해서 외웠다.

김씨는 “논점끼리 관련돼 있는 경우도 많고 대충 외워서는 짧은 답안 작성 시간 내에 모든 연결된 논점을 빠짐없이 쓰기가 어려운 것 같다”며 “재정학은 교과서 하나를 택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행정법은 그가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과목 중 하나다. 생소한 법과목인데다 행정을 규율하는 내용이었기 때문. 행정법은 지난해 1월 인터넷 강의로 듣기 시작했다.

그는 “복습을 하지 않고 강의만 듣는 방식으로 공부한 터라 기억에 남는 것이 많지는 않았지만 이후 3월부터는 다짜고짜 교수의 사례집을 읽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생각보다 내용이 많았고 답안은 작성하지 않더라도 각 문제마다 개요라도 잡아가면서 공부를 했기에 한 학기 내내 두 번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바로 배운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표현을 익힌다는 느낌으로 읽기를 계속했다.

여름방학 때부터는 강사의 1순환 강의를 들으며 행정법의 토대를 만들어나갔다. 또 워크북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하기도 하고 생소한 쟁송법만 따로 반복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다. 3순환은 올해 4월부터 시작했다.

시험일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이 급해져 하루 동안 30회의 강의를 아침 일찍부터 새벽까지 몰아서 듣기도 했다. 김씨는 “절대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시험을 보러 가기 전에 3순환을 들었다는 자신감이라도 갖자는 생각으로 새로운 정보나 논리구조, 판례표현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외웠다”고 설명했다.

행정학은 1년 4개월의 수험기간 내내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을 잡기 어려운 과목이었다. 실무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론으로 메운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의 보다 재밌는 행정학 책을 읽는 것에 더 의미를 뒀다. “행정학 책만큼은 정말 한 번 더 읽는 것이 고역일 정도록 반복해서 읽었다”니 그의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만 하다.

가장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은 올해 1월 경으로 합격한 선배로부터 받은 재밌는 행정학 요약자료를 중심으로 책을 살펴보면서 암기가 취약한 부분을 위주로 강도 높게 외웠다.

3월에 입법고시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3순환 강의를 듣지 못해 불안했지만 2012년과 2013년 3순환 자료를 시사나 주요 이론 위주로 암기하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통계학은 학부 수업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과목이다. 2012년 1학년 2학기 때 수업을 통해 일반통계책으로 공부하면서 고시 통계학 전반의 내용을 훑은 셈이 됐다.

2학년 1학기 때는 경제통계학을 수강했는데 이 때 배웠던 확률 쪽 심화 이론이나 개념도 도움이 됐다. 덕분에 고고씽 통계학을 무리없이 이해하며 독학할 수 있었다고. 주로 시간이 남거나 이론파트 공부가 잘 안될 때 고고씽 통계학을 봤다.

다음에는 기출문제집을 구해 두세 번 정도 풀어보면서 반드시 써야 하는 전세, 서술 시 유의사항을 위주로 익혔다.

“답안 작성 요령이 합격의 비법”

김씨는 합격의 비법에 대해 ‘답안 작성 요령’에 있다고 말했다. 민사고 출신인 김씨는 대부분의 과목에서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배웠다. 이같은 훈련이 합격에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그는 답안을 작성하는 데 있어 문제 해결의 적극적인 의지나 논리 구성에서의 치밀함을 보이도록 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

과목별로는 행정학의 경우 논의의 전제, 다음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 문제에서 요구한 접근방법의 타당성 등을 검증하는 목차만을 간단히 넣어주어도 답안에 고민의 흔적이 잘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행정법은 판례의 논리구조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썼다. 예를 들어 재량행위에서 재량의 일탈, 남용을 위법사유로 검토할 때, 재량행위와 기속행위의 사법심사 방식의 차이를 기술한 판례의 문구를 옮겨주면 논리성이 좀 더 강조될 수 있다는 것.

답안을 차별화하기 위해 남들이 다 쓰는 것은 키워드 위주로 좀 더 간략히 적고, 남은 분량은 논리적 연결 문장이나 사례로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답안을 작성했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은 2차시험 결과 발표 당일 스터디를 결성하고 다음날부터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준비 기간이 짧은 만큼 논리성을 키우기 보다 시사 이슈를 정리하고 웃으면서 말하기, 손 움직이지 않기, 시선 처리하기 등의 기술적인 사항을 위주로 연습했다.

실제 면접에서도 당황하거나 떨지 않고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스터디원들이 알고 있는 사무관들을 초청해 좀 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일주일 동안 같이 자료도 나누고 토론도 하면서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생활의 싸이클을 흩트리지 말아야”

수험생활에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부은 생활의 싸이클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공부하고 식사하고 잠을 자는 것이 수험생활의 왕도이자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많은 수험생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다.

김씨는 “아침에 한 번 늦게 일어나면 그 후로 며칠 동안은 공부 습관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 한 번 형성된 싸이클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다만 공부가 안되거나 기분이 우울할 때는 집 근처의 관악산에 올라가곤 했다.

수험생활 중 가장 김씨를 힘들게 했던 것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기적으로 요구만 하는 위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스스로를 용납하는 것이 가장 괴로웠다고.

이같은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였을 때, 혹은 공부가 너무 안되는 날에는 계속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것 보다 집에 가서 쉬는 쪽을 택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만 공부하면서 지내다 보면 다시 기분도 풀리고 할 용기도 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일단 쉬기로 결정했다면 ‘나는 왜 공부를 안하고 쉬고만 있지’와 같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긴 수험 레이스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직 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정환씨,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그는 입법부 사무관으로서 보다 나은 입법과 행정을 위해 이바지할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앞으로 남은 대학교 2년의 공부기간 동안, 계량 과목이나 사회 현상의 연구방법론과 관련된 과목을 공부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과 같은 꿈을 꾸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수험생들을 향해 김씨는 ‘한번 만 더’를 강조했다. 그는 “실력은 안 느는 것 같은데 시간만 흐른다는 느낌을 받을 때, 학원 모의고사 점수까지 안 나오면 속상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럴 때마다 ‘한 번만 더 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수험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만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다는 그 답게 감사 인사도 특별했다.

김씨는 “감사드릴 분이 너무 많아서 여기에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고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에 대한 인사만큼은 남기지 않을 수 없었던 듯 “부모님께서 수험생활에서 힘들 때 가장 많이 달래주시고 북돋아 주셨다”며 가장 큰 감사를 전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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