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상반기 중요판례-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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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도 상반기 중요판례-헌법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8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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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근
춘추관·엘이씨법학원 헌법 담당

▶지난호에 이어


Ⅲ. 법 제84조의 위헌 여부

1. 정치적 표현의 자유의 침해 여부


(3) 명확성의 원칙 위배여부

법 제84조 단서에서는 후보자의 당원경력의 표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당원경력의 표시는 사실상 정당표방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 통상적이다. 실제로 중앙당에서 당해 선거구의 내부경선을 거치는 등으로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를 확정한 다음 그에게 일률적으로 그 선거구의 ‘지방자치위원장’ 등 통일적인 당직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후보자를 사실상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의 소위 ‘내천’이 있었던 경우에 그 특정 당직을 부각시키는 행위를 단순히 정당의 당원경력을 표시한 데 불과한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정당으로부터의 지지·추천 받음을 표방한 것으로 볼 것인지 문제된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당원경력의 표시로 볼 경우에는 법 제84조 본문의 취지가 몰각될 것이고, 정당표방으로 볼 경우에는 법 제84조 단서의 취지가 몰각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쪽도 만족스러운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이처럼 위 조항은 본문과 단서가 서로 중첩되는 규율영역을 가짐으로 말미암아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로 하여금 선거운동 과정에서 소속 정당에 관한 정보를 어느 만큼 표방해도 좋은지 예측하기 힘들게 하고 국가형벌권의 자의적 행사의 빌미마저 제공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2. 평등원칙의 위배 여부

법 제84조는 4대 지방선거 중 유독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만 그 후보자에 대해 정당표방을 못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위 조항의 의미와 목적이 정당의 영향을 배제하고 인물 본위의 선거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지방분권 및 지방의 자율성을 확립시키겠다는 것이라면, 이는 기초의회의원선거뿐만 아니라 광역의회의원선거, 광역자치단체장선거 및 기초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함께 통용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초의회의원선거를 그 외의 지방선거와 다르게 취급을 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점이 있는가를 볼 때 그러한 차별성을 발견할 수 없다. 우선,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를 나누어 법적으로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은, 광역과 기초의 차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의 차이에 불과할 뿐, 지방분권이라는 자치기능에 있어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초자치단체장선거의 경우와는 달리 기초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만 정당의 영향을 배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보아야 한다. 오히려, 기초자치단체의 기관 중에서 구태여 정당의 영향을 배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곳이 있다면 그것은 기초의회보다는 집행업무를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장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위 조항은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유독 기초의회의원 후보자만을 다른 지방선거의 후보자에 비해 불리하게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3. 소결

법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은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


Ⅳ. 결 론

따라서 법 제47조 제1항에 관한 위헌여부심판제청은 각하하고, 제84조 중 “자치구·시·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에 대하여는 위헌선언을 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와는 달리 법 제84조 중 “자치구 · 시 · 군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재 1999. 11. 25. 99헌바28 결정은 이 결정의 견해와 저촉되는 한도 내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경일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경일의 반대의견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정치현실 및 정당운영의 비민주성, 지연·혈연·학연이 좌우하는 선거풍토와 그 위에 지방자치를 실시한 경험이 일천(日淺)하다는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그 밖의 공직선거와 마찬가지로 기초의회의원선거에도 정당추천후보자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정당은 후보자의 당락뿐만 아니라 선출된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쳐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기초의회를 형해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초의회의 구성은 범국가적인 정당의 정강·정책 등 정치색을 띄는 정당추천후보자보다 가능한 한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유능하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뽑는 것이 권력분립과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초의회의 구성 및 활동에 정당의 영향이 배제된 지역실정에 맞는 순수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법 제84조는 헌법이 추구하는 지방자치의 제도적 보장에 필요불가결한 조항이고, 따라서 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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