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소송법 산책]기판력의 본질과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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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법 산책]기판력의 본질과 작용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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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법 산책』 연재를 시작하며

김경민
변호사-춘추관 민소법 담당

개인적으로 산책을 좋아합니다. 육체건강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상에서 책만 들여다보지 말고 가까운 곳을 거닐면서 가볍게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훌륭한 공부방법입니다. 앞으로 이 연재를 통하여 수험생들이 민사소송법을 공부하면서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 또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룰 생각입니다. 우선 기판력에서 출발하여 소송물, 소송참가, 변론주의, 증명책임 등 비교적 이해하기 까다로운 부분에서 주제를 선별하여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되도록 판례사안을 많이 소개하여 특히 미시적 분석능력을 배양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다만 글을 쓰면서 가지는 부담은, 수험생 여러분의 교과서 정독에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입니다. 2차 시험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답안지에 나타낼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을 이해하는데 교과서의 정독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 글은, 교과서를 꼼꼼이 읽은 뒤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가볍게 훑어보는 정도로 활용하길 바랍니다.



I. 기판력의 본질

 
실체법설과 소송법설(모순금지설, 반복금지설) 등의 대립이 있다.

 
판례는 모순금지설을 취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모순금지설은, 후소법원은 확정된 전소판결과 모순되지 않게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인데(말하자면, 승소면 또 승소, 패소면 또 패소), 다만 판례는 승소한 당사자가 다시 소를 제기하면 소의 이익이 없음을 이유로 그러나 승소한 사람이 다시 소를 제기할 필요가 있는 경우, 즉 소의 이익이 있는 경우도 있다. 판결원본의 멸실, 판결내용의 불특정, 시효중단의 필요 등. 그러나 이 때에도 기판력이 작용하므로 후소법원은 전소판결과 모순되는 판단을 할 수는 없다. 
 
각하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결국 승소한 사람이 다시 소제기하면 각하, 패소한 사람의 경우엔 청구기각). 모순금지설을 취하는 학설 중에는 승소한 경우는 물론, 패소한 당사자가 다시 소를 제기하는 경우에도 소의 이익(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모순금지설에 따르면 기판력 자체는 소송요건과는 무관하게 되어 따라서 피고가 원고의 제소가 기판력에 저촉된다는 주장을 하더라도 이것은 본안전 항변이 아니다.

논리적으로는 소송요건에 관한 판단을 한 뒤에 비로소 기판력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따지게 된다 소송요건의 선순위성. 한편 반복금지설에서는 ‘일사부재리’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반복금지설은 기판력 자체를 소극적 소송요건으로 보고 있다. 
 

II. 기판력의 작용과 판단


1. 기판력의 작용 국면


기판력은 전소(확정)에서 판단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가 후소에서 다시 문제된 경우에 비로소 작용한다 아주 당연한 이야기인데, 간과하거나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수험생이 의외로 많다. 복잡한 학설의 이해에 투자하는 노력의 반만이라도 제도나 개념의 뜻을 분명하게 파악하는데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판력이 후소에서 작용하는 모습은, ① 전소와 후소의 소송물이 같은 경우 ② 전소의 소송물이 후소의 선결관계를 이루는 경우 ③ 전소의 소송물과 후소의 소송물이 서로 모순되는 관계에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전후소의 소송물이 동일한 경우 외에 선결관계나 모순관계에서도 기판력이 작동하는 이유는 기판력이라는 제도를 인정하는 이상 별 의문이 없을 것이다.

 
2. 기판력이 문제되는 경우 판단 순서

 
기판력은 (확정된 전소)판결의 주문에서 생긴다(216조 1항). 판결주문이란 원고가 구하는 신청(청구)에 대응하는 것임과 동시에 그 사건에 관한 법원의 결론이다. 특히, 예를 들어 전소 판결이 본안에 관한 것이라면, 기판력이 생기는 것은 대체로 소송물에 관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송판결에서도 기판력이 문제될 수 있다. 

기판력이 문제되는 사안에서 판단의 순서를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확정된 전소판결이 있는데 그와 관련하여 다시 소가 제기되었을 경우, 먼저 전소에서 기판력이 생기는 범위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전소 판결의 주문을 살피게 되며, 주문은 대체로 소송물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후소의 청구취지 설명의 편의상 청구취지라가 전소 판결의 주문과 비교하여 어떤가를 판단하게 된다. 이 때 전소 판결의 주문과 후소의 청구취지가 동일하면 일응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에 있게 되어 각하될 운명에 처하게 된다. 다음으로, 전소 판결의 주문과 후소의 청구취지가 꼭 같지는 않더라도 혹시 선결관계나 모순관계에 있지는 않은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후소의 청구가 전소판결의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동일소송물, 선결관계, 모순관계를 포함)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의 상대성의 원칙에 따라 기판력은 (규범적인 의미에서의) 당사자 사이에서만 미치는 것이므로 혹시 당사자가 달라졌기 때문에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따져 보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소와 후소에서 당사자가 같아서 전소판결의 기판력의 주관적 범위 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기판력이란 전소판결의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확정한 것이기 때문에 변론종결 이후에 사정변경이 생겼는지 아니면 후소의 청구가 전소의 변론종결 전의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것이어서 기판력이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등 전소판결의 기판력의 시적 범위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기판력의 작용 모습


 기판력은 “신청”은 물론 “주장”에 관하여도 작용한다. 즉 전소판결(확정)에 반하는 취지의 소를 제기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전소판결(확정)에 반하는 주장을 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어떠한 주장이 기판력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유 유무에 관한 심리를 할 필요도 없이 배척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패소(확정)하였는데, 나중에 을이 갑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에, 갑이 임차보증금의 지급을 (동시이행의) 항변사유로 내세울 수 있을까. 전소(임차보증금반환청구)와 후소(건물인도)는 소송물은 다르지만, 후소에서 갑이 제출한 항변은 전소에서 확정된 권리관계(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의 부존재)와 서로 모순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확정된 전소판결의 기판력은 후소에 미치게 되고, 법원으로서는 갑의 동시이행의 항변을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의 존부를 따질 것도 없이) 곧바로 배척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전소에서 을이 갑을 상대로 건물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갑이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동시이행항변으로 제출하였다. 그러나 전소법원은 갑의 보증금반환청구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갑의 (전부) 승소판결을 선고하여 이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후 갑이 다시 을을 상대로 임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면 어떨까. 기판력은 전소판결의 주문에 생기므로 소송물을 단위로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는지. 

기판력은 후소법원이 (확정된) 전소법원의 판결과 다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측면과 당사자 역시 전소판결과 다른 내용의 주장이나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작용한다 전자를 강조하는 것이 모순금지설이고, 반복금지설은 후자를 강조한다.

한편 이러한 기판력이 승소자에게 유리하게도 작용하지만 불리하게도 작용한다는 점은 의문이 없을 것이다(기판력의 쌍면성).

 
4. 선결관계와 모순관계

 
가. 선결관계

 
전소의 소송물이 후소의 선결문제로 되어 있는 경우이다 ‘선결적 법률관계’와 구별할 것. 다시 강조하지만, 기판력은 전소판결의 주문에 생긴다는 점을 알고 있으면 혼동의 염려가 없다. 예를 들어, 전소에서 이자청구를 하였으나 원본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패소하였는데, 후소로 원본채권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 이 때에는 기판력이 미치지 않으므로 실체 심리에 들어가서 다시 원본채권의 존재 여부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소에서는 원본채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가 후소에서 존재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기판력이 생기는 범위를 주문에 한정한 것이 선험적인 명제일까? 쟁점효이론, 판결효설, 신의칙설 등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 볼 것, 이와 같은 사안에서도 일반적으로 신의칙설을 적용할 수 있을까에 관하여도).

① 갑이 을을 상대로 건물의 소유권확인청구를 하였다가 패소(확정)한 이후에 다시 건물인도청구의 소를 제기한 경우, ② 갑이 을을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를 하였다가 패소(확정)한 이후에 다시 을을 상대로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는 경우 94다4684 판결 참조. 우리 판례는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성질을 소유권에 기초한 물권적 청구권(방해배제청구권)으로 보고 있다. 
③ 전소에서 원본채권의 부존재가 확정된 뒤에 다시 변론종결 이후의 이자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한 경우 변론종결 전의 이자청구 부분은 기판력의 범위 밖이다. 간단하게 생각해 보면 그 이치를 알 수 있다. 법원이, 원본채권이 (변론종결 당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가 ‘변제’때문이라고 생각해 보자.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도대체 언제 갚았을까? 언뜻 생각을 해도, 돈을 갚기 전까지의 이자청구 부분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언제 변제를 했느냐에 관한 판단은 판결이유 중의 판단에 불과한 것이므로 기판력이 생길 여지도 없다. 소송법의 논리구조에 빨리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건물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소송에서 패소판결(확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다시 소를 제기하여 건물소유권의 확인을 구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소의 소송물은 말소청구권의 존부이고, 소유권은 선결적 법률관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 모순관계 
 
모순관계의 예를 들면, ① 갑이 을을 상대로 X토지에 관하여 소유권확인청구를 하여 승소판결(확정)을 받았는데, 다시 을이 갑을 상대로 소유권확인청구를 하는 경우 만약 전소에서 갑이 패소판결(확정)을 받았다면 을이 제기한 후소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갑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것과 을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소송물이며,. 또한 갑이 패소하였다고 하여 을의 소유가 확인되는 것도 아니다.

② 대여금 중 일부를 변제받고도 이를 속이고 대여금 전액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후 강제집행에 의하여 위 금원을 수령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자가 그 일부 변제금 상당액은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으로서 반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경우 전소는 대여금청구의 소, 후소는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 이와 같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전소의 피고, 후소의 원고)의 변제주장은 대여금반환청구 소송의 확정판결 전의 사유로서 그 판결이 재심의 소등으로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그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이를 주장할 수 없으므로, 그 확정판결의 강제집행으로 교부받은 금원을 법률상 원인 없는 이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결이 옳다”고 보았다(94다41430 판결). 이 사안은 기판력의 시적 범위로도 설명이 가능한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시적 범위의 문제에 앞서 기판력이 작용하는 국면인지 여부가 먼저 판가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후소인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에서 원심의 판결주문은?

③ 갑이 을을 상대로 매매를 이유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확정)을 받았는데, 나중에 을이 위 매매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갑의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경우 후소로서 구하는 것은 전소에서 확정된 이전등기청구권의 존재를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다.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패소한 피고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전소 판결 이전에 매수하였음을 주장하며 그를 대위하여 전소의 확정판결에 기초하여 마쳐진 소유권이전등기가 무효임을 내세워 그 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도 기판력에 저촉된다(97다46955 판결, 다만 채권자대위소송의 소송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등을 들 수 있다.


구별하여야 할 것으로, 예를 들어 갑이 을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의 소를 제기하자 을이 자신 명의의 등기가 원인무효임을 인정하고 갑으로부터 목적 부동산을 매수하였다(그래서 갑이 제기한 소는 갑의 승소가 확정되었다). 그런데 갑이 사망하자 갑의 상속인들이 갑과 을 사이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부정하고 등기를 넘겨주지 않고 있다. 이 때 을이 갑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가능하며, 전소인 소유권이전등기 말소청구소송의 기판력과 관련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에는 모순관계가 아니다. 을은 전소에서 (적법하게 매수하여) 자신의 등기가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항변할 수 있었으므로 기판력의 차단효를 받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전소 변론종결 전에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라 하더라도, 기판력의 시적 범위에 의하여 차단되는 것은 공격방어방법인 사실이고, 청구원인을 구성하는 사실관계는 원칙적으로 차단되지 않는다. 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소송물을 떠올려 볼 것. 주관적 범위의 문제도 한 번 생각해 볼 것.
(93다43491 판결 등). 


또한 다음 대법원 판례도 참고할 것.

 
“기판력이라 함은 기판력 있는 전소판결의 소송물과 동일한 후소를 허용하지 않는 것임은 물론, 후소의 소송물이 전소의 소송물과 동일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소의 소송물에 관한 판단이 후소의 선결문제가 되거나 모순관계에 있을 때에는 후소에서 전소판결의 판단과 다른 주장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갑이 을을 대위하여 병을 상대로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을을 대위할 피보전채권의 부존재를 이유로 소각하 판결을 선고받고 확정된 후 병이 제기한 토지인도 소송에서 갑이 다시 위와 같은 권리가 있음을 항변사유로서 주장하는 것은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2000다4134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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