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로버트 달(R. Dahl)의 다두정(Poly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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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로버트 달(R. Dahl)의 다두정(Polyarchy)
  • 신희섭
  • 승인 2014.05.16 10: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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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년 2월 5일 정치학의 큰 별이 떨어졌다. 현존하는 최고의 정치학자이자 민주주의의 대가였던 로버트 달 교수가 타계한 것이다. 1915년생인 로버트 달 교수는 한 세기를 민주주의의 이론을 위해 헌신했다. 그는 수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91세가 되는 2006년에는 『정치적 평등에 관하여 (On Political Equality)』를 집필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이 위대한 민주주의 이론가는 자신의 일생을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두고 ‘어떻게 보통사람들이 실제 접근가능한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주제에 착목해왔다.

로버트 달의 타계는 민주주의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그가 민주주의라고 부르지 않고 현실적인 형태의 민주주의인 다두정(Polyarchy)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은 우리에게 실천 가능할 뿐 아니라 비교 가능한 민주주의를 직접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측정가능한 제도적 관점의 민주주의라는 면에서 달이 제시한 민주주의 작동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기준은 ‘참여(participation)’와 ‘경쟁(contestation)’이다. 인민의 참여를 효과적으로 보장하고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정치적 대표들이 있을 때 우리는 이념적인 형태에 “있어야 할” 민주주의가 아니라 “존재하며 발을 디디고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다.

달이 제시한 복잡하지 않은 두 가지 기준의 관점은 한국에서 2014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주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우리는 이 단순한 기준을 충족하면서 실제적인 민주주의를 운영하고 있는가?”라는.
낮아진 투표율과 상당한 수의 무당파층은 한국 현실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 부족 뿐 아니라 정치적 불참이나 ‘퇴장(Exit)’을 통해 정치에 대한 거부와 ‘항의(voice)’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은 허쉬만(A. Hirschman)이 말한 ‘충성(Royalty)’스러운 이들이 줄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빈번한 촛불시위나 블로그 등을 통한 자신의 의견표출은 정치적 ‘참여(participation)’가 꼭 나빠지고 있는 것 만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소수세력을 반영할 정당을 만들기가 어려운 현행 정당법이나 국고보조금의 배분기준이나 국가의 언론에 대한 견제와 간섭은 ‘경쟁(contestation)’이라는 기준에서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만족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을 삼가게 만든다.

대의민주주의 위기론을 지나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감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현재 시점의 한국 민주주의를 돌아보는 차원에서 로버트 달의 이론을 한 번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제도적 관점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접근이 한국의 정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제도적인 해법의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저 로버트 달이 왜 민주주의를 그토록 지지하게 했는지에 대해 살펴본다.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이념적 부분 때문에 분석적인 접근이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분석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이해하려면 다두정이라는 제도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가 다두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든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든 그에게 중요한 것은 일반시민들이 운영할 수 있는 민주주의였다. 엘리트만의 전유물이 아닌 보통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뿐 아니라 실제 만들어 낼 수 있는 민주주의가 중요했다.

그렇다면 왜 보통사람들이 작동시킬 수 있는 민주주의가 중요한가?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On Democracy)』에서 민주주의가 가진 장점을 10가지로 들어서 설명한다. 그가 제시하는 10가지 이점은 다음과 같다. 전제정치의 방지, 본질적 권리들, 일반적자유, 자기결정, 도덕적 자율성, 인간계발, 본질적인 개인적 이익들의 보호, 정치적평등, 평화의 추구, 번영.

만약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치체제와 비교했을 때 위의 10가지 이점을 가진다면 민주주의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정치체제가 아닐 지라도 매우 좋은 정치체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이점은 어떤 논리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는가.

다두정을 사용했을 때 즉 민주주의를 사용했을 때 다른 대안적 정부형태보다 나은 점을 두 가지로 다시 해석해서 정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민주주의가 개인에게 주는 이점이고 다음은 민주주의가 사회적 차원에서 부여하는 이점이다.

민주주의는 개인적 차원에서 최종적으로 인간의 자기 계발을 가능하게 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화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만든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민주주의가 자유와 참여를 보장하여 개인이 가진 이익의 확보를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다두정은 사회성원들에게 자유를 보장하고 참여를 촉진하여 개인들의 이익을 보장함으로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인간완성을 도모한다. 먼저 다두정은 보통 사람들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이들이 정치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정치적 참여를 위해서는 보통사람들의 기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 같은 정치적 자유뿐 아니라 신체의 자유와 같은 시민적 기본권을 보장한다. 이러한 기본권은 정치체제에서 독재라는 자의적 통치로부터 개인들을 자유롭게 만든다. 또한 기본적 권리들은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정치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이 정치체제 내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기본권이 보장된 경우에 시민들의 참여는 정치체제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좀 더 효과적인 참여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다른 정치체제보다 개인들에게 정부를 민주적으로 만들기 위한 권리로서 정치적 자유를 보장해준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서 서론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 개인들이 자율적인 도덕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다원적 사회에서 자신들이 선택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삶을 영위하며 도덕적으로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다른 가치선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과 도덕적 가치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가능해진다. 이렇게 자유를 보장하면 개인적 이익(interest) 역시 보장해준다. 또한 이러한 자유보장과 참여확보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충족할 수 있게 한다. 잠재력을 이끌어 냄으로서 인간은 스스로의 발전을 도모하게 된다.

두 번째로 사회적 차원에서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에게 평등을 보장하며 경제적 번영을 확보하게 하고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평화를 달성하게 한다. 다두정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성원들에게 평등을 보장해준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정치적 평등은 더 많은 이들을 정치체제 내에 포함하고 이들이 경쟁을 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다. 따라서 다원적인 집단들은 평등한 조건에서 자신들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 경쟁할 수 있게 한다.

다두정은 다른 정치체제보다 번영을 잘 보장해준다. 대의제 민주정부와 시장경제간에는 친화성이 있다. 다두정이 기회를 보장함으로서 시장이 번성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다주정은 경쟁을 보장함으로서 개인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경쟁을 통해 더 우월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다두정은 일국의 사회적 차원에서 국가 간의 차원으로 확장할 경우 전쟁을 방지하여 평화를 보장하는 경향이 있다. 다두정이라는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고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절차와 규범을 지키면 민주주의 국가간에는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게 만든다. 이러한 논리는 현대에 와서 민주평화이론으로 발전하여 “민주주의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주장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것을 경험적으로 입증하였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는 평화라는 국가공동체를 둘러싼 환경을 만들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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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외과 2015-10-20 17: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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