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자격증]어느 꿈쟁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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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자격증]어느 꿈쟁이 이야기
  • 법률저널
  • 승인 2003.10.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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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을 하게 한 동인(動因)이자
포기하지 않게 한 울타리, 한시미션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수험기간의 상당부분을, '내가 꼭 이걸 해야 하나, 내가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보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그 푸념의 내용이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이 와 버렸고 아직 갈 길은 멀어 막막한 열차 여행의 중반, 컴컴한 터널 한 복판에서 서있던 것 같은 때가 있었습니다. 1998년 1월경이었는데, 무작정 집에 돌아가 길 잃은 짐승처럼 웅웅 울어대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드렸던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왜 먼 사람들 도와 주겠다고 가까운 사람들을 고생시키죠?'

사법시험이 목표를 위해 택한 수단이라고 하면서도 그 획득이 불투명한 수단 때문에 목표에 한 걸음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저의 한심한 상황을 저는 그 당시 그렇게 풀어서 말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분들이 그 파워를, 그 특권을 그냥 보유,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수험기간 동안에도, 그분들을 향하여 왜 그 힘을 가만 놔 두냐고, 그 힘의 아주 일부만 사용해도 얼마나 많은 이웃들이 기뻐하는지, 당신이 알고 있는 하나님을 그저 소개만 하여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과 용기를 얻는지 알고 있냐고 묻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이제 법조인이 된 제 자신을 향하여 던져, 제 자신을 매일 매일 다잡아 세우는 화두가 되었습니다.

제게 끊임없이 이러한 특권과 사명과의 관계를 일깨워 준 것은 1991년부터 지금까지 섬기고 있는 선교단체 한시미션과 이 곳에서 만난 귀한 동역자들이었습니다.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가게 될 제게 지난 12년 간 매년 여름 1주일 동안 교회 없는 산골 오지에 가서 어느 촌로의 눈곱을 닦아 드리고 발을 주무를 기회를 허락한 곳, 매년 겨울 그 오지에 사는 꼬맹이들을 서울로 초대하여 손에서 땟국물이 나오도록 서로 손을 맞잡고 같이 서울 구경을 하고 한 이불 속에서 지내는 경험을 하는 시간을 허락한 곳, 1년 중 그렇게 열흘 간의 한정된 시간을 하나님께 드리는 경험을 통해, 한정된 삶, 우리의 인생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데까지 나아가게 하는 비전을 심어준 곳, 그 곳이 한시미션입니다. 한시미션은 제게 겸손과 배려에 대해, 갚을 능력 없는 자들에게 먼저 주는 것이 진정한 섬김이라는 것에 대해 가르쳐 주었습니다. 성전 마당만 밟는 기독교인이 되지 말고, 진정으로 근심 같은 근심을 하며 하나님의 마음을 품어야 한다고 가르쳐 준 귀한 동역자들이 있는 곳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본래 부실한 인간인지라 하나님께서 만남을 통해 축복을 많이 허락하셨는데 그 대표적 예가 한시미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 책장을 넘기는 일상을 반복하는 고시생에게 여름이면 지리산 자락 무교회 지역으로 내려가 1주일이라도 말씀을 전하고, 그 때 만난 아이들이 서울에 올라오는 겨울이면 1차 시험을 며칠 앞두고라도 그저 아이들 손 한 번 마주 잡으러 뛰어갈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축복이었고, 남은 시간 더욱 공부에 열심 내게 하는 동인이었습니다. 제가 수험기간 동안 최소한의 섬김을 한시미션을 통해서 계속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공부의 슬럼프에서도 빨리 헤어 나오고, 수단과 목표에 대한 개념을 항상 재정립하면서 흔들리지 않고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섬김의 대상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이 평범하고도 소중한 진리는 제가 사법시험을 준비하며 받은 수많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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