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월호와 민간 잠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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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와 민간 잠수사들
  • 김현
  • 승인 2014.05.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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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상적인 재난관리체계는 모든 위험에 대해 유연하고 학습된 통합조직이 완벽한 예방과 철저한 준비, 즉각적 대응을 해야 한다. 재해와 관련된 환경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하므로 단일 조직의 고립된 대응은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다수 조직간의 다양한 수준의 연계활동을 통해 목적을 효과적으로 성취할 수 있다.

아쉽게도 세월호 사고에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은 이상적인 재난관리체계와 거리가 있었고, 심지어 해경은 구조 초기에 민간잠수사의 활용과 관련해 잡음을 일으키면서 민간잠수사 및 해군의 의도적 배제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해경은 민간잠수사들이 구조작업에 관한 자격이 없거나 구조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아 배제했다고 주장한 반면, 민간잠수사들은 본인들이 발견한 유해에 대해 청해진해운이 계약한 언딘이란 업체가 양보를 요구했다거나 본인들은 작업준비를 마친 반면 언딘은 작업에 투입되지도 않은 시점에 언딘이 작업을 해야 하니 철수해 줄 것을 해경이 요구했고, 해경이 언딘에만 의존해 언딘의 바지선을 교체하는 시기가 수색의 호기임에도 전면적으로 수색작업이 중단됐다고 맞섰다.

인명구조는 국가의 의무로서 민간업체와의 계약이 아니라 동원의 방식으로 민간을 활용할 수 있는데, 이것이 수난구호법이 정한 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이다. 이러한 민간동원 방식은 공중방역수의사에 관한 법률,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수난구호법에 따르면 구조본부의 장은 수난구호를 위해 부득이할 때에는 사람 또는 단체를 수난구호에 종사하게 할 수 있고, 종사명령을 받은 자는 구조본부의 지휘를 받아 구호업무에 종사해야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수난구호 업무에 종사한 사람이 부상을 입은 때에는 치료를 실시하고, 사망하거나 신체에 장애를 입은 때에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수난구호에 종사한 자는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수난구호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다.

해경은 민간잠수사의 초기 활동을 막기보다는 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민간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했다. 해경이 배제의 사유로 든 민간잠수사의 자격이나 일부의 부적절한 행태는 특정한 이들만을 거르면 되지 민간 잠수사들 모두의 참여를 배제할 만한 사유는 되기 힘들다. 추측컨대 해경은 민간 잠수사가 제공하는 업무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그로 인한 예산 문제, 민간잠수사의 인사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 민간잠수사의 투입으로 인한 능률저하 가능성을 우려해 투입을 적극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재난과 관련한 환경은 유동적이고 통제가 어려우므로 기존의 상명하달식 폐쇄적인 체계와 경직된 시스템으로는 재난극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없고, 경험 많은 민간인 전문가들의 능동적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해경이 민간인력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기보다 협력의 파트너로 여기고 더 유연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였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해경의 미숙한 초기 조치는 구조 지연을 초래했을 뿐 아니라, 구조작업을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하느냐는 실종자 가족들의 불신까지 야기하였기에 참으로 아쉽다.

민간잠수사들이 자원봉사의 명목으로 참여한 만큼 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을 활용하지 아니한 채 그들에 대한 아무런 경제적 보상 없이 작업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으나, 국민의 인명구조라는 국가의 의무를 대신 수행한 것인 만큼 그들의 수고에 대하여 경제적 보상을 하는 것이 적절하고, 또한 작업수행 중 발생한 상해나 질병의 보상에 대해 종사명령에 따라 구호업무에 참여한 자와 달리 처우할 이유가 없으므로 수난구호를 위한 종사명령을 활용하여 그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타당하다. 어느 장례업자가 이런 참사로 돈을 벌 수 없다면서 장례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처럼, 제 발로 구호를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민간 잠수사들은 일단 구조작업 참여가 허락되자 희생과 헌신성을 발휘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해경의 민간잠수사 초기 단계 배제는 본의 아니게 이러한 자발적인 헌신을 봉쇄한 것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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