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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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5)
  • 신희섭
  • 승인 2014.05.0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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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민족주의는 민족을 강조하는 사상이자 정서를 동원하는 이념이다. 이념의 의미가 특정한 목적을 당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이론적 정리이자 동원을 위한 방식이라면 민족주의만큼 강력하게 인류역사에 영향을 미친 이념을 찾아보기 힘들 수도 있다. 우리를 만들기 위해서 계급을 뛰어 넘자는 민족주의의 논리는 인간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정서를 건드린다. 즉 인간이 본질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존재이고 이에 따라 공동체내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싶다는 바로 그 본능적인 인간의 소속욕구를 건드린다.

그런데 민족주의가 이렇게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아는 정치지도자들은 민감하게 작동하는 민족이라는 정서를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목적인 지지율을 상승시키고 권력유지에 사용하고자 한다. 따라서 민족주의에 휩싸인 민간부분의 민족구성원들은 민족주의가 자극받으면 개인으로서 자신과 민족이라는 우리를 동일시하면서 자연스럽게 민족주의라는 심리적인 담요에 포근하게 감싸 안긴다. “민족=우리”라는 논리는 자연스럽게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동체의 대의를 위한 자신의 노력과 열정을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를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며 이기적일 뿐 아니라 우리의 적이 될 수도 있기에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다.

정치지도자들은 민족으로부터 이탈하게 되는 것을 스스로 막아가는 자기 방어기제를 가진 개인들에게 책임을 넘기면서 지지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민족주의를 정치적 도구로서 선호하게 된다. 민족주의의 신성함을 만들면 만들수록 지도자는 자신의 국민들을 다루기 쉬워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민족주의는 계급, 인종, 종교라는 모든 조건을 넘어서는 ‘우리의식(we-feeling)’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적대적인 세력을 필요로 한다. 마치 연극에서 주인공(protagonist)에 대비되는 최악의 악역(antagonist)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주의는 매우 쉽게 국내정치를 위해서 외교를 이용하게 되는 희생물이 된다.

국내정치에서 대내적 통합과 대외 위기 극복을 위해서 국제정치차원에서 민족주의는 동원되어왔다. 근대에 들어와 수 많은 나라들이 민족주의를 동원하여 국가를 구성하거나 대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식민지국가를 구성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의 통합적 민족주의는 전쟁을 가져왔고 일본의 민족주의는 군국주의와 결합해서 만주와 중국을 넘어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민족주의와 외교정책의 관계

민족주의는 자연스럽게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연결한다. 우리에게 반대하는 적을 찾기 때문에 언제나 국내적인 차원의 우리는 대외적인 차원의 적을 모색하고 창조하고 각색하게 만든다. 이러한 외교정책의 결정에 대한 설명은 대체로 3 가지 세부적인 이론적 발전이 있었다. 먼저 대내적 분열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외부 위기를 조장하는 방식의 ‘관심전환가설’이있다. 두 번째는 국내 정치 세력을 약화시키면서 외부 행위자와의 관계를 조정하는 ‘구조균형(structual balance)이론’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론을 통한 애국심의 고양시키면서 지도자를 중심으로 뭉치게 되는 ‘위기시 지도자 중심 단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이 세부적인 이론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피는 것이 이번 시간의 목표이다.

관심전환 가설은 관심전환을 위해서 속죄양을 찾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 ‘희생양 가설(scapegoat theory)’이라고도 불린다. 불안정한 국내정치를 위해서 속죄양이 될 수 있는 외부 국가를 찾는다는 관심전환가설은 국내정치가 외교정책을 결정한다는 국내사회 중심의 이론이다. 즉 국내정치가 갈등의 원인이자 문제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심멜(G. Simmel)이 제시한 내부자(in-group)-외부자(out-group) 모형에 근거하면서도 이 모형이 말하고자 했던 “외부갈등이 내부적 단합을 증가시킨다”는 주장과는 반대로 내부적 결속을 위해서 외부갈등을 유발한다고 본다. 국내적 갈등과 분쟁해결을 위한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외부의 행위자를 공동의 적으로 몰아세우면서 내부의 단합을 꾀한다는 이론은 왜 국내정치적으로 민족주의가 동원되는지를 잘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최근 일본이나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것 국내불안과 갈등을 전환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관심전환가설이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인 구조균형이론은 내부에서의 정치적 갈등의 형성방식에 의해서 외교정책이 결정된다고 본다. 이 이론은 “친구의 적은 적이고, 적의 적은 친구”라는 논리가 작동하는 이론이다. 정치적으로 볼 때 한 국가 내의 정당 간 대립이 설명요인이 되어 외교정책에서 상대국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정부 여당이 상대방 국가에 대해서 친구의 관계라면 여당에 반대하는 야당은 상대방국가에 대해서 적의 관계를 형성한다. 한국에서 진보-보수 정당들이 정파별로 북한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이론이다.

마지막으로 ‘위기시 지도자 중심 단결 현상’이나 ‘애국심 고양 현상’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국내 사회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단결한다는 이론이다. 애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가에 대한 설명으로는 애국심이 반사적으로 나타난다는 주장과 야당의 비판 부재가 지지율을 증대시켰다는 다른 논리가 있다. 하지만 실증 분석에 따르면 이런 지도자에 대한 지지율의 급증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민주평화이론가인 러셋(B. Russett)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대체로 2개월, 길어야 4-5개월밖에 지속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부정적 정보가 공개되면서 야당의 비판이 나타나고 여론도 이에 반응하기 때문에 지지도는 급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정부는 정보를 적게 공개하면서 위기를 조장하거나 실제 위기가 증폭될 경우 민족주의를 동원하여 문제를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인다. 1964년 존슨 정부 시절에 미국이 베트남에서의 통킹만 사건을 과도하게 부풀려서 전쟁을 시작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번 시간에 살펴본 민족주의가 어떻게 외교정책에 영향을 주는가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를 살펴보자. 외교는 국가 간의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한일 간의 냉랭한 관계는 한국의 보수화와도 관계되지만 일본의 보수 우경화를 추구하는 정치지도자와도 관련된다. 정치지도자는 여론이 자신의 지지도와 관계되기 때문에 어느 순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이 흔들리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여론에 밀리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국내정치의 세력화와 국내여론을 무시하면서 정치를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주의는 양날의 칼이 된다. 처음에는 민족주의는 매력적인 유혹을 던진다. 지지율을 높이는데 있어서 민족주의는 좌파와 우파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포괄적인 지지를 끌어들이는데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금단의 열매이다. 그러나 그 열매를 한 번 물면 원죄를 짓게 만든다. 한번 베어 문 민족주의라는 열매는 원한다고 뱉어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자신의 논리를 스스로 강화하면서 지도자를 끌고 가버리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성을 알면서도 지도자는 내부적인 위기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서 쉽게 민족주의에 마음을 허락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동북아시아의 민족주의강화는 지도자의 정치적 선택과 함께 그 자체적인 논리를 가기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민족주의의 해법을 찾기 어려운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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