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행시 폐지보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퇴출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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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행시 폐지보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퇴출이 먼저
  • 법률저널
  • 승인 2014.05.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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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최재성, 민병두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이 세월호 참사 대책의 하나로 행정고시(5급 공채)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최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낡은 국가시스템의 전면적 개편과 함께 공직을 돈벌이 수단, 출세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낡은 관료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한다”며 “당장 국민의 최대 관심사인 재난안전 체계 개편은 물론 국민의 관점에서 정부조직을 재정립하는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최초의 야당발 정부조직법 개편을 그 시작으로 삼겠다”며 행정고시 폐지, 공무원 충원제도 전면 재검토, 고위 공직자의 공공기관 및 유관협회 재취업 제한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최 의원의 말대로 세월호 참사는 생명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상실한 낡은 국가 시스템을 혁파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워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삶을 위협하는 모든 기득권을 해체하고 대안의 길을 찾아야하는 것은 백번 옳다. 특히 관료 카르텔 유지구조의 핵심인, 고위 공직자의 공공기관, 유관협회 재취업을 제한할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다. 전직 관료들이 산하기관에 눌러앉아 업계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감독과 견제 기능의 상실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사회의 순환보직을 일정 제한하고 반복된 훈련을 통해 확실한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遠因)을 꼽으라면 정치를 빼놓을 수 없다고 본다. 정쟁에 매몰돼 민생은 뒷전으로 팽개쳐 온 정치권의 직무 유기가 지금의 국가적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로만 민생을 외쳐온 우리 정치, 당리당략 말고는 그 무엇도 안중에 없는 여야 정당과 맞닥뜨리게 된다. 재난 안전과 관련한 각종 법안들이 국회에 쌓인지 오래건만 이들은 철저히 외면했다. 관련 법안들 중 무엇 하나라도 제때 처리됐더라면 오늘의 참극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정부와 산하 기관을 감시 감독해야 할 국회가 한눈을 판 결과가 세월호 침몰인 것이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해상안전 관련 법안들을 이제야 처리한다며 부산을 떠는 정치권의 낯부끄러운 모습이다. 자신들의 직무 유기를 은폐하고 성난 민심에서 비켜서려는 벼락치기 정치력만 보일 뿐이다. 여야 의원들이 해운 비리의 중심축으로 떠오른 한국선주협회의 지원을 받아 해외 항만 시찰 명목으로 크루즈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난 것을 보면 정치권이 ‘관피아’보다 더 심한 유착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 인사의 낙하산을 놔두고 정부 관료에게만 하지말라니 국민들로선 경을 칠 일이다. ‘정피아’의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공무원에 준하는 겸직금지 대상이 돼야 한다.

19대 국회 개원 후 22개월간 달랑 법안 1건만 처리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다. ‘식물 상임위’ ‘입법제로 상임위’라는 비난을 받아왔으나 이들 소속 의원 24명이 22개월 동안 이런저런 형태로 지원받은 돈이 무려 330억여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인당으로 치면 무려 14억 원에 이르는 액수인데 이같이 많은 돈을 받고도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입법권을 외면한 국회의원들이다. 놀고먹는 직업 중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지구상 어디에 있으랴. 야당이 정부를 향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말하고 있으나 이 말은 국민이 그저 표 얻을 궁리만 하고 이념에 발목 잡혀 놀고먹는 정치권에 할 말이다.

정착 퇴출돼야 할 국회의원들이 행정고시 폐지를 운운하고 있으니 우리 속담으로 말하자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격이다. 공직사회에 대한 쇄신은 이뤄져야 하지만 행정고시 폐지가 답이 아니지 않은가. 진정한 대책에 대한 고민도 없이 행시폐지를 들고 나오는 그들은 세월호 참사를 정략과 포퓰리즘에 악용(惡用)하는 나쁜 행태다. 행시폐지로 야기될 부작용에 대해 한번 쯤만 고민했더라도 이런 발상은 나오지 않았을 터다. 민간경력 특채가 확대될 경우 해당 분야의 근무경력 등으로 인해 오히려 관련 기업체와 유착의 고리는 더 단단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행시 폐지가 아니라 일 안하는 국회의원이 개혁대상 제1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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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0 05:49:55
어이구 속이 다 시원하네. 지들 꼬라지는 개판이면서 열정을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을 나무라다니..

좋은기사 2014-05-05 06:15:06
고시제도 자체의 폐지는 힘듭니다. 사시 폐지하고 로스쿨만든후의 각종부작용들 기억해보세요.
행시폐지하고 관료들을 각종테스트를 통해서 뽑는건 이상적이긴한데 자칫하면 더한 부작용이옵니다.
가뜩이나 사회전반에 걸쳐서 인맥이나 영향력이 작용하는데 명확한기준도없이 폐지하고 다른방법으로뽑는다면 그곳에는 인맥제일주의가 떠오를걸요.. 심심찬게보는 뉴스중하나가 각종 비리특채인거 잊으셧습니까.

이기원 2014-05-04 23:23:16
간만에 개념글 하나 읽고 갑니다. 지금 세월호 사태 이후 왜 무당파가 급증하는지 국회의원들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 개혁이 물론 중요하지만 그 유착의 고리에 과연 국회의원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는 허술한 법률 시스템이 가장 큰 작용을 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굿 2014-05-04 20:18:02
속 시원한 기사다5

정말 최고 2014-05-03 23:34:10
정말 속시원한 기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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