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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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 (4)
  • 신희섭
  • 승인 2014.05.0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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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현실에서의 중요성에 비해 민족주의에 대한 국제정치의 이론적 설명은 부족하다. 민족주의는 정서와 이데올로기로서 작동하기 때문에 과학적 분석을 원하는 1970년대 이후의 국제정치학에서는 민족주의 주제를 다루는 것을 꺼려왔다. 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학적 분석의 틀을 사용해서 국제정치학의 과학화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 행태주의 국제정치학은 민족주의 정서가 작동하여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가게 되는 현상을 다루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국제정치학의 이론들의 관점에서 본 민족주의

구조적현실주의라고 불리는 신현실주의는 민족문제에 대해 관심이 약하다. 신현실주의는 무정부상태와 극성이라고 하는 국제체제의 속성에 대한 설명에 주안점을 두므로 국제정치의 단위체인 국가의 속성에는 관심을 적게 가진다. 국가들의 배열상태에서 국가들의 행동향식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때문에 신현실주의는 국가 내부의 문제인 민족주의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고 국제문제를 분석하게 된다. 마치 완전경쟁시장에서 기업의 행동이나 과점시장과 독점시장에서의 기업 행동이 시장의 배열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강대국들이 배열된 상태인 극성(두 강대국이 질서를 운영하는 양극이나 3개이상의 강대국이 질서를 운영하는 다극이나 하나의 패권국가에 의한 단극)이 국가들의 행위패턴을 결정하는 것이지 반대로 국내정치의 특성에 의해서 국가들의 관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신현실주의는 국가 간의 관계의 패턴이 중요하다. 관계패턴이 형성되는 것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데 있어서 국내정치에서 정서이자 이념은 중요하지 않다. 지도자가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서 고려할 것은 민족주의 정서가 아니라 국가들의 힘의 분포상태 즉 자국과 타국의 국력간의 차이인 것이다. 합리적이고 물질주의적 계산이 국가지도자에게 요구되는 것이지 정서적이고 이념적으로 정책결정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1980년대를 장악했던 신현실주의의 국제체계적 설명과 행태주의적 설명과 달리 1950년대 국제정치학의 주류이론이었던 고전적 현실주의에서는 민족주의를 다룰 수 있는 접근이 있었다. 고전적 현실주의의 대표이론가로 모겐소를 들 수 있다. 모겐소는 대리만족설을 제시했다. 모겐소는 민족의 문제를 국가에 어떻게 개인들이 연계되려 하는가 하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민족주의를 설명한다. 국력을 추구하는 것은 추상적 실체인 국가가 아닌 개인들로 구성된 국가라고 지적하고 개인들이 국가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국력의 추구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는다고 한다.

이러한 대리만족 경향은 특히 사회가 불안정할 경우 그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타민족에 대한 (개인이 가진)공격적인 성향을 표출할 때 잘 드러난다고 한다. 따라서 사회적 분열과 개인의 불안감 그리고 민족주의적 권력의 추구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왜 현대에 들어와서 대외정책이 그 수단에 있어서 점점 더 잔인해져 가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파시즘을 들 수 있다. 독일 파시즘은 1차 대전의 패배와 1920년대 끔찍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따른 전통적인 도덕 원칙의 붕괴와 1930년대 경제 공황으로 인해 사회적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들이 독일을 강력한 민족주의로 몰고 가면서 만들어 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냉전기 소련이나 미국도 다르지 않다.

그의 설명은 어떻게 국민들이 집단적 감정인 민족주의에 빠져들게 되는가를 분석하는데 유용하다. 국민들의 심리적 대리만족과 사회적 불안이라는 요소가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외교정책을 낳고 민족주의적 외교정책은 과거보다 폭력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모색하게 한다.

하지만 모겐소는 민족주의를 이데올로기로 보고 이러한 접근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 모겐소는 현상 유지든 현상 타파든 이데올로기적으로 주장되는 것의 이면에 존재하는 실제 정치적 힘과 현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히틀러가 자신의 민족주의를 주창하기 위해 윌슨의 민족주의를 원용한 것은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얻기 위한 민족주의라는 동원기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스 콘(H. Kohn)은 민족주의를 “프랑스 혁명이래 인류의 일상이 된 정서”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민족은 역사적 개념이다. 그리고 민족이 역사적 개념이라면 민족의 미래 역시 역사에 달려 있다. 민족주의는 과거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관념이자 이데올로기이다. 따라서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이것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야를 흐리게 할 수 있다.

현실주의 이론에서도 민족주의를 중요한 주제로 다룬 대표적인 이론이 있다. 국제체계 요인이 작동하면서도 국내정치가 국제체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강조하는 신고전현실주의의 잭 스나이더(Jack Snyder)라는 이론가의 과두제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신고전현실주의의 잭 스나이더는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들어서 국가의 공격성을 설명한다. 무정부상태가 위험한 것이라는 공격적 현실주의주장과 달리 무정부상태가 문제가 아니라 무정부상태에서 국내정치의 형태와 특성이 문제인 것이다. 민족주의가 국내정치에서 악용되면서 국가들이 공격적이 되는 것이 국제분쟁과 전쟁을 가져오는 문제의 본질인 것이다.

그가 볼 때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싸우지 않는다는 민주평화이론은 이론적으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가 정착된 국가끼리는 전쟁이 없을지 모르지만 이제 막 민주주의로 전환된 국가들은 오히려 국제정치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민주화과정에 진입한 국가의 경우 민주화과정에서의 정치세력들이 주도권 다툼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정치세력들 특히 비민주주의정권을 운영했던 세력들이 얼마나 권력을 공고히 잡고 있는가에 따라 민족주의를 이용하려는 정치적 목적과 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국내정치 지배구조가 과두제일 경우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과두적인 지배구조에서 국내정치세력 중 누구도 헤게모니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민족주의를 이용할 수 있고 이러한 민족성향을 강화하기 위해서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다보면 국내정치를 위해서 국제 갈등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관심전환가설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내정치에서 정치적 관심을 돌리기 위해 국제분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힘의 문제로 국제정치를 접근하는 현실주의는 민족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이 어떻게 분쟁과 전쟁으로 연결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반면에 자유주의 계열의 상호의존이론(Interdependence theory)은 다른 입장에 서있다. 상호의존이론의 경우는 국가를 뛰어넘는 초국가주의를 상정한다. 따라서 이 이론은 개별 단위에 집중하는 민족주의와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자 한다. 상호의존론이 상정하는 세계에서 보편적인 인간은 경제적인 합리성의 주체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제적이고 물질적인 이익이지 민족이라는 집단적인 정서가 아니다. 경제적 이익은 인간으로 하여금 어느 나라의 국민보다는 세계 소비자나 세계 생산자로서 규정하게 할 것이기 때문에 상호의존이 가져오는 경제적 고려는 민족주의라는 폐쇄적인 집단적 정서를 완화하게 만들 것이다.

민족주의의 완화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성주의도 상호의존이론과 유사한 설명을 할 수 있다. 구성주의는 정체성을 다루는 이론이다. 민족 역시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이다. 민족은 “우리”라는 국가와 사회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이며 또한 남과 우리를 구분한다. 그런 점에서 민족과 민족주의는 국가 간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들의 관계가 정체성이라는 인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민족주의는 국가들의 외교관계를 결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민족주의라는 정체성을 어떤 담론으로 구성할 것인지에 따라 국가 간의 관계도 달라진다. 독일과 프랑스의 역사교과서 공동기록의 사례나 독일 빌리 브란트 총리의 폴란드와 유대인에 대한 사과는 국가들 간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준다. 최근 강화되는 일본의 역사 부정과 대비해 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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