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시 1차 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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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시 1차 합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14.04.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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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사법시험 제1차시험 합격자 발표로 고시촌은 합격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1차 응시자가 로스쿨 도입 이전에 비해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합격자 발표까지 대기 기간이 무려 50여일에 달했으니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게다. 특히 선택과목 표준점수로 인해 당락을 점치기 어려운 점수대의 수험생들은 합격을 학수고대하면서도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하루라도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어찌됐든 오랜 기다림이었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많은 수험생들은 만족할만한 정도는 아니라하더라도 수긍할만한 수준에서 합격자 수가 결정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법무부도 최종 선발예정인원 감소에 따른 실질 경쟁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가능한 많은 수험생들에게 2차시험 응시 기회가 주어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올해 1차시험의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어느정도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합격선 낙폭은 예상보다 컸다. 올해 1차 합격자의 수가 지난해보다 무려 200명 가까이 줄었는데도 합격선은 오히려 총점 22점이나 떨어졌을 정도이니 이번 시험의 난이도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해는 문제의 난이도가 낮아지면서 합격선이 전년도보다 치솟아 ‘물시험'이었다는 평가였다. 반면 올해는 또 다시 ‘불시험’이 되면서 수험생들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통상 시험이라는 게 한 해가 어려우면 한 해는 쉬운 경향을 띤다지만 수인의 한계를 넘는 ‘롤러코스터’식의 난이도는 곤란하다. 해마다 극심한 난이도 차이를 보인다면 시험의 공정성을 잃게 됨은 물론 사법시험이 국내 최고의 국가고시라는 신뢰성마저 떨어뜨리게 된다. 이번 시험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차제에 법무부나 출제위원 모두 시험의 난이도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어쨌든 사법시험 폐지라는 절벽의 끝자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경주한 끝에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한 수험생들 모두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겠지만 거뜬히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합격을 확신하고 차근히 계획에 따라 2차 준비를 한 수험생들도 있겠지만 상당수의 합격생들은 그동안 책을 제대로 잡지 못했을 터다. 그러나 남은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2차 시험에서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소화할 수 있는 정도의 알맞은 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한다. 첫 2차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동차합격도 꼭 남의 일이 아니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올해는 월드컵이 열리는 해이고 지방선거까지 치러지는 등 공부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특히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월드컵 광풍속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파부침주(破釜沈舟·밥 지을 솥을 깨고 돌아갈 배를 가라앉힌다)’의 배수진을 친 결연한 자세로 공부에만 매진해야 진정한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이번 시험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수험생들이 더욱 많다. 소수점 차의 실패로 분루(憤淚)를 삼켜야만 했던 수험생들도 있다. 사법시험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서 진로를 놓고 고민해야 하는 수험생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특히 법조인의 꿈을 버리지 못한 채 사법시험과 로스쿨을 놓고 진퇴양난의 기로에 처한 수험생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한쪽에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이 ‘정원대비 75% 이상’도 모자라 90%까지 올려달라고 로스쿨 학생들은 아우성인데 반해 합격률이 고작 ‘한 자릿수’라는 사법시험에 목매고 있는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울화가 치밀 노릇이다. 내년엔 150명으로 더욱 감축되기 때문에 목까지 조여드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을 터다. 그러나 이런저런 탓으로만 위안을 삼을 수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이래저래 구실만 찾다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제 분명한 것은 하나의 매듭을 뒤로하고 다시 각자의 길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2차 준비를 하든 또 다시 도전을 하든 제3의 길을 가든 초심의 자세로 되돌아가 열정을 쏟아야 희망의 새싹이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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