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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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동북아시아 민족주의의 강화를 보는 시각(2)
  • 신희섭
  • 승인 2014.04.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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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최근 일본의 우경화에도 불구하고 위안부문제를 두고 한일간의 공개적인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민족주의의 강화는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배타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민족주의 논리가 강화되면 민족애라는 감정이 자기를 스스로 강화하게 한다. 이러한 ‘정서의 과잉동원’은 정책적으로 민족주의 감정을 약화시킬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기도 한다.

이번 시간에는 지난 시간에 이어 동북아시아 민족주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다룬다.

민족주의의 여러 얼굴들

시민적 관점의 근대적 민족주의가 정치적 결단을 강조하는 입장이라면 혈연과 언어 등의 객관적인 조건을 강조하는 입장은 시원론을 가진다. 한국이 가지는 혈연집단의 동일성과 언어의 동질성에 기반을 둔 민족주의는 시원론의 입장을 따른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우리 고유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개념적으로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항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일본으로부터 학습하여 사용한 민족주의 개념은 일본이 후발 자본주의국가인 독일의 민족주의를 모방한 것이다. 독일은 민족주의를 이용하여 자본가와 농업귀족들 사이의 이익을 지켜주는 동시에 산업화과정에서 노동자들을 하나의 독일인으로 받아들이게 만들면서 국가를 강화하였다. 따라서 한국이 쓰고 있는 민족주의라는 것의 수입경로는 ‘독일⇨일본⇨한국’이 된다.

물론 한반도에 살고 있던 조선이전부터의 사람들은 언어의 유사성과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면서 살고 있었고 이러한 공유된 기억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존재했다. 이것과 별개로 민족주의라는 근대적인 개념과 정치적 동원기제는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만들어졌던 것이다. 계급적 구분이 지배자와 피지배자로 구분되어 있을 때 이 계급적 구분을 정당화하는 유교적 이념 등이 민족주의를 대체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근대에 들어와서 지배당하고 있는 ‘우리’라는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서 일본이라는 타자와의 구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민족주의는 배타성을 기반으로 하여 우리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더 강했다. 이것은 계급적 타협으로서 내적인 소속감을 강화하면서 정치구성원의 신분을 확대해나간 유럽의 민족주의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민족주의가 만들어진 내부적 맥락의 차이는 민족주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와 어떤 방식으로 이용하는 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족주의의 유형의 구분에 있어서 민족주의의 핵심을 ‘정서’로 보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쪽에 지식인들에 의해서 지향된 삶의 방식인 ‘이데올로기’로 보는 입장이 있다. 또 다른 입장으로는 정치엘리트에 의한 동원이라는 점에서 ‘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이것은 민족주의의 핵심과도 연관되어 진다. 민족주의의 사회적인 면에서 문화를 강조하는 입장은 민족주의가 가지는 정체성과 신화와 기억을 강조한다. 한국에서 백의민족이나 단군을 시조로 하는 5000년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신화를 역사의 저장 공간에 두는 것이다. 반면에 민족주의의 근대성에 초점을 두면 산업구조라는 경제적 요인을 강조하게 된다. 특히 인쇄자본주의산업의 발전이 형성되고 지방언어에 가까운 자국어를 통해서 유럽 국가들이 보편적인 언어로 되어 있던 성경을 해석함으로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아가게 된 것이 민족주의라는 자의식공동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언어를 매개로 한 우리와 타자의 구분을 하나의 이념으로 강조한 입장과 달리 정치를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엘리트들이 민족주의를 정치적으로 동원한 것에 의미를 둔다. 융커라는 토지귀족과 철강생산업자로 대표되는 산업자본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높은 곡물가격을 지켜주고 산업화시기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을 저지해야 하는 두 가지 양립하기 어려운 목적달성을 위해서 독일에서 민족주의는 공동체의식을 만들어내면서 계급적 대립의식을 약화하고 과거의 기억을 불러서 독일민족의 위대성을 일깨움으로서 현재 삶의 고통을 망각하게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지도자들이 정치적으로 민족의식을 창조하고 민족주의를 이용했다.

이러한 구분 역시 민족주의를 이용해야 했던 시점과 민족주의가 근대적으로 불러일으켜 지기 직전의 전근대적인 상황으로서 혈족집단과 언어의 공유 정도 등에 의해 맥락 지어진 것이다. 즉 사전의 맥락이 어떤지에 따라 근대적 민족주의가 동원되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이러한 근대론과 전근대로의 절충적인 입장에 따르면 문화적 족집단인 ethnie가 정치적 공동체가 되는 nation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강조하게 된다.

복잡한 민족주의를 구분하여 사회과학적인 의미를 규정하고자 하는 이론가들의 노력은 민족주의를 다시 두 유형으로 구분한다. 이러한 구분은 정치적 단위인 국가에 대해 민족주의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먼저 ‘국가 전복적 민족주의’ 혹은 ‘국가 파괴적 민족주의’는 족(ethnie)중심주의로 현재 국가라는 영토로부터 자신들의 족집단의 분리를 꾀한다. 대표적으로 유혈사태 속에서 분할된 유고의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중국의 신장, 위구르지역과 러시아의 체첸지역과 이번에 문제가 된 우크라이나의 크림자치공화국을 들 수 있다. 반면에 ‘국가 강화적 민족주의’는 민족을 구성하여 영토국가와 민족국가를 동시에 구축하려는 주의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혁명기 프랑스와 독립혁명을 통해 국가를 구축한 미국을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 구분법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두 개의 개념이 반드시 일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편견을 무너뜨린다. 영토적 공간인 국가, 법적이고 실체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국가와 달리 정서이자 언어 등의 정체성의 실체인 민족은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국민과 민족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귀화를 한 경우에 국가의 소속원으로서 국민은 될 수 있지만 혈연적인 의미로서 이해되는 민족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다른 구분은 ‘통합적 민족주의’ 혹은 제국주의를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와 ‘저항적 민족주의’이다. 통합적 민족주의의는 유럽의 제국주의와 관계된다. 산업화가 심화되는 과정에 있었던 19세기 후반 유럽은 민족주의를 통해서 노동자를 국민구성원의 범위 내로 포괄하였다. 민족주의를 통해서 민족구성원과 국민구성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본과 노동간의 이해는 상충하게 된다. 노동자를 중시하게 되면 임금상승의 압박으로 자본가들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본가들의 이익을 중시할 경우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유럽의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국가들은 이렇게 상충하게 된 이해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해외식민지구축과 시장확대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따라서 1870년대 이후 유럽 국가들이 제국주의화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한쪽에 빛이 있으면 다른 한쪽은 그림자가 지기 마련이다. 제국주의로 나간 국가들이 있으면 이에 저항하는 국가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해서 피식민지국가들에서는 저항적 민족주의가 생성된다. 저항적 민족주의는 식민지화된 국가들에서 나타난 민족주의의 형태로 저항을 위해서 제국적 지배에 대한 반박의 논리를 구축하게 된다. 민족개념이 필요한 나라들은 정치적 선택으로는 식민지지배에 거부를 명확히 나타낼 수 없었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성격이 필요했기에 언어와 혈연과 종족주의 등을 이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들의 역사적 특수성을 부각하기 위해서 저항의 중심층에 있는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하여 위로부터 민족주의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특수성에 기반을 두고 자신들의 자유를 부르짖게 되는 저항적 민족주의는 식민세력에 대한 배타의식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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