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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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학교육의 정상화와 로스쿨
  • 성낙인
  • 승인 2014.04.04 12:2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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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로스쿨은 논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2천명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미해결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미 졸업한 이들의 미취업 또한 심각한 양상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로스쿨을 졸업하고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과거 변호사자격만으로 생업에 지장이 없던 시절의 타성을 벗어나기 쉽지 않은 측면 또한 도사리고 있다. 이른바 직업의 형평화 현상의 결과로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의사·변호사·회계사 등과 같은 소위 사자 직업군은 인생에서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실패하지 않는 직업군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자격만으로 평생을 버텨나갈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다른 직업이나 직종과 비슷한 경력과 경륜을 갖춘 이들과 함께 경쟁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모든 직업군에서 경쟁에서 낙오하는 이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분발을 촉구하면서도 힘들고 어려운 공부를 마친 법학도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여전히 안타깝기 그지없다.

말도 많고 비판도 많은 로스쿨 제도이지만 그래도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희망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대학 학부교육의 정상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어쩌면 정상일지 모르지만 부수적 현상이 나타난다. 20년 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가 대폭 늘어나면서 대학은 온통 사법시험 열풍이 몰아 쳤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사법시험 합격자 숫자에서 법대 출신과 비법대 출신이 엇비슷했으니 말이다. 인문사회계열의 우수한 인재들이 사법시험 공부에 매달리면서 학부교육의 비상이 걸렸다. 필자는 헌법강의를 하면서 기말고사시간을 수업시간과 달리 편성하였다가 일부 과에서는 강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그 다음부터는 반드시 강의시간에 맞춰서 시험시간을 설정한 에피소드까지 있다.

그런데 로스쿨이 되면서 학생들이 학부 수업에 매우 열심히 하는 현상이 감지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스쿨을 비롯한 학부 졸업 이후의 진로 선택에서 학부 성적이 매우 중요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각 직장에서도 학부 성적을 중히 여길 뿐 아니라 로스쿨 진학에서도 학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일반대학원뿐 아니라 로스쿨이나 메디칼스쿨과 같은 전문대학원에서 대우받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기업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학에서 열심히 수학한 학생을 우대한다고 해서 시비의 대상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생활을 방만하게 했던 선배들의 세대나 대학생활을 온통 고시공부로 점철되었던 최근의 양상에서 대학이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비정상의 정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에 따른 부작용도 없는 바는 아니다. 학점 인플레 현상으로 대학마다 몸살을 앓는다. 심지어 로스쿨에서는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상대평가제로 인하여 로스쿨의 특성이 무력화되는 현상까지 초래되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학점의 노예화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대학의 본성인 인간성회복과 인간존엄과 같은 인성연마에 대한 논의가 점차 희석되어 간다는 점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대학시절에 질풍노도와 같은 삶을 살아가면서 대학이 무엇인지, 진리가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사회가 무엇인지, 정의가 무엇인지 등등의 담론을 논하면서 밤을 지새우는 날들이 이어졌던 과거의 대학가와는 전혀 다른 살얼음 풍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대학의 풍경은 우리나라에 한정된 것이 아니고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는 하다.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그와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어 간다. 그래도 지성인이면 대학정신에 바탕을 둔 삶과 인생을 논하면서 날밤을 새우는 토론의 장이 차츰 멀어져 간다는 점에서 아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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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도 가지가지네 2014-04-05 06:57:07
비법학도들이 사시에 메달리는 현상들이 사법시험때문인가? 학부때 사시공부하면서 널널하게 졸업할수 있다는게 한국대학들의 비정상적인 학사관리 때문아닌가? 선진국에선 이런 비정상적인 학사관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다.고로, 되도 않게 사시탓을 하지말고 한눈팔면 바로 학사경고,유급될정도로 학사관리나 제대로 해야된다.

신머루 2014-04-04 17:00:20
대학생이 학점의 노예가 되어 좋다는 말씀인지 나쁘다는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뒷북도 가지가지네 2014-04-05 06:57:07
비법학도들이 사시에 메달리는 현상들이 사법시험때문인가? 학부때 사시공부하면서 널널하게 졸업할수 있다는게 한국대학들의 비정상적인 학사관리 때문아닌가? 선진국에선 이런 비정상적인 학사관리를 한다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없다.고로, 되도 않게 사시탓을 하지말고 한눈팔면 바로 학사경고,유급될정도로 학사관리나 제대로 해야된다.

신머루 2014-04-04 17:00:20
대학생이 학점의 노예가 되어 좋다는 말씀인지 나쁘다는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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