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일본의 무기수출3원칙 변경과 동북아시아의 안보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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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일본의 무기수출3원칙 변경과 동북아시아의 안보딜레마
  • 신희섭
  • 승인 2014.04.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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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년 4월 1일 일본이 ‘무기수출3원칙’을 ‘방위장비이전 3원칙’으로 수정했다. 1967년에 사토 에이사쿠총리가 수립한 무기 3원칙은 공산권국가와 유엔결의에 따라 무기금수가 취해진 나라와 국제분쟁당사국과 그 우려가 있는 나라에 대해 무기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아베총리는 ‘무기’라는 용어를 ‘방위장비’로 바꾸어서 3가지의 경우를 조건으로 달고 무기 수출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3가지 요건은 분쟁당사국이나 유엔결의에 위반한 경우에 수출을 하지 않는 것과 이전을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해서 엄격하게 심사하고 정보를 공개한다는 것과 목적 외의 사용이나 제 3국의 이전은 적정관리가 확보될 경우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과거 ‘무기수출 3원칙’이 수출을 금지하는 쪽이었다면 이번 ‘방위장비이전 3원칙’은 수출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명분을 대고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꾼 것이다.

일본이 무기수출을 하겠다는 것은 아베정권의 경제적 목적과 민족주의를 이용하는 목적에 부합한다. 이번 조치에는 너무나 오래 지속되고 있는 “잃어버린”시기와 후쿠시마원전사고의 후유증으로 인해 침체되어 있는 일본 경제를 살리는데 무기 수출이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있다. 일본의 군사기술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일본시장만을 대상으로 무기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무기를 공동개발하고 이것을 해외에 판다고 하면 크지는 않지만 일본 군수산업분야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질 것이다. 탈냉전으로 전세계 무기 시장 자체에서 수요가 크지 않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이미 장악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판매금액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지만 일본의 몇 분야에서의 기술력은 다른 국가들의 관심 사안이 될 것이다.

이번 정책변경은 경제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일본의 민족주의를 자극하여 일본 정치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경화는 일본이 쇠퇴하는 국가(declining state)로서 가지는 우울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은 과거 전성기를 지나가면서 중국에 빠른 속도로 추월당하고 있다. 세계경제 2위의 자리를 넘겨주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군사력에서도 중국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과거의 영광을 희구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정한 일본의 지리적 조건은 지속적인 불안감을 가져다주면서 일본의 불안을 강화한다. 높은 물가와 낮은 성장률과 함께 고령화된 인구는 정확하게 일본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미래가 밝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공동체를 운영하는데 있어 아베는 민족주의를 구심점으로 하여 국가의 동력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일본 민족주의는 일본의 편협한 역사 인식과 혈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이러한 집착은 자민족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한편 과거지향적인 낭만주의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민족주의를 배운 프로이센 독일의 낭만주의경향은 일본으로 하여금 과거 역사를 통해서 민족을 발명하게 만들었다. 일본이 천황제와 관련해서 자신들의 특별한 역사나 1905년 러일전쟁의 승리나 근대화의 성공이나 1938년 이후 대동아공영권의 제국역사는 지금 약해지고 있는 일본과는 다른 일본을 일본인들 머리에 심어주는 것이다. 현실정치에서 무엇이 되었거나 하나의 구심점이 생긴다는 것은 지도자에게 매력적인 일이고 아베는 이를 자신의 집안과 연결하여 잘 이용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외조부는 기시 노부스케로 일본의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또한 기시 노부스케의 동생은 사토 에이사쿠 총리이다. 앞서 무기 3원칙을 수립한 인물이라는 점은 이 집안의 아이러니이다. 아베 신조 현총리의 아버지는 아베 신타로로 그는 일본의 외무상을 지낸 인물이다. 외가가 유력한 정치인 집안이고 그 영향으로 자신의 아버지도 정치에 입문하였다는 점은 아베 신조가 일본에서 현재의 위치에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현재 일본 엘리트의 60%이상이 메이지시절 막부체제에서 근대체제로 전환한 무신 가문출신이라는 점과 연관해서 볼 때 현재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와도 가족관계를 통해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사토 에이사쿠와 아베 신타로가 사적인 자리에서 자신들이 조선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는 점을 종종 밝혔다고 한 것에 비해 아베 신조는 이러한 자신들의 조상들의 정체성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가문의 명성만을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아베가 일본의 민족주의라는 집단적인 정서를 이용하면서 일본내에서 활력이나 공동체 유지의 근거를 찾아내려고 하는 점은 평화헌법의 수정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져온다. 집단자위권을 가능하게 헌법해석을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불안을 가져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이다.

일본의 무기 수출이 곧바로 일본의 군국주의나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일본도 자국의 기술을 특정한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타국에 수출을 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을 뿐 아니라 자국의 기술력을 강화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무기수출원칙변경을 보고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안보딜레마’ 현상이다.

안보딜레마는 존 허쯔(J. Herz)가 만든 개념이나 후에 로버트 저비스(R. Jervis)에 의해 체계화되어 연구되었다. 안보딜레마는 한 국가의 안보증진을 위한 노력이 의도하지 않게 타국가의 안보불안을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나라가 자국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취지에서 방어적으로 군사력을 증대하여도 이 무장은 의도하지 않게 타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불안해진 타국은 자신의 안전이 침해되었다고 생각하여 자국의 군사력을 증대하게 된다. 이런 상황은 원래 최초의 무장을 강화한 국가를 불안하게 만들고 이 국가는 다시 무장을 증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무장의 증대는 군사력의 상호상승(escalation) 혹은 군비경쟁(arms race)을 야기하게 된다. 군비경쟁은 결국 최초의 상황보다 모든 국가에게 불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개별적인 국가들의 합리적 행동이 전체적으로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마치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상황과 같아지는 것이다. 죄수들의 이기심에 의해서 결국 죄수들이 협력보다는 배신을 하게 된다는 이 논리는 국가들이 상호협력하기 보다는 배신을 선택하여 사회적 효용이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저비스는 안보딜레마를 가져오는 요인들을 몇 가지 제시하였다. 군사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이나 지정학에서 방어에 불리한 지형의 문제나 군대의 규모와 군대를 배치한 방법이나 공세적 외교와 같은 외교행위의 유형이나 과도한 민족주의와 애국심이나 국가가 사회에서 얼마나 자원을 추출할 능력이 있는가와 같은 요소들은 국가들의 안보딜레마라는 불안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이러한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저비스는 안보정책에 있어서 국가가 방어위주의 전략과 방어무기를 구비할 경우 타국을 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상대방의 공격하려는 취지를 알아낼 수 있는 탐지능력과 같은 공격과 수비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역시 안보딜레마를 덜 느끼게 한다고 보았다.

일본우경화의 한 축으로서 군사력을 강화하거나 군사기술을 외부로 수출하고자 하는 것 역시 한국에게는 안보의 불안을 가져온다. 일본이 과거처럼 공격적인 취지에서 군사력을 늘리는지 아니면 방어적이고 국내정치용으로 군사력에 집중하는지와 관계없이 한국은 자국안보에 대해 불안을 느낀다. 저비스의 주장처럼 일본이 방어용무기를 구비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함으로서 주변국가의 우려를 줄이고 레이더와 위성기술로 일본의 군사력 배치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해도 한국이 여전히 불안한 시각으로 일본을 보는 것은 단지 군사력을 어떻게 배치하는가에 따라 안보딜레마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준다. 일본이 과거를 부정하고 역사의 반성을 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일본에 대한 정체성에 있어서 여전히 적대적인 인식으로 일본을 보게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그림자(shadow of past)’가 한국인들에게 일본을 보게 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이다. 언제 한-일은 미래의 그림자를 가지고 미래를 그리게 될 것인가? 역사의 전향적 자세 없이 일본이 이 지역에서 리더로서 기능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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