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스쿨 정상화의 걸림돌이 과연 ‘사시존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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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스쿨 정상화의 걸림돌이 과연 ‘사시존치’일까?
  • 법률저널
  • 승인 2014.03.28 12:47
  • 댓글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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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7년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면서 사법시험을 변호사시험과 병행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3월 7일 함진규 새누리당 의원(대표 발의)을 포함한 의원 10명이 사시 존치와 관련한 변호사시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에 앞선 2월에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법제사법위원장) 또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도 변호사시험을 칠 자격을 주는 이른바 ‘변호사 예비시험제도’와 관련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 지난 3월 20일에는 대한변호사협회와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신규법조인 양성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부제: 사법시험 병행 필요한가)’를 개최하면서 사시존치를 위한 여론의 공감대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하기 보다는 로스쿨과 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확산되는 것은 당초 기대와는 달리 로스쿨에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고비용 구조다. 사립대 로스쿨 연간 등록비가 2,000만원을 훨씬 넘고, 부대비용과 기회비용까지 합치면 로스쿨 3년 동안 1∼2억 원 이상 소요된다. 이마저도 매년 오르고 있는 반면 장학금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가난한 집안은 물론 중산층에게도 비싼 학비는 큰 진입장벽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로스쿨 전형에서 출신 대학과 면접을 중시하다 보니 스펙이 변변치 못한 인재들은 로스쿨에 들어가기 어렵다. 자연히 로스쿨은 집안 좋은 애들이나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게다가 로스쿨 서열화가 심각하여 지방대 로스쿨 출신들의 좋은 일자리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무엇보다 로스쿨의 문제는 3년이라는 짧은 교육기간이다. 사법시험은 대부분 법학 전공에다 시험준비와 사법연수원 교육과정까지 합쳐 최소 5∼6년을 거쳐 법조인이 되는 반면 로스쿨은 3년 속성으로 끝낸다. 여기에 사법연수원에서 2년 동안 배우던 실무교육까지 포함하고 있다. 그것도 사법시험과는 반대로 법학 비전공자가 훨씬 많다는 점이다. 수업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가다보니 토론은커녕 제대로 배우지 못해 독학으로 내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로스쿨이 내세웠던 ‘양질의 법률서비스와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률가 양성’은 고사하고, 그저 허울뿐인 법률가를 키워내기에도 벅찬 시간이다.

더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법과대학 교육을 망친 교수들이 간판만 바꿔단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로스쿨 교수들은 정규교육 없이 시험으로 변호사를 선발하겠다는 발상은 원칙의 차원에서 결코 수용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교육을 통한 양질의 법조인을 키워내야 하는 것은 당위이다. 시험은 그저 하나의 단계일 뿐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로스쿨에서 그토록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을 주창하는 교수들은 누구인가? 바로 법과대학 교육을 망친 장본인들이 아닌가? 법조인이 되겠다고 청운의 꿈을 안고 법과대학에 들어온 우수한 인재들을 학원으로 내몬 것은 과연 누구인가? 연간 수백만 원의 돈을 내고 법과대학에 들어왔지만 막상 배울 것이 없다보니 학원비까지 대가며 강사를 쫓고 강사의 책을 찾는 것이 아닌가? 법과대학에서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학생들이 왜 값비싼 학원을 찾겠는가? 교수들은 사법시험제도를 탓한다. 이것은 ‘무능한 직공이 연장을 나무란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왜 로스쿨에서 과거 법과대학의 전철을 밟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교수진이 크게 바뀌지 않은 탓이다. 많게는 연간 수천만 원의 비싼 학비를 내고서도 로스쿨 커리큘럼과 강의 내용이 과거 법과대학 수업과 다를 바 없다. 교수들을 믿을 수 없으니 또 다시 신림동 강사들한테 배우고 있다. 명색이 로스쿨이지만 변변한 교재도 없어 죄다 신림동 강사의 책을 들고 다니는 실정이다. 로스쿨의 근본문제인 교수진의 쇄신 없이는 로스쿨이 망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로스쿨 정상화의 걸림돌은 ‘사시존치’도 아니고 ‘변호사시험’도 아닌 교육을 강조하는 바로 교수 자신들이다. 로스쿨생들은 지금 변호사시험을 걸고 시위할 것이 아니라 로스쿨 정상화의 핵심인 로스쿨 교수의 인적쇄신을 외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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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04-02 10:06:13
학원 강의 빠는 사람이 뭐이리 많아. 학원은 말그대로 시험 특화다. 그럴거면 학원 강사들을 교수로 채용하자고 주장을 해라. 그게 맞는 말이지. 5년에 배우던걸 3년에 못배운다고 누가그러냐? 그럴거면 생동차로 붙은 사시합격자들은 양질의 법조인이 아니겟네? 왜 그들을 추앙하면서 이건 안된다고 하는거지? 그런 인재가 로스쿨에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건 정말 안타깝다. 헛된꿈좀 접자.

ㄷㄷㄷ 2014-03-31 17:00:36
법저의 통찰력에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어찌 이리 좋은 글을 쓰셨는지..
현재의 로스쿨 교수들 대부분을 모두 갈아치워야합니다.

ㅇㅇㅇㅇ 2014-03-30 22:25:07
의대생이 의사면허 따려고 학원다니는거 봤냐? 의대 교수는 그 자체로 최고의 실무가이기 때문에 대학교육을 통한 의사양성에 적합한거다. 그런데 법대 교수가 최고의 실무가냐? 오히려 실무 구경도 못해본 법대교수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법대교수가 마치 의대교수처럼 실무가를 양성할수 있다는식의 주장이 어불성설인 것이다.

로스쿨 2014-03-30 08:50:05
사법시험만큼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인가? 그런 제도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자질없는 법대교수들때문에 학원의 강사들에 밀리고...그러다보니 법대는 망하고 학원은 흥했다. 결국 교수들 무능때문에 법대가 고시학원화된 것이지 사법시험 때문인가? 지금 로스쿨에서 사법시험의 전철을 그래로 따라가는 것은 법대교수가 그대로 로스쿨에 있는한 불가피한 현상이다. 로스쿨이 제대로 갈려면 교수부터 최소 70%이상은 바꿔야

속시원함ㅇㅇ 2014-03-30 05:54:58
어찌그리 옳은 말만 써놓았소~역시 법저요.
무능한 직공이 연장을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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