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크림반도, 힘의 논리, 정의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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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크림반도, 힘의 논리, 정의의 논리
  • 신희섭
  • 승인 2014.03.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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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4년 3월 18일(현지 시각)에 러시아의 푸틴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의 합병을 공식화하는 조약에 서명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강력한 제재에 대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진 푸틴의 결정은 3월 16일에 있었던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의 결과를 바로 인정하고 합병을 받아들인 것이다. 미국과 영국과 독일과 프랑스는 러시아의 조치가 새로운 냉전을 여는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 외에 특별하게 이번 조치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것은 없어 보인다. 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루지야사태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1991년 분열되기 이전 소련의 망령이 다시 돌아오는 것인가?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확장정책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단지 한 번으로 끝나게 될 에피소드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부강해지고 있는 러시아가 다시 세계의 극성(polarity)을 이루게 되는 예지몽이 될 것인가? 한 가지 사건으로 너무 많은 의미를 담아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과잉예측(over-prediction)이 될 것이다. 예측은 부족한 인간의 지력의 산물이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앞을 내다보고자 바람은 미래를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이다.

미래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수 많은 이들의 예측이 나올 것이다. 그 의견들은 각 자 역사적 요인, 지리적 조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치적 조건이나 현재 핵시대의 국제적인 상황과 푸틴의 개인적인 특성과 러시아 지도력의 요인들을 들러 그 근거를 찾아낼 것이다. 이러한 주장들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조금의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된다. 다른 말로 미래에 대한 예측보다 지금 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 사태의 당위적 분석을 돕는 것이 더 클 것이다.

그렇다고 할 때 과도한 미래예측보다 우리는 이 사태가 왜 발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과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 지역이 중요하게 된 이유는 지정학적 요인이 크다. 크림 반도는 러시아가 오스만터키로부터 300년 전에 전쟁을 통해서 빼앗은 영역이다. 이후 이 지역에 살던 타타르인들에 대한 학살과 인구이동정책이 있었다. 러시아에는 이 지역의 얼지 않는 항구가 절실했다. 이곳을 통해서 지중해로 나갈 수 있었기 때문에 지정학적으로 이 지역이 중요했다. 그런데 소련시절인 1954년에 우크라이나에 넘겨주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소련이 해체되자 러시아는 이 지역을 다시 원했으다. 하지만 이 지역을 획득하지 못하고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에 귀속하는 것과 세바스토폴의 군항을 이용하기는 선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합의를 하였다.

둘째 경제적 이익도 중요하다. 우크라이나는 드네프로강을 중심으로 동과 서로 갈리는데 동쪽은 공업경제가 발전해 있고 서쪽은 농업중심지역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크림자치공화국은 동쪽에 속해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서방으로 가는 가스파이프라인이 지나가는 곳이다. 러시아는 동쪽의 공업지대와 지역자원에 대한 전략적인 고려에서 서방국가들은 안정적인 가스공급과 친서방국가의 유지라는 점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2008년에 IMF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았지만 다시 경제위기가 도래하여 채무불이행단계에 도달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는 먼저 EU의 지원약속을 받았고 이후 영향력 확보를 노린 러시아의 지원 약속을 받게 되었다. 야누코비치 정권은 러시아로 돌아서게 되자 민중들의 혁명이 일어났고 친서방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게 되었고 이에 반발한 친러시아계의 크림 자치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서 러시아합병을 결정한 것이다.

세 번째 중요한 요인은 성장하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확장정책이다. 러시아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며 그 중심에 푸틴이 있다. 러시아의 영광을 재현하는 방법은 과거 얼룩진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크림자치공화국에 대한 급속하고 강경한 정책결정에는 과거 영광을 희구하는 러시아인들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푸틴의 정치적 결정이 있다. 게다가 영토문제는 민족주의를 자극하기에 최적의 카드이다. 크림 자치공화국을 미국과 유럽의 영향력에서 벋어나게 하면서 러시아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러시아의 높아진 민족자존심을 드러내고 국민들의 지지를 결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크림 자치공화국의 주민투표와 그에 대응한 즉각적인 합병결정은 바람직한 것일까? 3월 16일 크림자치공화국에서 보여준 투표에서는 80%이상의 투표율과 95%이상의 찬성이 나왔다. 크림 자치공화국이 이렇게 높은 러시아 합병의지를 보이자 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합병을 했다. 이것은 두 가지 점에서 법을 위반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헌법을 위반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조약을 위반 한 것이다. 부다페스트 조약은 우크라이나의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을 약속한 조약이다. 법적인 문제이외에 다른 문제는 없는 것일까? 크림자치공화국 인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하는 다른 기준은 없는 것일까? 힘의 논리말고 정의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논리는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자유(liberty), 안정(stability), 족주의(ethnicism)와 현상유지라는 세 가지 기준을 통해서 살펴본다. 첫째, 자유의 관점부터 다루어보자. 표면적으로 크림인들의 결정은 크림 자치공화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간섭의 배제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자기공동체의 운명을 외부의 세력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자유라는 기준에 부합한다. 이러한 자유는 ‘간섭의 배제’라는 점에서 소극적 자유이다. 외부세력에 의한 결정을 배제하는 것은 (외부세력의)자의성 배제이자 자기결정의 확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문제점이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의 인구는 대략 200만이고 이중 58%가 러시아인이다. 그리고 24%는 우크라이나 인으로 이들은 친러성향이다. 원래 이 지역의 주민은 크림 타타르인으로 이들은 인구의 12%정도를 차지한다. 인구수는 20만이 조금 넘는다. 과거 제정러시아시절에도 인구이주 정책이 있었고 스탈린 시절인 1944년에도 민족동화정책 차원에서 밭갈이 형식으로 인구분포가 바뀌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지역은 인구동화정책으로 인해 러시아인구가 많게 되었고 이번 결정은 주 인구 층을 이룬 러시아인들과 친러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결정한 것이다.

이 상황을 비유하지면 일제시대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고 일본인들을 제주에 보낸뒤에 원 거주민들을 일본 본토로 보내 인종동화정책을 수행한 뒤에 해방되어 대한민국인 된 제주를 다수의 일본인의 표를 주민투표에서 동원하는 방법과 강력한 일본의 군사력의 위협이라는 방법을 동원하여 제주를 독립하게 하여 일본에 귀속시킨 것과 유사하다. 원래 크림 자치공화국 영토의 주인들은 소수이기 때문에 이들이 과연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와 러시아귀속을 원하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주인들인 이들 타타르인들에게는 정치체제결정에 대한 원래 이방인들인 러시아인들의 임의적인 간섭과 개입이 될 수 있다.

둘째, 안보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 부다페스트 협정에서 안전을 약속받고 자국이 소련붕괴로 인해 가지게 된 1900개정도의 전략핵탄두를 포기했다. 이번 사태이후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강경파가 다시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약속붕괴에 따른 자괴감에 기인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후 다른 핵야망(nuclear-aspiring) 국가들을 자극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북한으로 하여금 더 핵보유를 포기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보라는 기준으로 볼 때도 크림자치공화국의 합병은 국제정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셋째, 족주의와 현상유지의 관점으로 볼 수 있다.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인들처럼 문화적 종족(ethnie)이 같다는 이유로 정치공동체구성을 바꾸게 된다면 전세계는 새로운 국가구성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전세계에는 3000개가 넘는 족집단이 있고 국민국가(nation-state)를 이루면서 공존하는 나라는 200개에 불과하고 이 나라들 중에서도 10여개만이 일민족국가(one ethnie-one nation state)이다. 대표적으로 나이지리아는 250개의 종족(ethnie)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족주의(ethnicism) 혹은 민족주의(nationalism)를 이용해서 종족들을 거주 국가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은 국제사회의 복잡한 인종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다.

러시아 푸틴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준들에서 이번 크림공화국의 인수는 국제사회에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던 때처럼 힘의 논리가 정의의 논리를 뛰어넘는 중대한 사건 앞에 서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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