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한글화 조속히 마무리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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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한글화 조속히 마무리돼야
  • 법률저널
  • 승인 2003.10.1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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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마찬가지지만 훈민정음이 제정 반포된 지 557돌이 되는 올해 한글날 역시 서글픈 심정으로 맞았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4천여개의 언어중 문자로 적힐 수 있는 것은 40여개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한글은 가장 발달된 음소문자로 온 세계가 한글의 우수성에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으나 정작 이 나라에서는 한글이 홀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방송은 외래어가 범람하고 특히 인터넷은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가 판을 치고 뜻과 발음이 어법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일반적인 관행과도 동떨어진 신조어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 겨레의 자존심인 한글을 우리 스스로 홀대하고 훼손하고 있는 꼴이다.

유네스코는 훈민정음을 세계 기록문화 유산으로 지정하고 세종대왕 탄일을 세계문맹퇴치의 날로 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는 조상이 물려준 이 귀중한 유산을 갈고 닦기는 커녕  잘못 쓰고 학대하는 일을 마다 않고 있으니 최근 한국언어문화연구원의 국어능력 측정시험결과 한국인의 국어능력이 100점 만점에 평균 58.26점 밖에 안된다고 혀를 찰 일도 아니다. 한글오염의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그 위험수위를 넘었다. 청와대나 정부기관의 외래어 남용이 비판받을 정도이니 그 심각한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거리의 간판에도 국적불명의 한글이 춤춘다. 신문과 방송언어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행히 수년전부터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정하자는 뜻깊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와 맞물려 휴일을 늘리지 않으려는 경제정책 탓에 국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한글날을 다시 국경일로 환원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하는 것은 단순히 하루 노느냐 마느냐 하는 공휴일 여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살릴 수 있는 상징적인 날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물론 한글날만 국경일로 환원한다고 해서 한글이 저절로 갈고 닦여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가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육성정책과 국민들의 바른 사용이 따라야 한다.

우리는 이번 한글날을 계기로 법률의 한글화도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하루속히 처리돼야 한다. 법안은 민법 등 중·장기적 연구를 거쳐 점진적으로 한글화해야 할 일부 법률을 제외한 모든 법률은 한글로 표기하되, 한글 표기시 올바른 뜻의 전달이 곤란하거나 여러 의미로 해석돼 혼란의 우려가 있는 용어는 괄호안에 한자를 함께 쓰도록 했다. 나아가 최근 국회 사무처가 법률용어와 법률안의 표준화 기준을 마련, 입법실무 지침으로 시행한다는 소식은 반가운 일이다. 법률 한글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이 한자 용어를 한글로 전환하는데 그친데 반해 이번 지침은 법률용어의 순화, 법문표현의 통일 및 새로운 입법모델 개발까지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앞으로 법률용어 순화 지침이 국회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국가적 차원의 단일한 기준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그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법률 한글화 추진이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이 알리고 한글을 더욱 품격있는 언어로 발전시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라는 명목으로 외국의 말과 글이 밀물처럼 쏟아지는 요즘, 우리말과 글이 일상생활이나 법률생활에 뿌리내리도록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더이상 서글픈 한글날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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