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행학습 금지, 신중하게 접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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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선행학습 금지, 신중하게 접근하자
  • 김현
  • 승인 2014.03.1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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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사위원회를 통과했으며, 곧 국회 본회의도 통과해 오는 가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에 의하면, 해당 학년 교육과정을 벗어난 내용을 가르치거나 시험문제로 출제하면 교사와 학교가 징계를 받고, 대학도 고교 과정을 넘는 내용을 입시에 출제하면 규제를 받는다. 학교수업의 내실을 다지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취지이나, 그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해 논란이 있다.

어디서부터 선행학습이고 어디까지가 예습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외국어를 습득하려는 목적으로 교과과정보다 고차원적인 영어를 배운다고 하여 그것을 선행학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법안은 학교만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을 뿐 정작 사교육의 진원지인 학원은 실질적으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학원의 경우 선행학습을 광고 또는 선전하지 못한다는 규정만이 있을 뿐, 이를 위반하더라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 만약 이에 대한 처벌 규정이 있더라도, 광고 없이 선행학습이 가능한 학원을 찾아가면 되므로 선행학습 광고를 금지하는 것은 학원의 선행학습 근절 방안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사교육 경감 효과가 크지 않은 이 법안이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를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행교육을 규제함으로써 학생의 ‘학습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퇴색시킬 수도 있다.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극대화하여 개인에게는 자기완성의 기회와 성취감을 부여하고, 개인의 우수한 능력이 사회와 국가에 기여함으로써 사회와 국가가 한 단계 발전하고 인류의 발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본다. 우수한 능력이 잠재된 사람이라도 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려면 적정한 자극이 필요한데, 적절한 경쟁은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유용한 촉매제이다. 세계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는 어릴 때부터 잠재력을 알아 본 주위의 지원과 더불어 전세계 일류 선수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최고가 될 수 있었다. 만약 김연아의 재능을 무시하고 나이에 맞는 기술만 습득하도록 했거나, 김연아를 자극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김연아가 없었을 것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살 길은 인재를 끊임없이 육성하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슈퍼 엘리트를 양성해 기존의 발상을 전환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발해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공부를 제한하려는 방법의 모색보다는 창의적 교육 방법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다. 공부하는 것을 제한하기 보다는 장려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법안은 공부하려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러다 보니 공부를 많이 하고 잘 하려는 시도마저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제한 위주의 정책으론 창의적 인재 발굴이 어려울 수 있다.

정부가 개인의 학습방법 및 목표를 통제하는 것은 최소한이어야 한다. 개인의 학습 방법은 개인의 선택이므로, 정부가 할 일은 경쟁의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감독하는 것이고 선의의 경쟁 자체를 가로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경쟁에 뒤처지는 학생들을 지원해 정상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해야지 우수한 학생을 끌어내려 실력을 저하시킨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적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은 상호 보완하여 학생의 잠재력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고, 심화교육이 가져올 수 있는 사소한 부작용에 얽매여 만에 하나라도 영재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다.

선행학습 금지법이 시행된다면 시험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결국 지식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학교측은 변별력이 높은 다른 입시 유형을 선택할 것이고 이것이 오히려 경쟁을 더욱 부추길 개연성이 있다.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전적으로 찬동하나, 한편으로 수준 높은 교육의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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