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시험 1차 또다시 ‘속독시험’ 오명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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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시험 1차 또다시 ‘속독시험’ 오명 쓰나
  • 법률저널
  • 승인 2014.02.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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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도 제56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이 22일 막을 내렸다. 고되고 혹독한 좁은 길을 스스로 선택해 오르지 합격을 위해 시종일관 최선을 다했기에 아름다운 것이고, 바라는 목표도 이룰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험을 잘 보고 못 보고는 둘째고 극도의 긴장 속에 고된 수험생활을 버텨낸 그 자체만으로 모든 수험생들에게 격려와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바늘구멍’이 돼 버린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뛰고 또 뛰었던 수험생들이 마지막 힘까지 짜내서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소식만이 기다릴 것으로 우리는 수험생들 가족과 함께 굳게 믿는다. 특히 올해 선발인원이 200명으로 크게 감축됨에도 흔들리지 않고 뜻을 이루기 위해 앞만 보고 달음박질한 수험생들 모두에게 건승을 빈다.

올해 사법시험 제1차시험의 출제방향은 전반적으로 옳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판례문제도 단순히 사건의 결론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이유부분의 내용을 묻는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다는 점은 바람직하고 본다. 또한 객관식문제에서 사례형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헌법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인 헌법해석과 관련한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형법에선 ‘이론과 판례 조합’ 문제와 ‘조문과 판례의 조합’ 문제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바람직하다. 올해 가장 높은 난이도로 손꼽히는 민법도 사례문제가 조금 지나치다는 면도 있지만 사례문제가 하나의 쟁점을 중심으로 한 단순 사례 문제가 아니고, 여러 쟁점을 아우르고 민법 전반의 이해를 필요로 하는 종합사례의 문제가 늘었다는 점은 다소 고무적이다.

하지만 지문이 길어지는 등 문제의 분량이 크게 늘어나 ‘속독시험’이라는 오명을 또 다시 쓰게 된 것은 옥의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난이도 조절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지만 이는 문제의 분량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법률저널이 이번 1차시험의 문제 분량을 조사한 결과, 기본3법의 총 글자 수는 9만7천72자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4.6%p 증가한 수치이며, 분당 글자 수도 403자에서 462자로 크게 증가한 셈이다. 특히 헌법의 글자 수는 3만5천783자로 최근 6년간 가장 많은 글자 수를 기록했다. 분당 글자 수도 452자에서 511자로 크게 증가했다. 답안작성 시간을 제외하면 분당 읽어야 하는 글자 수는 무려 600자에 달할 정도의 속독시험이었다. 형법의 글자 수는 3만396자로 3과목 중 가장 적었지만 전년도(23,215자)에 비해 무려 30.9%p 증가했다.

올해는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200명으로 감축돼 1차 합격자의 수도 크게 줄면서 경쟁률 역시 역대 최고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수험생들은 자칫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문제의 분량도 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현재 7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비해 사법시험의 문제 분량이 터무니없이 많아 오히려 변별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조건 지문이 길다고 변별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사법시험의 출제방식이 법학의 기본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을 측정하는 데 초점을 둔다면 굳이 지금과 같은 과다한 분량은 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문이 짧은 문제를 통해서도 응시자들의 실력을 충분히 평가하고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제에 ‘속기록 시험’, ‘순발력 테스트’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과목당 총 글자 수를 대폭 줄이되 변별력은 높일 수 있도록 출제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이제 ‘화살은 시위를 떠난 상태’다. 이것으로 수험생활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신을 추스르면서 수험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험이 끝난 뒤 소모적인 합격선 논쟁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수험생들은 1차시험 합격자 발표까지 남은 기간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미 끝난 시험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이고, 합격선 논쟁에 매여 있다면 그야말로 허망하기 이를 데 없다. 수험생의 최대의 관심사는 어떻게 최종합격 하느냐이다. 1차든, 2차든, 다른 시험을 준비하든 하루하루가 소중한 수험생활의 연속이라는 차원에서 평소와 같은 수험방향에 따라 행보를 이어가야 본선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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