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법학교육에도 경쟁논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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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법학교육에도 경쟁논리 필요하다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4.02.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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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기자가 사는 마을의 입구, 소위 길목이 좋은 위치에 과일가게가 있었다. 출퇴근을 하다보면 손님들이 끊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았다. 우후죽순 개업되는 숱한 가게들에 비해 청결, 가격, 서비스 등에서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자 역시 불만이 제법 있었고 가급적이면 다소 불편하더라도 인근 다른 가게를 이용하곤 했다.

지난해 이 가게 옆에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 안경점을 하던 가게가 폐업을 하고 대신 그곳에 임시 가게 형식으로 젊은 청년들이 몇 명 입점하더니, 과일을 매우 저렴하면서도 친철하게, 소비자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있는 기존 과일가게는 나날이 손님이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 중순부터는 이 가게에서 과일을 사는 손님을 볼 수 없었고 새 과일가게에는 손님들이 북적였다. 결국 6개월도 넘지 않아 기존 가게는 폐업을 했고 그 이후 3개월이 지나 새 과일가게도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는지, 어느 날 폐업을 했다. 물론 애초부터 임시가게형식으로 운영하는 듯했으니 당연해 보였다.

자유시장경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안주하는 곳은 망하고 새로운 아이템과 친절한 서비스로 무장한 곳은 흥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시장경제적 경쟁이 무조건 좋고 모든 분야에서도 유익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통제관리적 경쟁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도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교육과 의료, 기간산업 등으로 꼽힌다. 완전 경쟁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이 있어야 서비스가 좋아지는 법이다. 고이면 썩기 마련이라는 이치다.

현재 대한민국 법조인력양성을 두고 ‘로스쿨 유일론’과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등 ‘대안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급기야 대한변호사협회 및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입법 청원을 추진했고, 박영선 국회의원은 예비시험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반면 전국 25개 로스쿨과 협의회 및 전국 로스쿨생들은 “모든 문제는 로스쿨제도 내에서 해결할 일”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지난 14일 사단법인 한국법학교수회가 개최한 ‘한국 법학의 위기와 극복’ 세미나에서도 이같은 맞대결 구도가 팽팽하게 재현됐다.

로스쿨측 교수들은 현 로스쿨의 제문제점들을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은 가급적이면 로스쿨제도 내에서 방법을 모색할 것을 주장했고 법과대학측 교수들은 '원천적 불가론'으로 대응하면서 외과적 수술 또는 외부적 수혈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대신 여느 유사한 세미나에 비해서는 매우 신중하고 솔직담백한 토론회였다.

인정할 것을 인정하되 묘안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듯했다. 다만 학부법학이 살아야 한다는 데에는 이구동성이었고 특히 로스쿨 총정원 확대에는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듯했다. 동상이몽일진 몰라도 로스쿨이든 법과대든, 법학교육에서도 어느 정도의 경쟁은 필요하다는 인식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모두가 대한민국 법학교육을 위해 한 솥의 밥은 먹은 학계 동료이자 선·후배들로서, 로스쿨 도입 이후 내편네편 갈라지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까워서라기보다는, 법학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한 의욕과 열정이 제법 진솔하게 묻어난 세미나였던 것 같다. 기자는 이날 세미나를 통해 법학교육에서도 경쟁이 도입되어야 법학발전과 양질의 인재도 배출될 수 있다는 공감대만이, 오리무중으로 치닫는 법인인력양성 논쟁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한 수 배울 수 있었다. 똑같은 이치로, 향후 누구든 제도논의에서 ‘경쟁=인재=대국민사법서비스’라는 등식에 무게를 두고 머리들을 맞대었으면 한다.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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