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판은 나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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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판은 나의 인생
  • 성수제
  • 승인 2014.02.21 11:4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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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제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어느 듯 첫 판사 임관 이래 판사로서 생활한지 20년이 다 되어간다. 인생의 가장 열정적인 30대, 40대 젊은 시절을 판사로서 보냈다. 이제 조만간 50대로 들어선다. 공자는 인생에 있어서 나이 50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여 하늘의 뜻도 알 수 있다는 경지라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이 나이가 되어 겨우 재판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재판이 무엇인지를 깨닫기에는 좀 더 판사로서의 생활을 하여 보고 앞선 길을 가신 훌륭한 선배 판사님들의 조언을 많이 들어보아야 할 것 같다. 그 동안 첫 초임 판사 시절부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재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꼽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신중하면서도 절제된 언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다른 판사에 비하여 형사재판을 많이 하여 온 필자로서는 위와 같은 덕목이 형사재판의 권위를 지키면서도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경험적으로 겨우 깨닫게 되었다. 본디 능력이 부족한지라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깨닫는데 20년 가까이 걸렸다니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나아가 그 동안 필자에게 나타난 재판에서의 큰 변화는 피고인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마음속의 중요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금 생각하여 보면 처음 형사재판을 할 때에는 범죄를 범한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의 의지가 무척이나 강하였다고 생각한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을 하면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재판부를 기망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여 괜히 속으로 화가 치밀기도 하고 그런 피고인이 미워 보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을 하면서 어떠한 이유를 들거나 변명을 하더라도 그렇게 할 만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한 피고인의 태도를 이해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좀 더 기우려 줄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제야 이러한 평범한 덕목을 깨닫게 된 것을 천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돌이켜 볼 때 사법연수원 형사교수를 마치고 작년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발령 받아 형사재판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그 동안 최고 지성인들이라는 사법연수생들을 상대로 너무나 편안한 마음으로 이론 교육에만 전념하다가 막상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사건이 많이 몰리는 중앙법원에서 형사재판 실무를 실제 담당하려니 마음이 여간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속하게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공판준비를 하는 것이 최상의 길이라 생각하고 중앙법원으로 첫 출근하기 전날 공휴일에 미리 사무실로 나와 짐 정리부터 완벽하게 하였다. 첫 출근하여 짐정리부터 하게 되면 정리 도중 여러 가지 행사에 참가하여야 하는 관계로 짐정리가 제대로 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여러모로 마음이 산란해지고 급하여 질 것을 우려하여 첫 출근하기 전에 모든 짐 정리를 마치고 첫 날부터 재판 준비에 매진하고자 함이었다. 왜냐하면 재판에 있어서 재판장이 갖는 마음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고 이를 통하여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이 나오는 것인데, 이를 위하여는 모든 재판 준비를 완벽하게 한 다음 재판에 임하는 것이 최상의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중요 형사재판에서 재판장의 말 한마디가 그대로 실시간 인터넷을 통하여 생중계되는 요즘 재판에서 재판장이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세간의 관심을 끌고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이 실시간으로 나타나는 요즘 그 만큼 재판장의 언행은 신중함과 절제가 배어있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하여 필자는 중요한 형사재판이 잡혀 있다면 재판에 임하기 전에 그 재판에서 할 이야기와 예상되는 주장, 신청 등에 대한 결정 방향 및 그에 대한 피고인 등 소송관계인의 반응을 미리 상정하여 보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처방안 등에 대한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구성한 다음 이를 여러 번 생각하여 보고 재판에 임하곤 하였다. 또한 다음과 같은 나름대로의 형사재판 원칙을 정하여 임하였다. 그런 덕분인지 그래도 작년 1년간 세간의 이목을 끄는 중요사건 들을 별다른 대과(大過)없이 무난히 처리하였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피고인이나 그 부모 자식이 작성하여 재판장에게 보내는 편지는 세심하게 모든 부분을 읽고 보고 특히 피고인이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회한이 담긴 부분은 법정에서 반드시 언급하여 주며 인간적인 공감을 표현하는 것이다. 피고인이 검사나 경찰관이 추궁하는 상태에서 진술을 하는 것과는 달리 피고인이 스스로 작성한 편지에서 피고인의 진심이나 회한을 느끼게 하는 어눌한 표현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부모와 자식 앞에서는 나약해지고 솔직해지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잘못을 한 피고인이라도 그 피고인의 선처를 바라는 편지를 보내는 부모들의 편지를 읽을 때에는 마음이 찡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 편지를 보면 비록 맞춤법은 자유자재였고 문체는 맞지 않지만 그 속에는 어중간한 글쟁이 보다 더 산명하고 사려 깊은 어머니의 표현이 담겨 있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둘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고인이 신청하는 증인은 되도록이면 채택하여 주는 것이다.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이 결과에 승복하기 위하여는 먼저 절차에서 만족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어느 조사 결과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대우를 받을 것까지 바라는 것은 아니며 단지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길 더욱 바란다는 점을 늘 유념하여 피고인에게 조금이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인식을 줄 우려가 있는 증거신청기각 등을 함에는 좀 더 신중하였다.

셋째 법정분위기를 따듯하게 만들 것을 다짐하였다. 형사법정은 늘 언제나 긴장감이 돌고 쌩쌩한 찬바람이 부는 곳으로 일반인이 생각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각을 하게 하는 원인 중에는 일부 재판장의 고압적인 소송지휘 방식이나 매정한 증거신청기각도 한 몫을 하였다고 보인다. 너무나 엄격하고 딱딱한 진행, 늘 굳어 있는 얼굴 표정, 피고인의 잘못한 부분 만 지적하는 발언,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선입견이 담겨 있는 듯한 발언 등으로 인하여 피고인은 늘 형사 재판정이 무섭고 두려운 장소로 여긴다. 그러나 모든 재판정은 그야말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장소이어야 만하고 그러한 장소에서 충분한 진술을 한 피고인만이 그 재판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는 점은 모든 판사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흥분한 피고인이나 당사자에게 큰소리로 제압하기보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진정을 시킬 수 있는 여유 있는 진행을 항상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재판은 인생이다. 그리고 재판을 통하여 수많은 다양한 인생에서 많은 점을 배운다. 이왕이면 나의 인생인 재판을 멋지게 이끌고 싶고 나의 재판에 참여하는 당사자들과 함께 그들의 마음을 얻고, 공감하면서 진정한 중립적 사실 발견자로서 계속 살아가고 그로 인하여 삶의 보람을 찾고 싶다. 그러기 위하여는 항상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완벽한 사전 준비된 인생이 성공을 기약하듯이 재판도 사전 완벽한 준비를 거처야만 성공으로 이끌 어 질 것이다. 다만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과 같이 모나지 않고, 만물을 생장시키는 생명수로 많은 혜택을 주지만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물과 같은 겸손한 마음으로 나의 인생인 재판을 이끌고 싶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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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새끼 2021-11-26 13:15:22
살인범 공범새끼가 어디서

야, 네놈 자식이 그렇게 잔인하게 살인 당하면 그런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형량으로 감행 해줄래?

성수제 이 개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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