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속법 개정안, 재산권 침해 우려된다
상태바
[칼럼] 상속법 개정안, 재산권 침해 우려된다
  • 김현
  • 승인 2014.02.17 1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지난 달 민법개정특별분과위원회가 상속법 개정안을 법무부에 제출했다. 개정안의 요지는 상속재산의 50%를 배우자가 우선적으로 받은 뒤 나머지를 현재의 상속분에 따라 나눈다는 것이다. 이는 고령화가 진행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자녀들에게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를 과거와 같이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으므로 생존한 배우자의 생활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다. 상속문제는 많이 가진 사람이건 적게 가진 사람이건 모두 일생에 한번쯤은 겪을 수 밖에 없는 예민한 문제이기에 개정안에 대한 국민들의 찬반논란이 거세다.

우리 민법이 처음 시행된 1960년에는 호주승계한 장남에게 가장 많은 상속분이 인정되었고 배우자나 다른 자녀의 경우에도 성별과 혼인여부에 따라 상속분이 달리 인정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 민법이 개정되면서 배우자에게 다른 자녀들의 1.5배의 상속분을 인정하고 자녀들은 성별과 혼인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상속분을 인정받게 되었다. 그 후 평균수명이 늘고 핵가족화와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생존배우자의 생활보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2006년에 이번 개정안과 같이 배우자의 상속분을 50%로 하는 법개정이 추진되었으나 많은 비판을 받고 무산되었다. 그럼에도 생존배우자의 생활보장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 하에 과거 비판받았던 문제를 보완하여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평균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예전과 같이 자녀들이 부모를 부양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생존 배우자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상속재산의 일정분을 배우자가 선취하도록 할 필요성을 전면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남편이 먼저 사망하는 경우가 통계적으로 많고 전업주부의 비율이 높으며 일을 하더라도 남성들보다 급여 수준이 낮은 여성들의 경우 남편 사망 후 홀로 남겨질 때 생계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과, 상속재산에 아내가 자녀들을 키우고 가사를 돌보는 노동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개정안과 같이 강제로 전 재산의 50%를 생존배우자가 선취하도록 하는 것은 개인 재산의 처분이나 행사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헌법상 인정되는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현행 민법은 상속이나 유류분에 대한 사전포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상속인이 생전에 배우자로부터 선취권 포기를 약속받더라도 효력이 없으며, 개정안은 피상속인의 유언에 반해서까지 배우자의 선취분을 인정하고 있어 유언으로도 이를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해 상속이 이루어 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피상속인이 생전의 의사나 유언으로 자신의 사후에 상속재산을 사회복지단체나 학교에 기부할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유언에 반해 생존배우자가 50%의 선취권을 주장한다면 명시적인 피상속인의 의사에 반하는 상속재산 분배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이번 개정안에는 배우자에게 우선 상속되는 재산의 대상을 결혼 후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으로 한정하고, 이러한 선취분을 유언과 상관없이 배우자에게 지급하되 혼인 및 별거기간과 사유 등을 참작해서 법원이 배우자의 선취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 규정이 있다.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만을 배우자 선취권의 대상으로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선취분을 법원이 조정할 수 있되 개정안처럼 일률적으로 50%로 하기 보다는 그 비율을 대폭 낮추고 법원이 정하는 선취분 결정기준에 따라 배우자의 생활보장과 관련되는 범위에서만 선취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좋겠다.

사회적 분위기 반영과 생존배우자 생활보장이라는 개정안의 취지가 바람직하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그러한 문제는 사회제도의 개선을 통해 달성해 나가고 그에 대한 보완책으로 상속법의 개정을 일부 도모할 수 있는 것이지, 정부나 사회가 기본적으로 책임져야 할 고령의 국민들에 대한 복지를 국민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