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시험 출제,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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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시험 출제, 세심한 주위가 필요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14.02.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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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2일 치러지는 제56회 사법시험 제1차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들은 인생의 행로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인 만큼 1분 1초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잔인한 2월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마무리가 승패를 좌우하기 때문에 지금은 ‘모 아니면 도’라는 각오로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하지만 시험일은 쏜살같이 다가오는데 스스로 만족할만한 공부를 하지 못해 높은 경쟁률에 지레 겁먹고 지금쯤 ‘이번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하루하루 보내는 수험생들도 있을 터다. 또한 시험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마음만 급해지고 공부에 능률도 오르지 않다보니 자신감을 잃어가는 수험생들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사법시험 잔존기간이 더욱 짧아짐에 따라 빨리 합격해야 한다는 조급증에 짓눌려 집중하지 못하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나름 성실하게 준비를 해왔던 수험생이라면 남은 일주일이 진검승부다. 남은 기간 마무리가 합격으로 가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인 셈이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보듯 바로 결승점 앞에서 순위가 뒤바뀌는 것이 다반사다. 이렇듯 시험이라는 것도 마지막 순간에 큰 변화가 발생하는 일이 드문 일은 아니다. 시험도 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적 변화의 가능성은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몸상태를 잘 관리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빙상 여제’ 이상화 선수가 이번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지난 밴쿠버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금메달 획득에 성공한 것도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법무부도 문제 출제에서부터 검토에 이르기까지 시험출제 과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칫 조그마한 허점만 보이면 이의제기와 행정심판 청구가 봇물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험의 신뢰성을 위해 법무부를 비롯해 출제위원, 검토위원 모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출제오류로 시험의 신뢰성이 훼손된다면 수험생들이 입게되는 시간적·경제적 손실과 행정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추가합격자가 나왔던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고,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의 역할이 막중함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고자 한다.

우선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다양한 해석과 답안이 가능한 문제는 피해야 한다. 특정 교재에 따라 내용의 옳고 그름이 달라지게 되어, 평균적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문제의 정답을 선정함에 혼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견해가 대립되어 있는 내용과 관련된 지문을 시험문제로 출제하는 것은 객관식문제로서 타당성을 잃을 개연성이 크고, 출제 및 정답선정에 있어 가지는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답 시비를 피하기 위하여 판례요지를 그대로 인용하는 방식 위주로 출제해 판례에 대한 암기량을 측정하는 시험이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분쟁유형을 중심으로 확립된 판례와 정립된 학설을 통하여 법률지식의 이해 정도 및 적용능력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또한 ‘속독시험’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문제의 분량도 제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사법시험의 분량이 과다하고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데 이견이 없다. 과다한 분량으로 속독을 배우거나 문제를 푸는 스킬을 익히도록 조장하는 시험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조건 지문이 길다고 변별력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선택과목의 편차를 줄이는데도 힘써야 한다. 최근 선택과목간의 점수 차가 커지면서 과목간의 유불리(有不利)로 수험생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지난해 선택과목 표준점수 최고점과 최하점의 격차는 무려 6.11점에 달했다. 합격권에 총점 1점당 수많은 수험생들이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편차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다. 소수점 차로 불합격한 수험생들은 표준점수제가 선택과목간의 불평등을 시정하기 위해 나온 제도인데 오히려 더 불평등해진 것 같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올해는 이런 불만이 사라지도록 선택과목 출제위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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