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3)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3)
  • 신희섭
  • 승인 2014.02.17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도 답안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겠다. 먼저 글 전체의 분량조절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답안은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을 구체화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에 맞추어서 설명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분량을 고려하는 것이다.

답안에서 글의 분량이 너무 길어지면 곤란하다. 누군가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100점짜리 시험에 10페이지로 답안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대략 50점이면 5페이지를 넘지 않게 답안을 구성한다. 50점짜리 문제나 40점짜리 문제의 경우 수험생의 답안분량이 6페이지를 넘어가면 다른 수험생의 답안과 비교할 때 답안 요약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답안의 요약이 안 되면 한 문제에 필요 이상의 시간을 사용하게 된다. 분량이 길어진 대부분의 이유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설명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없기 때문에 부연설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동어반복이 되겠지만 부연설명이 길어진다는 것은 본인 주장의 개념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분량을 너무 늘리는 것과 개념화와 개념적 요약이 안 되는 것은 동일선상의 문제일 수 있다. 답안을 만드는 것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의 하나는 개념과 개념을 요약하는 문제이다. 사회과학에서도 가장 추상적인 주제들을 다루는 정치학은 개념적사고가 가장 중요하다. 권력, 국가, 민족 등의 주제는 개념화가 되지 않으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정치학 주제들을 다룰 때 개념들이 많아야 하고 개념적 사고가 가능해야 한다. 정치학을 전공한 이들은 개념적 사고를 훈련받았기 때문에 채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개념적 사고를 중심으로 설명해야 한다.

개념과 개념적 요약의 문제를 좀 더 구체화해보자. 만약 길지 않게 답안을 구성해야 한다면 개념들을 이용해야 부연설명을 적게 하면서 답안을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답안에서 “시민과 국가사이의 관계가 권위적이고 시민들은 상명하복식의 의식을 가지고 있고 국가지도자도 시민(citizen)을 마치 신민(subject)은 다루듯이 다루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민관으로 인해 대표인 지도자는 절차적 자유와 토의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와 같은 문장들이 있다고 해보자. 이때 앞의 문장이 주장하는 것은 ‘수직적 시민관’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문장을 다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수직적 시민관이 문제의 한가지이다. 수직적 시민관은 시민과 대표를 수직적인 관계로 구분한다. 따라서 시민들은 상명하복을 당연시 하고 국가지도자도 시민(citizen)을 마치 신민(subject)을 다루듯이 다루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수직적시민관으로 인해 대표인 지도자는 절차적 자유와 토의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구체화할 수도 있고 아니면 두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을 빼고 첫 번째 문장과 네 번째 문장만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개념화가 되면 두괄식구조의 글을 만들 수 있다. 두괄식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문제들을 서술할 때 글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미괄식은 자신의 주장이 특별한 경우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즉 자신의 독특한 주장을 할 경우 미괄식을 이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논증한다. 그런데 수험생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주장을 답안에 서술한다. 따라서 두괄식으로 답안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두괄식은 본인 주장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점에서 답안을 구성하는 모든 글들은 명료화를 위해서는 두괄식으로 본인주장을 먼저하고 이것을 해석하고 부연하는 문장을 구성하여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의 구성은 두괄식으로 주장문이 먼저 나오고 다음에 부연설명이 나온다. 부연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경우 재부연하는 문장을 구성한다. 다음으로 자신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게 만들려면 입증을 해야 한다. 위의 문장에서처럼 수직적 시민관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실제 수직적 시민관이 있다는 사례나 데이터를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제시를 통해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을 ‘입증성’있는 글이라고 한다.

개념을 이용한 두괄식구성과 두괄식에 대한 부연설명은 설득력 있는 근거제시로 이어진다. 본인이 어떤 주장을 펼친다고 했을 때 그 주장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답안에서 소통부족의 원인을 정치지도자의 인식부족으로 설명하려고 한다고 가정하자. 정치지도자를 이야기 하면 보통은 국가 지도자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과 지지하지 않은 이들로 나뉘어 있고 지도자에 대한 평가 역시 상반될 수 있다. 따라서 본인이 대통령의 인식이 문제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주장할 만한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례를 제시하여 입증을 해야 한다.

물론 모든 주장들이 이렇게 사례를 제시하여 입증성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실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입증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본인의 구체적인 이해를 보여주는 중요한 방법이다.

사례를 제시할 때 한 가지 주의할 것이 있다. 해석을 지나칠 정도로 확장을 해서 의미를 부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에서 너무 여러 가기 의미부여나 과도한 의미부여는 곤란하다. 예를 들어 한미FTA사례만을 가지고 한국시민사회의 무력함을 일반화한다고 해보자. “한미 FTA가 체결된 사례에서 FTA의 체결이 되었다는 것은 한국시민사회가 무력하다는 것이다.”와 같은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FTA에서 보인 것은 정부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시민사회가 가질 수 있다는 점과 반대시위 등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정부의 협상방식과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미FTA의 사례에서 한국시민사회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처하지 못함을 보여주었다.”정도로 의미해석을 해야 한다.

사례를 제시하여 사안의 의미를 해석한다는 것은 본인의 판단력 특히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론이나 개념을 동원하여 이것을 현안에 적용해서 설명하면 이론적 해석과 현실해석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본인의 해석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받을 수 있는 중요한 잣대이다. 그런 점에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은 입증, 구체화, 해석능력제시라는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사례제시와 관련해서 한 가지를 부연할 필요가 있다. 사례를 해석할 때 정치학답안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행정학이나 정책학을 공부하면서 배운 구체적인 사례가 있어서 이 사례를 인용한다고 하자. 이런 경우 그 사례는 행정학이나 정책학에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답안이 정치학적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연해야 한다. 실제로 김해 대포천 수질개선 사례의 경우를 들어서 서술한 답안이 있었다. 매우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사례인데 이것이 사례로서 의미를 좀 더 가지려면 김해대포천 수질개선을 위한 노력의 정치적의미가 무엇인지를 부연해주어야 한다. “김해대포천의 사례에서 보이는 자율적인 시민들의 합의와 정부 간 협약의 체결은 정부와 시민간의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열어주었고 민주주의의 자기지배(self-rule)부분을 구체화시켜 주었다.”는 식으로 정치적 의미를 부연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정치적 의미란 공동체와 인민, 시민, 공동체구성원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지향점으로서의 가치가 설정되고 그 가치를 구현하는 의미를 서술해야 한다. 행정의 공간에서 가치분배와 가치 확립의 문제인 정치의 공간으로 넘어와야 한다. 그래야 국가와 인민간의 관계규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럼 점에서 항상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판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