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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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2)
  • 신희섭
  • 승인 2014.0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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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도 지난 시간에 이어 답안이라는 글을 만드는 방법과 관련된 이야기를 몇 가지 하겠다.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이 본인 구성한 답안지를 통해서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반면에 어떻게 답안에 내용을 채울 것인지 즉 글을 구성하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특히 요즘은 학부에서도 졸업논문이 없고 과제물로 페이퍼를 만드는 훈련을 적게 하다 보니 기본적인 글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서 학습을 많이 못하고 졸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읽어서 내용을 이해하고 이것을 자신의 것으로 기억하는 것이 공부의 한 가지라면 정리된 내용을 말로 풀어가고 글로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공부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앞의 것에 집중한 나머지 뒤의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적하이론 혹은 낙수이론(trickle ?down)을 빌리자면 읽기를 통해서 충분히 머릿속에 내용이 가득하면 자연스럽게 글로 이어져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글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과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드라마를 많이 보는 어머님들이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작가는 아닌 것이다. 글을 만들어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은 읽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는 다른 세계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가?

지난 시간에는 모의고사 문제를 소개하고 그 문제를 풀었던 수험생들의 답안과 관련해서 일반적으로 실수하는 부분을 이야기 했다. 이번 시간에는 답안이라는 글쓰기와 관련해서 몇 가지를 구체화한다.

결론쓰기

첫 번째 이야기 할 것은 결론을 만드는 문제이다. 사실 글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서론을 만드는 부분이다. 서론이 어려운 것은 짧은 공간에 무엇이 문제인지와 관심을 이끌만한 배경설명을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론의 모든 문장마다 그 문장의 기능이 충분히 살아날 수 있게 경제적인 글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니라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결론을 만드는 것이다. 보통 논문을 만들 때 결론은 본론에서 다룬 전체 연구주제를 요약하고 그 요약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도출하거나 변화를 가져올 만한 정책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기능을 수행한다.

결론이 까다롭다는 것은 결론에서는 요약이 중심이지만 글을 만들어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답안에서는 요약을 하다보면 앞의 본론과 동어반복이 되어 재미가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론을 전체 글 구조에서 조금이라도 특별하게 만들려면 전략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결론으로 구체화를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 문제에서 결론에 “소통이 중요하다”라는 일반적인 진술을 하기 보다는 “한국정치의 소통회복을 위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전통 중에서 심의적 기제를 재활용하여 소통의 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전통 중에서 심의적 장치였던 제가 회의나 삼사제도와 같은 정부운영의 전통을 재해석하고 현대적으로 그 의미를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구체화해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결론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본론의 내용과 중복되지 않는 결론 나름의 독자적인 의미를 확보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본론의 내용만 다루기도 바쁜 수험생입장에서 결론에 공들인다는 것이 먼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답안들은 이 부분도 고려하면서 만든다는 점에서 본인 답안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글의 일관성(coherence)과 깔대기형 글쓰기

글 전체 구성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이 글의 일관성 혹은 논리적인 응집성을 가지는 것이다. 답안이 서론에서 제기된 문제제기에 대해 결론에서 구체적인 본인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중간과정에 있는 본론은 논리적인 연결고리이다. 논리적인 연결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얼마나 끈덕지게 자신의 주장을 이어가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주장을 일관되게 만드는 것은 글의 전체 흐름과 관련되어 있다.

전체흐름을 잘 연결하여 글의 유려함(fluency)을 높이기 위해서 앞에서 사용한 논리가 뒤에서도 작동해야 한다. 즉 원인분석에 사용된 방식과 논리를 정책방안까지 연결하여 설명하는 것이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답안 전체적으로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문제에서 소통을 위한 하버마스의 조건을 이야기 했다면 조건들이 작동하는 제도적인 방안으로 각 조건들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지를 언급하는 것도 일관성이 높은 전략이다. 즉 자유, 평등, 성찰성의 확보라는 조건을 먼저 이야기했다면 자유, 평등, 성찰성의 확보가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소통을 위한 방안이 되는 것이다.

일관성이 높아지게 글을 만들어서 자신의 논리가 답안 전체적으로 드러나게 만들면 채점자가 답안을 다 보고 났을 때 답안의 논리가 머리에 윤곽을 가지고 남아있게 된다. 이런 논리적 글의 구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답안이 전체적으로 깔대기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쉽게 이야기 하면 일반화에서 구체화로 가는 글을 만들어야 한다. 문제제기를 서론에서 했다면 본론의 논리와 결론의 본인 주장은 점차 구체화되고 정리가 되어야 한다. 불필요한 다른 이야기로 확장하여 전체 글과 관계없는 개념이나 새로운 이론으로 확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자꾸 본론에서 이탈하는 주장을 하면 언제 마칠지 모르는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어떤 내용에 집중할 것인가의 문제

지난 문제는 대체로 소통을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는가에 관련되어 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조건이 소통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와 하버마스의 이론은 소통을 위해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있는지와 같이 문제의 모든 세부주제는 소통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글을 만들 때 자유, 평등을 독자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안된다. 자유가 왜 소통을 위해서 중요한지 평등은 왜 소통을 위해서 중요한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간섭이 없어야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해지고 자유로운 발언이 가능해져야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드러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는 소통을 위한 전제조건이 되는 것이다.”와 같은 식으로 자유라는 세부적인 주제가 소통이라는 이 문제전체의 주제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

한편 하버마스의 이론과 같이 어려운 이론을 설명할 경우에 하버마스의 중요한 개념들을 설명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답안을 만들다보면 흔히 잊혀지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운 개념과 이론은 (수험생이 관련 저서를)당연히 안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채점자에게 최대한 하버마스의 책을 안 보았다는 것을 드러나지 않게 서술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하버마스를 읽고 내용을 이해하여 답안을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치이론가들의 기념비적인 저서들을 다 읽고 시험을 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과목도 있고 정치학도 범주가 넓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안에 고전을 읽고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할 때 수험생은 채점자가 가진 (수험생이) 안 읽었을 것이고 내용을 모를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답안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답안은 어려운 이론과 개념이지만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과정인 것이다. 예를 들면 하버마스의 성찰성, 제 3의 영역, 담론과 같은 개념들이 어떤 의미인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하여 수험생 본인이 이 개념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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