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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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무엇으로 무엇을 설명하는가? (1)
  • 신희섭
  • 승인 2014.01.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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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1차 시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2차 시험에서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겠다. 공부하고 체계를 잡는 것이 순차성을 가지고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문제라면 멀티로 압력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하다. 개인들은 식사를 하면서 휴식을 취해야 할 뿐 아니라 개인의 사적인 문제를 정리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나고 친구와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공부도 반드시 1차와 2차 공부시기를 나누어 접근해야 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서론이 긴 것은 할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답안을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해서 몇 가지 할 이야기가 있다. 수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개인적인 경험이 되겠지만 수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반복되는 경험이 있다. 비슷한 실수를 매해 반복하고 그 실수들로 인해 고통을 받는 다는 것이다. 그리고 빨리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다. 

1월초에 시험을 한 번 보았다. 이 시험에 참석한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제출한 답안은 지금까지 필자가 경험한 답안 중에서 가장 심각했다. 어떤 부분을 고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간단간단히 적어서 주는 것이 좋을 듯 해서 워드로 만든 강평은 8페이지에 해당하는 분량이 되었다. 거기에 지적된 내용은 61개나 되었다. 중복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1/2이상은 여러 사람들이 중복하는 실수들이었다. 그럼 점에서 무의식적으로 많은 수험생들이 실수를 공유하고 변화시키지 않는 것이다. 좀 더 개선되는 공부를 위해서 이번 시간에는 몇 가지 글을 만드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구체화를 위해서 아래에는 지난 모의고사를 먼저 기록하도록 한다.

<모의고사 문제>
한국정치에서 불통의 문제는 민주주의 운영에 있어서 정당성부족의 문제를 제기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 북한 식량지원문제, 4대강 사업, 제주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의 사례는 한국정치에서 불통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민주주의의 발전의 측면에서 소통의 중요성이 제시되고 있다. 다음 질문에 답하시오. (총 50점)
(1) 정치적 소통을 위한 조건으로서 자유, 평등, 관용을 설명하시오. (10점)
(2) 하버마스의 정치적 ‘공론의 장’과 ‘소통’을 설명하시오. (10점)
(3) 한국의 전통 중에서 정치적 소통의 사례를 설명하시오. (10점)
(4) 최근 한국정치에서 정치적 소통이 부족한 원인들을 사례를 들어 분석하시오. (10점)
(5) 위의 논의들을 기반으로 정치적 소통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하시오. (10점)

위의 문제에 대한 답안들에서 나온 중에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몇 가지 이야기 해본다. 
  
먼저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갈 때 가장 안 되는 것은 “문제제기의 구체화”이다. 출제를 한 사람은 이 주제가 한국사회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수험생들이 풀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러 주제들이 있을 텐데 유독 이 문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이 문제가 다른 문제보다 중요한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할 때 그 중요한 무엇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 답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 
  
보통 정치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puzzle을 만드는 훈련을 한다. 어떤 사건들의 반복성 속에서 질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것을 잘 발전시켜서 연구 주제를 만들 수 있는데 이런 경우를 연구질문(research question)이라고 한다. 항상 어떤 이슈에서 무엇이 궁금한 질문이 되는지를 습관적으로 사고하는 정치학자에게는 문제제기 즉 puzzle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정치학자에게 질문을 받은 수험생 역시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위의 문제의 경우 출제자는 한국사회에서 “소통이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문제제기 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라는 소통의 방안에 관심이 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한국에서 전통 속에 있는 소통방안을 묻고 현재는 왜 소통이 안되는지를 질문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더 문제가 확대되어 버린 지도자와 추종자간의 의사소통의 부족문제는 이번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불통문제를 일반화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문제이다.  
  
서론에 문제제기를 만들었다면 서론 전체는 최대한 간략하게 만들어 주고 서론과 결론이 일치하게 만들어야 한다. 서론은 문제제기에 집중해야 한다. 배경설명을 길게 만들기 보다는 간략히 해서 왜 문제제기가 중요한지를 부각시켜주어야 한다. 보통 학술논문을 쓸 때 서론이 전체 글의 10%를 넘기지 않는다. 그렇게 볼 때 답안의 서론 역시 간략히 만들어서 문제제기를 빨리 보고 본론으로 넘어가게 해야 한다. 
  
서론에서 만든 질문에 결론은 일치해야 한다. 앞의 문제처럼 어떻게 구체적인 전략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면 답을 구체화해서 “어떻게”의 문제에 대해 써야 한다. 문제제기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결론은 요약이 중심이지만 공간이 부족한 답안에서는 구체화를 전략으로 선택할 수 있다. 너무 일반적인 답안을 써서 앞의 글을 요약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을 결론에서 피하고 싶다면 결론만의 특별함이 있는 기능적인 글을 만들어야 한다. 즉 본론에서 다룬 것과는 다른 읽을 거리가 있는 글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야기 아니라 지금까지 다룬 것의 구체화를 꾀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기능적으로 특화하는 것이다. 앞의 문제라면 결론에서 너무 일반적인 주장이 될 “소통이 중요하다”보다는 소통에서 한국전통의 심의적 기제를 재활용하여 소통의 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전통에서 심의적장치였던 제가 회의, 삼사제도 등의 정부 운영방식과 같은 방안으로 구체화해보는 것도 결론의 “독자적인 의미”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세 번째로 이야기 할 것은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면서 객관적인 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주장이 있었다. “이명박정부는 불통정부라는 ‘오명’을...” 혹은 “수서발 KTX사업은 ... ‘전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왔고...” 이런 사례에서 보는 것 처럼 ‘오명’이나 ‘전국민적인’이라는 표현은 본인의 주관적인 판단을 일반화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소통이 안된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냐의 문제에서는 주관적인 가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점에서 본인의 주관적인 가치관을 일반화시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정치학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정부정책에 대한 판단이 다르기 때문 성급한 일반화는 주의해야 한다. 본인의 깊이 있는 생각에 근거하기 보다는 신문이나 논문에서 잠깐 본 것을 마치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소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다보면 객관적인 글쓰기 즉 분석적 글쓰기에 실패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답안을 만들 때  당위적인 주장보다는 분석에 치중해야 하는 본분을 잊게 만든다. 많은 답안들은 너무나 일반적인 주장을 여과 없이 본인 생각인 것처럼 다룬다. 궁극적으로 “소통을 잘하자”로 귀결되는 주장은 크게 그 주장을 경청하게 할 논리적인 힘이 없다. 이런 주장은 본인이 이야기 안 해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왜 구체적으로 소통이 안되는지와 어떤 방안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어떻게”가능하게 하는가가 결국은 본인의 고민과 성찰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답안 만들기와 관련해서 몇 가지 조언을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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