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의 행정학 읽기 / 공기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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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의 행정학 읽기 / 공기업(3)
  • 박훈
  • 승인 2014.01.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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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 합격의법학원 행정학 전임

지난 시간 이어서 이번 시간에도 <한국 공기업의 이해> 책을 참고하였습니다.

Ⅵ. 공기업 민영화의 성공요건
 

1. 시장 지향적 경쟁체제 확립과 규제완화 분위기 조성

경쟁 확립의 핵심은 산업의 진입 및 퇴거의 자유를 확립하는 것이다. 소비적 투자의 위험은 경쟁 상황에 있는 민간부문보다 공공부문이 더 크다. 따라서 민간 개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배집단이 경쟁 환경을 왜곡할 수 없도록 시장 지향적인 제도적 틀을 마련하여야 한다. 민간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투자하고, 자본이전이 수월하게 이루어지며 동시에 자유로운 소득 배분이 이루어지도록 법령이 정비되어야 한다.
규제 완화는 정부에 의하여 강제된 제약 조건들을 제거하고 기업 활동을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게 상호작용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정 영역에 대하여 여러 가지 환경 속에서 작동하는 재화와 용역의 제공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 이윤과 손실, 진입과 퇴거의 자유, 규모의 경제, 고객의 선호, 파산의 위험 등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2. 조직의 자율적 의사결정 확대와 분권화된 조직체계의 확립

분권화의 주요 목표는 단순한 권한이나 권위의 이전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분권화가 의사결정의 자율성 제고라는 측면에서 파악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분권화는 정부개입의 축소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시장 조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분권화된 체제는 경쟁행위를 통하여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하고, 또한 필요한 투자계획과 투자를 이루어 내기 위한 신축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분권화는 특히 공기업의 완전 민영화가 이루어지지 아니하고 부분 민영화되거나 정부부처의 한 형태에서 공기업으로 이행할 때 중요한 고려요인이 된다고 할 것이다.

또한 시장부문의 이해당사자가 이익표명을 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고 기업이 재화 및 용역에 대한 소비자 주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할 경우, 공기업의 독점적 성격은 그대로 존속될 것이다. 따라서 조직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에서의 의사결정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분권화된 체계의 확립이 요구된다.

3.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 확보와 제도적 틀의 형성이다.

민영화는 정부에 의한 일상적인 관료제 개입을 시장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지배적 집단의 정치적 영향력을 반독점적 조치로 배제하게 된다. 또한 국고보조 대신 경쟁을 통하여 이윤의 획득을 위한 경영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보호가 아닌 진입의 자유를 강조함으로써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은 자기의 이익을 표명하고, 또한 이를 수렴할 수 있는 메커니즘의 통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기존의 규제 위주의 관계 법령을 개정함과 동시에 정부조직과 제도적 틀을 바꾸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민간 이해당사자의 참여로 인하여 ‘손실의 사회화’(socialization of loss)와 ‘이윤의 사인화’(privatization of loss)를 초래한다는 주장이 나오지 않도록 민영화 과정에 다양한 참여의 채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4. 반대집단에 대한 설득 등 정치적 제약조건으로부터 극복

민영화 추진과정에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장애요인은 기존 정부 관료제 안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부문과 공기업 종업원 층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로 인한 혜택을 받게 되는 층은 조직화되지 못한 광범위한 대중으로 간주되는 반면, 민영화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집단은 특정한 소수집단이며, 이들은 조직화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기 용이한 위치에 놓여 있다. 특히 노조의 경우 운영의 비효율성을 탈피하려는 민영화의 과정에서 나타나게 되는 고용 인원의 감축이나 복지혜택의 감소, 노조 위상의 약화우려 등으로 인하여 민영화에 강력히 저항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민영화 장애요인들은 개인적?집단적?이념적 차원에서의 제약조건들을 적절히 관리하고 통제해내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를 위해서 민영화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관련자에게 주지시킴으로써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민영화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을 파악하고 그들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

반면에 민영화에 반대하는 집단에 대해서는 종업원 신분보장과 인센티브 제공, 반대하는 그룹에게 민영화될 공기업의 지분을 제공하는 등 가급적 광범위하게 소유권을 분산시킴으로써 민영화에 대한 정치적 제약을 극복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5. 민영화 여건 성숙과 집행과정의 적실성 확보

현실적으로 민영화를 위한 경영관리 및 진단과 투자를 담당할 부문이 민간부문에 존재하지 않으며, 자본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못할 경우에는 집행과정에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와 민간부문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우 주식시장이 상대적으로 취약할 경우 민영화는 주식시장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자산의 매각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이 경우 매각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적실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산가치가 실제 가치 이하로 평가절하 되어 매각되거나 특정 부문에 대한 특혜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집행과정에서 정책목표가 제대로 관철되지 아니하거나 변경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민영화 집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하여 민영화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 능력과 국민경제적 상황에 대한 좀더 거시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민영화는 공기업의 자산을 평가하는 기관, 이를 수용하는 자본시장, 민영화를 추진하는 정부와의 충분한 정보교환이 있을 때 민영화의 적실성이 확보될 수 있다.

6. 민영화된 공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사전설계

공기업을 민영화할 때에는 민영화 후의 공기업이 맡게 될 경쟁 환경, 민영화로 인한 새로운 규제 제도를 고려하여 민영화 이후의 새로운 공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민영화 단계에서 미리 설계하여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 효과는 조직의 구조와 체제를 바꾸는 ‘기능적 합리성’뿐만 아니라 조직의 분위기와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실질적 합리성’이 확보될 때 나타난다. 이는 민영화 공기업의 체제와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여건과 환경이 민영화에 걸맞도록 함께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민간부문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여 정부가 민영화 이후에도 특정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하여 또는 기존의 독점적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하여 규제 조치를 존속시킬 경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민영화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공기업 민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영화 공기업은 민영화 이후의 경쟁 및 규제 환경을 고려하여 체제와 지배구조를 미리 설계하여야 하고, 정부와 시장은 변화된 민영화 공기업의 체제와 지배구조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 상기 논의는 민영화가 정당한 경우를 전제로 한 일반론이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철도 민영화 이슈를 통해 3회에 걸쳐 진행한 공기업 논의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그림에서 보듯이 지난 해 6월 국토교통부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지주회사 + 자회사’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2014년부터 수서발 KTX, 물류 등 자회사 단계적 설립). 그리고 올해 1월 10일 수서고속철도주식회사가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로 공식 출범했습니다.

당해 모델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독일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독일 철도를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한 것도 민영화를 위한 것입니다. 당초 계획에는 각 자회사들을 완전히 독립된 주식회사로 만들어 민영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제값 받고 매각하기 위해 민영화를 잠시 미루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부의 발표와 달리 독일보다는 영국에 가깝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영국식 모델이 철도 민영화의 최악의 사례로 꼽히는지 <철도 민영화> 책자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겠습니다.

“현 정부의 입장은 한국철도공사의 독점이 문제라면서 경쟁 체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말대로라면 완전히 분할해 사기업에 매각한 영국 철도는 대성공을 거뒀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영국 철도는 민영화의 폐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2년 민영화 계획을 발표한 영국 정부는 1997년까지 철도를 완전히 분할해 사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민영화했다. 철도 기반시설은 레일트랙(Railtrack)에 넘어갔고, 여객회사 25곳, 화물회사 3곳과 차량임대회사, 차량정비회사, 시설유지보수회사 등 1백여 개의 크고 작은 회사로 분할 민영화됐다. 몇 년 후에는 대형 버스회사 4곳이 철도여객회사를 대부분 인수해 사기업 독과점 체제가 됐다.

그리고서 얼마 후, 영국 철도에서 대형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철도 회사 사이에 정보가 제대로 교환되지 않아 열차가 충돌하면서 수십 명이 죽고 다치는 사고들이 이어졌다. 게다가 선로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차량이 노후화하면서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지만, 사기업들은 이윤을 위해 투자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영국 정부가 나서서 철도 투자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지만, 2000년 10월 해트필드에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죽고 70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또다시 발생했다.

안전과 유지보수 투자에 소홀하던 레일트렉은 파산했고, 2002년에 비영리 공익법인인 네트워크레일(Network Rail)이 철도시설을 인수해야만 했다. 결국 영국 정부가 철도 시설을 ‘재국유화’한 것이다. 그러나 영국 철도의 운송 부문은 여전히 사기업들이 분할 소유하고 있고, 이 사기업들은 여전히 투자를 꺼려한 채로 남아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영국 등 다섯 나라의 철도 체계를 비교?분석한 최근 연구(Just Economics 2011 보고서)를 보면, 효율성 면에서 프랑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영국이 꼴찌다. 사실 전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철도 체계는 국영 철도다. 프랑스는 국영 철도고 영국이 다섯 나라 가운데 철도 민영화 비중이 가장 크다. 영국 정부조차 이 점을 인정한다.

영국 정부가 발주한 ‘2011년 맥널티 보고서’를 보면, 영국 철도는 네덜란드.프랑스.스웨덴.스위스에 견줘 효율성이 40%나 떨어진다. 그 이유는 ‘지나친 파편화로 인한 협력의 어려움, 철도산업 전체의 성과보다는 주요 사업자들의 자기중심적 운영과 단기적 이익 추구’ 등이다. 이것은 민영화와 경쟁체제가 낳은 문제들이다.

민영화 이후 영국 철도 요금은 두 배나 인상됐다. 영국 철도요금은 프랑스보다 세 배 이상 비싸 유럽에서 제일 비싼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영국의 전 교통부 장관 필립 헤몬드는 “영국철도는 부유한 사람들만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며, 부자들의 장난감이 될 위험이 있다”고까지 말했다.

민영화 이후 영국 정부의 철도 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은 엄청나게 늘었다. 민영화 전에 4억3천1백만 파운드였던 공공보조금이 2006년에 60억 파운드(현재 환율로 약 10조원)나 됐다. 그런데 2006년에 민간투자는 7억4천만 파운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게다가 투자의 과실은 고스란히 사기업이 챙기고 있다. 영국철도 사기업들이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주주들에게 나눠 준 배당금은 24억 파운드가 넘었다. 결국 ‘세금으로 철도 사기업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2012년 3월 10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철도 민영화는 실패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철도 재국유화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윤을 챙기는 기업들과 그들을 후원하는 정치인뿐’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국인 51%가 재국유화를 지지하며, 현 민영화 체계를 지지하는 사람은 11%에 지나지 않았다.

민영화된 영국 철도와 국영 철도를 유지하고 있는 다른 유럽 국가들을 비교한 보고서는 영국 철도가 ‘더 비싸고, 더 불편하고, 더 느리고, 더 비효율적이고, 덜 환경친화적’이라고 발표했다.”

공공부문 개방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었던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개정(2013년 11월)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회사에 철도차량 등 입찰기회 주는 것일 뿐 철도 민영화와 관계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의 내부문건엔 철도 민영화가 기본방침이므로(한겨레 140107), 영국식 철도 민영화의 재앙이 오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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