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집행유예자 선거권 제한은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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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집행유예자 선거권 제한은 위헌”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4.01.2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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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형자 선거권 부여 방법은 입법형성 범위…헌법불합치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8일 “집행유예자와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와 형법 제43조 제2항 중 집행유예자에 관한 부분은 단순 위헌으로 결정하고 수형자의 경우 선거권을 부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입법형성의 범위에 있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언했다”고 밝혔다.

 
청구인 구교현씨는 2010년 6월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하며 장애등급심사센터를 점거한 사건으로 업무방해죄 등이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011년 12월 2일 판결이 확정됐다.

또 다른 청구인 홍원석씨와 전박길수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의해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월 씩을 선고받고 각각 2011년 12월 30일과 2012년 2월 23일 확정판결을 받았다.

형이 확정됨에 따라 청구인들은 2012년 4월 11일 실시된 제19대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 소정의 선거권이 없는 자에 해당한다는 사유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이에 해당 규정이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2년 4월 25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범죄자에게 형벌을 내용으로 선거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선거권 제한 여부 및 적용범위의 타당성에 관해 보통선거원칙에 입각한 선거권 보장과 그 제한의 관점에서 헌법 제 37조 제2항에 따라 엄격한 비례심사를 해야 한다”며 심사기준을 제시했다.

먼저 헌재는 선거권 박탈이라는 제재가 같는 응보적 기능과 시민으로서의 책임성 함양,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를 위한 입법목적과 수단의 적절성을 긍정했다.

다만 구체적인 범죄의 종류나 내용, 불법성의 정도 등과 관계없이 획일적ㆍ전면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성을 부정하며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견해를 냈다.

특히 집행유예자의 경우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음을 이유로 이들의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일반 시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이 이로 인해 침해되는 집행유예자와 수형자 개인의 사익이나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해 청구인들의 선거권을 침해하고, 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이 규정한 보통선거원칙에 위반하여 집행유예자와 수형자를 차별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다만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위헌성을 제거하고 헌법합치적으로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이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한다고 보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재는 수형자에 관한 부분은 201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반면 수형자에 대한 제재가 참정권 중 가장 기본적 권리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발현되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같은 제한이 수형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목적에 부응하지 않아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없고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반대의견도 제시됐다.

이진성 헌법재판관은 “또 선거권 제한으로 준법의식 강화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하며 오히려 선거권 행사를 통해 재사회화와 준법의식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집행유예자는 물론 수형자 부분에 대해서도 단순위헌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집행유예자에 대한 부분은 위헌이나 수형자에 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도 나왔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은 “선거권이란 천부의 자연권이 아니라 헌법 제24조에 근거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실정권이므로 그에 대한 입법은 그것이 현저히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영역에 속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수형자는 그 범행의 불법성이 커 공동체로부터 격리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 경우이므로 격리기간 동안 통치조직의 구성과 공동체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거권을 정지시키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위헌결정이 내려진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참정권으로부터 배제돼 국민의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던 수형자 등에게도 선거권이 있음을 확인한 이번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집행유예자와 달리 수형자의 선거권 박탈에 대해 단순 위헌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 위헌적인 상태를 즉시 제거하지 않아 당장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어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공직선거법을 개정할 때 국회가 모든 국민이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해 공동체의 질서를 형성해야 한다는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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