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법연수원을 나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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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연수원을 나서며
  • 이준상
  • 승인 2014.01.24 11: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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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상·제43기 사법연수원 수석·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들어가며

20일 수료식을 마치고 나왔지만 아직도 제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일산에 가면 다른 연수생들이 웨돔에서, 구름다리에서, 교실에서 저를 웃는 얼굴로 반겨줄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그만큼 2년 간의 연수원 생활은 추억이 많았고 연수생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는 비록 800여 명의 연수생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간략하게나마 제 연수원 생활의 기억을 더듬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떨렸던 3월

사법시험 합격의 기쁨과 떨림이 채 가시지도 않은 채 연수원에 입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색한 정장 차림으로 대강당에 앉아 연수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비로소 사법연수원생이 되었다는 실감이 들었습니다. 입소 당일은 정신없는 가운데 조장이 정해지고 총무를 하나씩 맡고 단체 카톡방이 개설되는 등 바쁘게 흘러갑니다. 그 후에도 엠티, 체육대회준비와 같은 행사들이 이어지고 수업은 수업대로 진행되면서 3월은 정말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것 같습니다.

- 체육대회

체육대회는 연수원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입니다. 모든 연수생들이 빠짐없이 참여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반원들과의 우애도 쌓이게 됩니다. 축구, 피구 등 각 경기가 있을 때마다 뒤풀이를 하게 되는데 같은 조가 아닌 반원들과 어울릴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인 것 같습니다.

- 1학기 시험기간

체육대회가 끝나자마자 전기수에서 공부방법론 설명을 오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1학기 시험대비가 시작됩니다. 저는 체육대회가 끝날 때까지는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 이미 한 달 넘게 진도가 나가 있고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1학기가 비중은 작아도 앞으로 연수원 공부의 기본이 되는 것들을 배우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일 중요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여름방학

시험이 끝나고 얼마간 쉬고 나면 다시 2학기 예습의 압박이 밀려오게 됩니다. 다들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지만 보통 성공하지 못하고 메모법을 익혀 전기수 2학기 기록을 한번씩 써보았다면 상당히 훌륭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연수원 도서관은 냉방이 잘 되지 않아 그냥 앉아만 있어도 땀이 흐르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더위를 참지 못해 대부분의 연수생들이 독서실 등으로 피난을 갈 정도로 공부하기 힘들었던 기간이었습니다. 더운 여름날 공부를 조금 빨리 끝내고 연수생들과 맥주 한 잔을 기울였던 것은 정말 사소하고도 행복한 기억입니다.

- 2, 3학기 시험

2학기, 3학기는 기록과 판례에 파묻혀 지내는 기간입니다. 하루 일정이 통째로 기록작성으로 잡혀 있는 날이 많아 간혹 이를 자유시간(?)으로 즐기는 연수생들도 있지만 대개는 연수원 기록의 막대한 양과 난이도에 우울한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연수원 시험은 점심시간도 없이 장장 8시간에 이르는 시험까지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한데 거기에 또 적응하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보면서 놀라게 됩니다.

- 시보기간

3학기 시험이 끝나고 수료 전까지는 법원, 검찰, 변호사 실무수습을 나가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매일 보던 조원들의 얼굴을 잘 보지 못하게 되므로 조금 아쉽지만 또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 직역의 실제 업무를 맡아 해보게 되는 것이므로 연수원에서 추상적으로 배운 것보다 훨씬 잘 와 닿고 진로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과서와 판례집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가 어떤 법조인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 마치며

수료식을 갓 마치고 연수원 생활을 다시 떠올려 보자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2년 동안 정말 힘들게 공부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연수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고시공부만 했을 뿐 ‘사람’에 대해서는 잘 모르던 저에게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동기 연수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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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2014-01-25 17:47:55
언젠가 법조계에서 뵙고 싶네요! 멋진 법조인 되세요.

희망 2014-01-25 17:47:55
언젠가 법조계에서 뵙고 싶네요! 멋진 법조인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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