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익․인권 활동, 보람 느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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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익․인권 활동, 보람 느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 이아름 기자
  • 승인 2014.01.2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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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민희 공익인권변호사

“희망법은 인권이 모든 영역에서 중심 가치가 되고 그 누구의 인권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2012년 문을 연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은 인권침해적이거나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바꾸는 것을 사명으로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오고 있다. 당시 ‘제2의 공감’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희망법에 맡겨지는 일과 역할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른 공익활동 변호사와 차이점이 있다면 ‘전업’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약칭 희망법, http://www.hopeandlaw.org)
‘희망법’은 공익의 증진과 인권의 옹호, 독립성과 현장성 있는 활동을 목표로 7명의 구성원과 상근자가 함께 하고 있다. 기업과 인권,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장애를 중점 영역으로 하고 있지만, 이에 포함되지 않는 공익인권법 사건도 다룬다. 창립 멤버인 류민희 변호사는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장애 영역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동성커플도 부부로서 법적보호 받아야

“동성애자도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선 안됩니다”

얼마 전 동성 연인의 공개 결혼식에 이어 혼인신고에 대한 뉴스가 TV와 신문 지면을 장식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평범한 러브스토리를 원했던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는 수년간 연애를 하고 혼인의 의사로 지난해 9월 청계천에서 공개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식은 주변인에게 인정받는 의례로서의 의미가 있었다면 그 다음으로는 법적 부부로서의 인정을 위해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불수리처분’을 받았다. 류민희 변호사는 여러 변호사들과 함께 이에 대한 이의절차를 법원에 제기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헌법, 민법에 결혼에 대한 정의 규정은 없습니다. 결국 혼인의 개념은 법적 해석의 문제입니다”

즉 결혼에 대한 정의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평등의 측면에서 헌법 합치적 해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류 변호사를 비롯한 이 일을 함께 하고 있는 변호사들의 입장이다.

동성결혼 제도가 있는 국가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노르웨이, 스웨덴, 포르투갈, 아이슬랜드, 아르헨티나, 덴마크, 올해만 해도 브라질, 프랑스, 우루과이,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다. 동성결합 제도는 이것보다 더 오래되고 많은 국가가 인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1970년대부터 동성동거와 이성동거를 구분하지 않고 임대차, 세금 등에서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보통 법적 부부 같은 경우는 전세자금보증이나 대출, 국민임대주택 신청의 혜택이 가능하고, 각종 세제의 혜택도 많다. 더불어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지정될 수도 있다. 만일 배우자가 아프다면 그에 대한 의료결정을 위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사망한다면, 상속권과 같이 살고 있는 집의 임대차 승계, 연금도 승계 받을 수 있다. 직장을 다니다보면 배우자 간병휴가나 배우자 경조휴가 같은 혜택도 있다.

“혼인이 거부된다는 것은 결국 이런 권리와 혜택으로부터 완전히 배제된다는 것을 의미 합니다.”

최근 위헌 판결이 나왔던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혼보호법 사건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연방법상만 결혼과 관련돼 1천 138개의 권리와 혜택이 있다고 한다. 류 변호사는 이 소송은 하나의 사례이고, 나아가 다른 당사자들과 혼인소송이 아닌 세금이나 보험 같은 개별적인 권리와 혜택에 관한 사례도 모집해 법적 대응을 해 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입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평생을 살아온 배우자가 죽어갈 때 아무런 의료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면, 배우자와 사별해서 홀로 남겨졌을 때 함께 형성한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류 변호사는 이 과정들은 단순히 권리를 획득하려는 법적인 시도만은 아니며, 이러한 목소리를 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결국 결혼이든 시민적 결합이든 이러한 공백상태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우리 사회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표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수십 년 동안 법 바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늦은 일일 수도 있다고.

‘희망법’에 오기까지

경제학 전공자인 류 변호사는 경제학이 자신의 적성에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장래를 고민하던 중에 전문직으로서 법률가 직역이 매력적이고 개인의 성장가능성도 있어 보여 막연한 기대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비법대 출신인데다 공부를 늦게 시작한 편이라 정보가 많지 않아 합격에 필요한 절대적인 공부량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일정한 생활과 공부습관을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프로야구 이야기를 좋아했던 좋은 스터디 동료들을 만나 서로의 습관이 돼주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고질병인 요통이 있는 편이라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한 헬스, 산책, 요가 등의 운동을 꾸준히 했다. 1차 시험 패스까지 약 3년이 걸렸고, 2차는 재시에 합격할 수 있었다.

연수원 입소 후 1년차 여름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국제인권연구소가 주최한 국제인권법연수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난 전 세계 법률가들을 보면서 ‘희망법’이 만들어지는 기초가 탄생됐다. 법률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방식의 활동이 낯설지 않게 다가왔던 것이다.

“인권을 위해 일하는 전 세계의 변호사들의 활동을 보면서 꼭 로펌에 들어가지 않아도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 변호사는 2년차 때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서 시보를 하면서도 많은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기간에 전업으로 공익인권활동을 하고자 하는 몇몇 분들과 연이 닿아, 연수원을 수료한 2명의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법률전문대학원을 수료한 2명, 경력변호사 2명이, 이렇게 6명의 변호사가 모여 ‘희망법’을 설립하게 됐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어 ‘행복’

‘희망법’은 ‘공감’이나 로펌의 프로보노 활동과는 다르게 ‘희망법’에 속한 모든 변호사들이 ‘전업’으로 공익․인권활동을 한다. 비영리 단체인 ‘희망법’은 풀뿌리 후원 방식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인건비는 공익법률기금과 연구 및 교육사업의 수입금을 비롯해 사법연수원 동료들이 만든 공익펀드와, 로스쿨 동기로부터 각출한 지원금 등 이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동료들이 각출한 지원금의 약정기일이 조만간 끝날 예정이어서 재정 충당에서 후원금의 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희망법은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hopeandlaw.org)에 매달 수입과 지출 내역을 공개,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직접 인권활동에 뛰어 들지 않더라도 후원이라는 행위를 통해 소외된 이들의 삶에 보다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류 변호사는 금전적인 보상이 다른 변호사들 보다 적지만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행히 부양가족이 없는데다 일하느라 돈 쓸 여유가 없다며 웃음을 보였다. 물질에서 오는 즐거움보다 ‘보람’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가 주는 행복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 변호사의 연수원 동기들은 그녀에게 ‘부럽다’는 시선을 보낸다. ‘너는 하고 싶은 일 하니까 참 좋겠다!’라는 말을 종종 전해 듣는다. 보람은 적고 나날이 압박받으며 사는 이들에게 ‘보람’이 주는 행복이 더욱 그리울 테니!

공익과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목적아래 모인 희망법이라는 조직은 서로에게 평등하고, 모범적인 직장 문화를 선보인다. 희망법의 변호사들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식사 준비를 한다. 지출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다 보니 기쁨도 배가 된다.

“엄마가 더 좋아해요. 예전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다가 이제 이것저것 음식도 할 줄 안다고요.”

▲ 난민사건의 당사자가 보내온 감사의 편지
법의 높은 장벽에 막혔던 권리, 법으로 찾아줘

“기존 성 제거수술 했다면 성기성형 없이 성별정정 가능”

류 변호사에게 가장 큰 보람을 가져다 준 사건을 꼽으라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SOGI)’의 일원으로 성기 성형 없이 성별정정이 가능토록 이끈 것이다. 이미 남성호르몬 요법과 유방, 자궁 절제수술 등을 통해 남성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법적 성별은 변경하지 못한 5명의 당사자들이 사회에서 당당히 남성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성기성형 수술 과정이 복잡한 탓에 비용이 상당한 수술입니다. 생명을 담보로 어렵사리 수술을 하더라도 각종 질병과 생식기 기능을 하지 못하며, 괴사 등 의료적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원치 않는 의료조치를 강요해 개인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해 왔던 것입니다.”

성기 형성은 모든 성전환자에게 의료적으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성별 정정 허가 기준에 언급돼 있어 대부분 가장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수술이다. 현실적으로 까다로운 성별 정정 요건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류 변호사를 포함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는 2012년 12월 외부 성기 형성 수술을 받지 않은 FTM (FTM·Female to Male) 성전환자 5명과 함께 서울서부지법에 성별 정정 신청을 냈다. 주된 내용은 ‘전환된 성에 부합하는 성기 성형을 요구하는 것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에 있어서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성전환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성별 정정 제도의 취지에 반한다’ 것이다.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성전환자의 외부 성기 수술비용이 2천 만원에 달하는 고비용인데다, 서류 등에 성별이 드러나는 것을 꺼려 노동, 서빙, 배달 등 불안정한 직업에 종사하는 성전환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적으로 높은 비용의 성전환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인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3월15일 처음으로 이들의 성별 정정 신청을 받아들였다. 결정 소식이 알려지자 30건이 넘는 FTM(FTM·Female to Male)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이 이어졌다. 법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좀 더 명확한 결정 이유를 전달하고자 지난 7월 25일 서울서부지법 안에 박희승 수석부장판사와 예지희 부장판사, 연구회 회원 13명 등이 참여한 ‘성소수자 인권법 연구회’를 열었다.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 허가 기준을 주제로 삼아 정기적인 토론과 해외 사례 연구에 들어갔다.

결국 첫 결정을 내놓은 뒤 8개월 만에 서울서부지법은 FTM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신청에 외부 성기 형성이 필수적인지 여부를 담은 19쪽 분량의 결정문을 내놓았다. 결정문 마지막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관용은 나에게 편안한 사람들과 편안한 삶의 방식을 공유하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불편한 사람들과 불편한 삶의 방식을 함께할 공간을 내어주는 것으로서 차이를 뛰어넘는 동등과 배려와 존중을 의미한다.”

공익․인권 활동 통해
세상 알아가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서울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큰 탈 없이 세상에 대한 반항 없이 순탄하게 자라온 류민희 변호사. 공익․인권 활동을 하면서 세상과 타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세삼 깨닫는다고 전했다. 세상의 어둡고 소외받은 곳을 외면한 채 소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이런 활동을 통해 세상의 진면목을 알아가고 자신도 더 나은 사람이 돼 가는 기분을 느낀다는 것.

 
류 변호사는 공익․인권 활동을 하면서 변호사 수급이 늘어났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높은 장벽이라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시장’과 ‘돈’에 구애 받지 않고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가지고 뜻을 펼칠 수 있어 행복해 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활동할 기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 변호사가 처음 공익․인권 활동을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는 이런 활동은 대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란 생각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헌신하고자 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런 활동을 재밌어 해야 합니다. 재밌어 하면 실력은 늘 수밖에 없어요.”

류 변호사는 이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면 모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감성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도 중요하지만 이성적으로 차갑게 법률적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지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론 대단한 사람을 요하는 것이 아니라고. 모두에게 삶이 고통이 아니라 축복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아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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