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통상임금에 관한 입법 정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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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통상임금에 관한 입법 정비하자
  • 김현
  • 승인 2014.01.1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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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지난해 12. 18. 통상임금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었다. 몇 년 전부터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노동계가 중심이 되어 연이어 소송을 제기하였고, 2012. 3. 29. 대법원이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파장은 더욱 커져갔다. 급기야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댄 애커슨 GM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가 해결돼야만 한국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 문제는 단순한 노동문제가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그 동안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던 통상임금의 개념과 요건에 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통상임금에 해당하기 위하여는 그 임금이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 성질을 가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임금의 명칭이나 지급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의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이 기준에 의하면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기는 하나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 대해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기존의 대법원 판결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견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었다. 정작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치열하게 대립했던 신의칙과 관련된 부분이다.

다수의견은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에서 정기상여금은 그 자체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 임금 협상시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는 실무가 장기간 계속되어 왔고 이러한 노사합의가 관행으로 정착했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행이 정착한 것은 상여금의 연원이 은혜적 이윤배분이나 성과급에서 비롯되었고, 상여금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성과급 차원에서 지급되는 경우도 있으며,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일관되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종래의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합의가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배되어 무효라는 이유로 새로이 정기상여금이 포함된 통상임금을 기초로 한 법정수당을 추가로 지급하게 되면 근로자가 받을 임금 총액이 당초 노사간에 합의한 임금총액을 초과하므로 근로자 측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수의견은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 외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말미암아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소수의견은 추상적인 신의칙에 의하여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법률에 의한 재판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고 법률관계가 불안해질 수 있으므로 신의칙은 엄격하게 해석ㆍ적용하여야 함을 강조했다.

다수의견이 신의칙을 적용하여 소급청구를 제한하고 있으나 노사합의의 인정여부, 과도한 재정적 지출 여부,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에 관한 구체적 기준이 제시되지 않아 신의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는 앞으로 각 재판부가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다수의견이 이같이 사안마다 결론을 달리 할 여지를 남겨 둔 것은 일률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 그 파급효과가 너무 크고, 또 개개 사업장의 구체적 여건과 맞지 않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상임금과 관련된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산정지침이 대법원의 해석과 일치하지 않았던 데에도 있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의 고용노동부 지침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명백해졌으므로 대법원의 해석에 맞게 고쳐야 하며, 나아가 대법원이 신의칙 개념을 굳이 끌어오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것이 향후 논란의 여지를 줄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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