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명의 경제학-부동산 버블과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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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명의 경제학-부동산 버블과 경제학
  • 법률저널
  • 승인 2013.12.3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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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29

글로벌 시사경제 해설 이번 주에는 경제의 버블(bubble)현상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버블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국가에서 있어 왔고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과거의 버블현상은 한 국가나 지역경제에 제한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20세기 이후의 버블현상은 국가간 무역의 확대와 자본이동의 증가로 국제적 현상으로 그 영향의 범위가 점차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 단적인 예로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와 전파의 속도라는 점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따라서 이번 주에는 버블의 경제학적 의미와 역사적으로 유명한 버블의 사례를 살펴보고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몇 가지 교훈을 알아보기로 한다.

1. 버블의 경제학적 의미

일반적으로 경제적 상황은 실물부문의 움직임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어떤 조건하에서 경제적 상황이 실물부문의 움직임과 괴리되어 과대 팽창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즉 특정 자산의 시장가격이 내재가치(fundamental value)보다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내재가치에 비해 시장가격이 과대평가 되는 현상은 흔히 경기과열이나 붐(boom)이라는 용어가 쓰이기도 한다. 자산의 내재가치는 그 자산의 미래 수익에 대한 현재가치의 합으로 정의 되는데, 특정 자산의 내재가치가 변하지 않았음에도 자산의 시장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이란 기대로 인해,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서 비교적 장기간 지속되는 현상을 거품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버블은 시장에서 가격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장실패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버블은 '비이성적인 투기행위'의 결과물이지만, 상당기간 지속적으로 내재가치보다 높은 시장가격이 유지 되고, 그러한 높은 가격형성으로 일부의 경제주체는 단기적으로 매매를 통해 높은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진 경제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합리적 기대가설을 인정하는 경제학자들은 조건부기대치가 매 시점마다 활용가능한 모든 정보에 기초해 있으며 체계적 오류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므로, 자산 가격이 매 시점마다 모든 적절한 정보를 반영하여 즉각적으로 조정된다고 믿는데 이를 효율적 시장가설(EMH=efficient market hypothesis)이라 한다. 만일 어떤 이유로 자산관련 정보가 자산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아서 자산의 가격이 해당 자산의 내재적 가치와 괴리되면, 매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자산 가격에 반영시키기 때문에 효율적 시장이라면, 현재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정보는 없게 된다. 따라서 효율적 시장에서는 어떤 시장참여자도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없으며, 지속적으로 초과이익을 실현할 수도 없다.

현재가치법을 적용하여, 주택가격의 거품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의 주택가격()은 그 주택으로부터의 미래임대소득 흐름()의 기대현재가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자율을 라 할 때, 현재가치법으로 주택가격을 나타내면

 
이 된다. 그런데 이 식은 주택가격의 거품존재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주택가격에 거품이 존재하는 경우 합리적 거품(rational bubble, 현재정보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은 다음과 같이 표현가능하다.
 
따라서 주택가격에 합리적 거품을 반영하면, 식은 다음과 같이 변화한다.

 
즉 t시점의 특정 자산 가격은 t시점에서 이용가능한 모든 정보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거품은 반드시 붕괴하므로 장기적으로
 
이므로 거품으로 인한 수익은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품경제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을 띠게 된다. 거품경제에서는 다른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이 안정되어 있는 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특정 자산의 가격만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로인한 가격체계의 왜곡에서 오는 경제적 비용을 감안한다면, 거품현상의 사회적 비용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보다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2. 버블의 사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하며 거품의 시초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사건은 1630년 중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지역에서 발생한 튤립파동(Tulip mania)일 것이다. 당시 네덜란드는 세계경제의 중심지로 황금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 새롭게 소개된 식물이었던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은 일반 노동자의 10년치 소득에 해당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당시의 네들란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는데, 튤립파동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네들란드는 영국에 경제대국의 지위를 물려주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 튤립파동은 역사상 기록된 최초의 투기로 인한 거품이라 할 수 있다. 이후 1720년에 영국에서 일어난 투기 과열 열풍에 의한 주가 급등과 급락 및 연속적인 혼란을 가리키는 남해 거품(South Sea Bubble)과 프랑스의 미시시피 계획은 근대 유럽의 삼대 버블로 지칭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남해회사 주식으로 7,000 파운드를 벌었지만, 이후의 폭락으로 20,000 파운드의 손해를 봤다는 기록도 있고, 작곡가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은 남해주식 매매로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왕립 음악아카데미를 설립하여, 자신의 음악 활동의 거점으로 삼았다는 일화는 당시의 거품현상이 얼마나 광범위 했던가를 보여준다.

비교적 최근의 현상인 20세기의 대표적인 버블현상으로는 1920년대 폭등하던 주가가 1929년 대폭락하면서 야기된 미국의 대공황을 꼽을 수 있다. 과거의 사례와는 달리 대공황은 거품의 영향이 발생지인 미국경제에만 국한되지 않고 미국과 경제관계를 가지고 있는 여러 나라에 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공황의 여파로 세계무역은 전년대비 35퍼센트까지 격감하였고, 미국은 물론 유럽 각국도 대량실업과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였다. 대공황은 국제 경제질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각국은 그 동안 유지하여왔던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이후 고정환율제와 금태환제의 도입 등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의 모색으로 이어져 브레튼우즈체제를 출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대공황은 자본주의 역사에 중대한 사건이었으며, 자유방임형 시장경제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그 후 세계 각국은 케인즈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국가가 적절한 개입을 통해 거시경제환경을 조성하고, 시장에 개입하는 거시정책을 통해 경기과열과 경기침체를 조절하는 것이 유효하고 효과적이라는 경제이론이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일본도 80년대 주가와 부동산가격의 거품과 그 붕괴로 1990년대부터 일본경제가 침체로 접어들어 잃어버린 10년 혹은 잃어버린 20년 등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의 늪으로 빠져든 계기가 되었다. 1990년 주식 가격과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수많은 기업과 은행이 도산하였고 그로 인해 일본은 10년 넘게 0%의 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최근의 아베노믹스에 의해 일본경제의 회복조짐이 보이기까지 일본이 거품의 붕괴로 지불해야했던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자산버블붕괴를 연구하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최근 부동산버블에 관한 우려가 깊어지는 우리나라도 경제제도나 사회적 관습의 유사성이라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버블의 대표적 사례는 2008년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들 수 있다. 미국의 초대형 모기지론 대부업체들이 파산하면서 시작된 거품붕괴는 미국만이 아닌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와 세계적인 연쇄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문제의 시작은 2000년대 초 IT버블붕괴, 911테러, 대아프간 전쟁, 대이라크 전쟁 등으로 미국의 경기가 악화되자 경기부양책으로 초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주택융자 금리가 인하되었고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대출금리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주택가격 때문에 파산하더라도 주택가격 상승으로 보전되어 금융회사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거래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증권화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은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며 신용등급이 높은 상품으로 알려져 거래량도 폭증했고, 외국의 자본도 대거 유입되어, 부동산 버블을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미국이 2004년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면서 미국 부동산 버블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금리는 상승하기 시작했고, 저소득층 대출자들은 원리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증권화 되어 거래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구매한 금융기관들은 대출금 회수불능사태에 빠져 손실이 발생하였고 그 과정에 여러 금융기관들의 동반 부실화가 초래되었고 미국의 대형 금융사, 증권회사의 파산이 이어졌다. 이는 세계적인 신용경색을 가져왔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주어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했다.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추리 파이낸셜과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AHMI) 등이 파산하였고, 세계 3위 은행인 HSBC는 미국 주택시장에 뛰어 들었다가 107억 달러(약 10조 1,000억 원)를 회수 못할 위기에 놓였으며, AIG, BNP 파리바은행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피해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해,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의 영향은 순식간에 세계로 퍼져 나가 유럽을 강타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손실이 최대 1천억 달러(약 91조 7천억 원)로 추산된다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의 청문회에서 밝혔지만,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버냉키가 발표한 금액의 몇 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3. 버블의 구조와 교훈

경제학자 카젠버그는 거품경제에서는 단 한 가지만 빼고는 정상적인 경제상황과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바로 그 한 가지가 '이성'이다. 거품경제가 형성되면 모든 경제주체의 이성이 마비된다는 의미이다. 거품경제가 붕괴 된 뒤, 엄청난 직 간접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것은 바로 집단적인 이성마비의 대가일 것이다.
한 경제에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은 각 국마다 다를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히 요약해보자. 금융규제의 완화로 주식시장이 활성화 되면 기업은 은행차입을 통한 간접조달보다 주식시장을 통한 직접자본조달이 유리하게 된다. 주식시장을 통해 조달한 자본으로 기업은 생산설비투자를 하게 되지만, 경제내에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 존재할 경우, 기업은 조달한 자본으로 설비투자를 하기보다 재테크를 위한 용도로 전용할 유인을 가지게 되고, 그로인해 그 자산의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이는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일반소비자들까지 높은 수익실현을 위해 투기에 참여하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 한편 기업들이 직접조달로 투자자금을 마련하게 되면, 기업대출의 감소로 자금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금융사들은 소비자대출을 늘리게 된다. 늘어난 소비자 대출은 재테크용도로 자산 가격(주식, 부동산 등)을 급등시키고, 다시 그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는 순환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실물자산의 내재적 가치는 크게 변동하지 않음에도 시장가격은 급등을 계속하게 되므로 그 괴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자산 가격이 상승국면에 있을 때는 모든 경제주체가 앞으로도 더욱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가 형성되어 투기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만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이성은 사라지고, 집단적 이성마비에 의한 투기의 광풍만이 휘몰아치게 된다. 하지만 특정 자산의 가격만이 무한히 상승할 수 는 없으므로, 결국 자산 가격의 상승은 멈추게 된다. 가격의 상승이 멈추게 되면 높은 수준에서 가격이 유지되는 경우는 없고 일시에 폭락하게 되는 것 또한 거품경제의 특징이다.

자산가격의 폭락은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담보대출을 부실화시키고, 투기에 참여한 개별 경제주체를 파산시키며, 금융시장을 경색시켜 경제를 부채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몰고 간다. 거품의 붕괴로 인한 경제의 침체는 경험적으로 거품형성으로 인한 호황기에 비해 길게 나타나며, 거품붕괴의 사회적 비용은 투기대열에 참가한 주체이건 아니건 모두에게 부담을 지우게 된다.

최근의 거품경제와 관련하여 주목해야할 특징은 금융의 자율화와 글로벌화로 인해 자본이동이 자유롭고 대규모로 움직이게 됨에 따라, 한 경제에서 발생한 거품은 그 형성에서부터 붕괴로 인한 비용까지 전 세계적으로 파급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도 간단히 언급하였던 것처럼 네들란드의 튤립광풍이나 영국의 남해거품처럼 한 국가에 그 영향이 집중되지 않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전 세계의 경제에 광범위하게 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도 10여 년 간의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버블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하우스 푸어나 소위 깡통주택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또한 주택의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의 엇갈린 행보도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다른 나라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아직은 버블붕괴의 시작에 불과하며 버블로 인한 대가의 지불은 시작도 되지 않았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급성장 배경이 무엇 이었는가? 바로 선진국의 경제성장과정을 압축적으로 단기간에 달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지혜를 모아 이번에도 선진국의 버블붕괴를 타산지석으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규명 베리타스 5급공채 경제학 전임
서울법학원 경제학 전임
합격의 터 독서실 멘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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