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청년변호사들과 함께 본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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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청년변호사들과 함께 본 ‘변호인’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3.12.26 21:4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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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지난 20일 저녁 삼성동 코엑스몰 메가박스 2관에서는 500여명의 청년변호사연대가 주최한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청년변호사대회’가 개최됐다. 500석을 가득 메운 가운데 “사법시험을 존치하라”는 외침이 가득했고 때론 격노(激怒)도 적지 않게 표출됐다. 행사가 끝남과 동시에 영화 ‘변호인’이 상영되자 이들 청년변호사들의 격정은 차분함과 진지함으로 변해갔다. 기자 역시 소기의 취재를 마친 만큼, 귀가 준비를 서두르다 변호사들 사이 한 좌석에 파묻혔다.

그렇잖아도 ‘변호인’이 전 노무현 대통령의 일화를 소재로 삼았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말도 많아 나름 판도도 해 볼 겸, 또 인권영화를 즐기는 편이라 내친김에 보고 가자는 심리도 작동했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는 다소 진부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빠져들었다. 300여 청년변호사들 역시 짙은 침묵만을 지키며 영화에 빨려 드는 듯했다.

 
대회 주최측에서 왜 이 영화를 단체 관람하려고 했을까 했던 의문이 조금씩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기자의 뇌리에는 수년전 상영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영화가 오버랩 됐다. 단순히 두 영화 모두 동일 인물인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영화 속 인물구도가 비슷한 탓이었다. 마치 ‘좋은 변호사, 나쁜 판·검사, 이상한 변호사’로 영화가 전개되는 양상을 받아서다. 사회부조리를 깨는, 특히 인권중심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1980년대 초 부산. 빽도 없고,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은 상고 출신의 송우석 변호사. 오순도순 가정을 꾸미며 그저 돈이나 많이 벌고 싶어 하는, 평범한 변호사지만 사법서사(법무사)의 부동산 등기영역까지 싹쓸이하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는 않는, 다른 변호사들에게는 그냥 ‘이상한 변호사’로 영화는 시작된다. 당시 어수선한 시국에도 불구하고 데모는 한량들이나 하는 짓으로 치부하고 주말이면 올림픽 대회 진출을 목표로 소일거리로 수상요트를 즐긴다. 하지만 날조된 한 시국사건에 한 지인이 연루되면서 그는 인권변호사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시국사건을 주로 변론하다 변호사업 영업정지를 당한 ‘착한 변호사’가 나오고, 권력에 빌붙어 멀쩡한 청년들을 시국사범으로 몰아세우는 ‘나쁜 검사’, 그리고 이미 정해진 판단을 내리려는 ‘나쁜 판사’가 나온다. 아울러 권력을 잃은 검사 출신의 뻘쭘한 변호사도 등장한다.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는 확실한 ‘착한, 인권변호사’로 돌아선다.

‘변호인’ 속의 ‘좋은 변호사, 나쁜 판·검사, 이상한 변호사’는 전개구도도 탄탄하고 내용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듯했다. 우리사회의 법조계를 가감없이 그려낸 의미심장한 영화라는 생각이 짙게 각인됐다. 이를 보면서 사회 초년생에 가까운 청년변호사들은 어떤 각오들을 가질까 싶어 영화를 보면서 앞뒤좌우를 두리번거리면 이들의 눈동자를 훔쳐봤다. 때론 박장대소하는 장면에서, 때론 비범한 각오를 새기는 듯한 눈빛들을 보면서, 주최측이 ‘변호인’을 단체관람하기로 한 이유를 되씹을 수 있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적시하며 인권에 대해 강변하는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의 카리스마와 절규를 통해, 무엇인가 가슴 무거운 것을 느꼈을 것으로 기자는 감히 판단해 본다. 이날 “사법시험 존치”의 절규가 그냥 ‘밧그릇챙기기’가 아닌 내면으로부터의 양심적 목소리며, 또 ‘변호인’을 통해 느꼈을 변호사의 사회적 책무를 다지는 의미심장한 대회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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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13-12-30 23:28:22
ㅋㅋ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그네 2013-12-30 23:28:22
ㅋㅋ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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