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내기 공익변호사, 그녀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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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새내기 공익변호사, 그녀들을 만나다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3.12.20 12:34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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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동천 -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 - 

동천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함께 사용하는 회의실에 소녀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밝은 표정의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가 들어섰을 때 일순 풍경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돈된 풍경속에 생생하게 움직이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소리내 웃는 그녀들이 등장하자 비로소 시간이 흐르고 공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변호사의 공익활동 환경은 도전에 큰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척박하다. 이미 오랫동안 공익활동을 해 온 개별 공익변호사들이나 공익법인들도 있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기반이 탄탄히 자리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 공익 분야에서 변호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 지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 성장하고 진화해 나갈 김차연 변호사와 김연주 변호사를 만났다. 세모로 어수선, 한파로 꽁꽁 얼어가고 있는 2013년 연말. 훈훈하게 마음을 녹여줄, 그래서 서로가 자물쇠를 거는 이 팍팍한 세파를 향해, 가슴 따뜻한 두 변호사가 전하는, 더불어 사는 얘기를 들어본다. 또 그녀들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변호사의 공익활동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공익 재단법인 ‘동천’ 그리고 변호사들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는 동천은 공익법인 중에서도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다.

재단법인 동천은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태평양이 2009년 설립했다. 동천의 가장 큰 특징은 공익변호사를 양성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로펌 최초로 공익 변호사 양성프로그램인 ‘blk-동천 펠로우십’ 제도를 도입, 프로그램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2년간 동천에서 공익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며 이후 독립적인 공익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내공을 쌓는다. 현재는 동천의 공익법률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양동수 상임변호사(사법연수원 37기)와 3명의 펠로우십 변호사가 공익 전담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차연 변호사. 이화여대 로스쿨 1기. 동천 1기 펠로우십
동천의 공익변호사들은 우리 사회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지원은 물론 공익법률지원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영역에서 직접 공익법률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또 120여명의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와 협력해 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사회적 약자를 위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을 지원한다.

여기서 동천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부분의 공익 변호사 활동이 직접 지원에 한정돼 있던 반면, 동천은 로펌 변호사들과 시민사회를 잇는 징검다리의 역할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동천 변호사들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기 펠로우십 김예원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는 장애인, 북한/탈북민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천사아버지를 가장해 장애인들을 학대하고 후원금과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챈 원주 사랑의집 사건, 착한 거지목사로 유명했지만 사실 후원비를 개인유흥비로 탕진한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 등 장애인들의 직접적인 피해 구제 사건은 물론 시각장애인의 웹접근성 문제, 장애인 이동권 소송 등 다양한 제도 개선 프로젝트에도 관여해 활동하고 있다. 또 태평양 공익활동위원회 북한/탈북민 분과위원회와 협력해 개성공단, 탈북민, 북한법제 등에 대한 다양한 연구활동과 법률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바쁜 일정으로 인해 이날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김예원 변호사는 공익변호사가 된 남다른 계기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출산과정에서 일어난 의료사고로 인해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얻었다. 자신처럼 무력하게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는 신념으로 법률가의 길에 들어선 김예원 변호사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장애인 피해구제와 인권보호를 위한 입법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마찬가지로 1기 펠로우십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차연 변호사(이화여대 로스쿨 1기)는 사회적기업/협동조합, 여성/청소년 영역을 맡고 있다. 김차연 변호사는 협동조합기본법, 사회적책임조달방안 등 연구활동과 소년보호 사건의 보조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난민, 이주외국인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2기 펠로우십 김연주 변호사(사법연수원 42기)는 국내의 난민단체와 협력해 bkl 공익활동위원회 변호사들의 난민불인정처분취소소송을 지원하고 이주단체와 협력해 무료 상담 및 자문을 제공한다. 또 이주노동자의 주거환경 및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 및 입법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공익변호사로 살아갈 수 있는 힘”

처음 인터뷰를 시작했을 때 다소 수줍은 모습을 보였던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가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한 것은 의뢰인들과 만나서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관해서였다.

김차연 변호사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조력하는 과정을 통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 되는 것이 보람이라고 했다. 특히 작은 계기 하나로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청소년들을 돕는 일이 그렇다. 그녀는 폭력사건으로 기소된 한 청소년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예전에 비행도 저지르고 방황을 많이 했지만 마음을 고쳐먹고 검정고시도 보고 자격증도 취득하면서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변호인 의견서도 작성하고 경찰에도 가고 서류들을 모아서 제출하는 등 형사처벌을 받지 않도록 해 주려고 노력을 쏟았다. 그녀는 “이 시점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다시 사회에서 실패의 경험을 얻게 되는 거니까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의 일화도 이야기해 줬다. “가정법원에서 국선보조인으로 나서 도움을 준 청소년이 보호관찰로 나온 다음에 삐에로 알바를 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주고 밥도 먹으러 온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직접적으로 한 개인을 돕는 일도 큰 보람이지만 보다 여러 사람을 제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 일도 그녀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다. 김차연 변호사는 “청소년 분야에서는 아직 활동단체들의 말을 법률적으로 풀어내는 변호사가 많지 않았다”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법으로 반영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제로 법으로 만들어내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연주 변호사. 사법연수원 42기. 동천 2기 펠로우십
난민, 이주외국인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연주 변호사는 같은 생각과 뜻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으는 모든 과정이 계속 일을 해 나갈 열정을 끌어내 준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이 가져오는 변화가 아주 작은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혹은 어떤 변화도 만들지 못하더라도 함께 계속해서 지키고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낄 때 자극을 받고 힘을 얻는다. 의뢰인들의 믿음과 김연주 변호사를 의지하는 마음도 그렇다. 김연주 변호사는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된 난민의 경우 한국에 아무런 의지할 곳도 없다”며 “제가 하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은데도 저를 많이 의지하고 믿고 있다는 마음을 느낄 때 책임감과 더불어 힘도 얻는다”고 말했다.

의뢰인들을 통해서 배우고 반성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이주외국인 남성이 지하철 성추행 협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센터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왔다. 사복경찰이 미행을 통해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이 성추행의 증거가 됐다. 김연주 변호사도 동영상을 봤지만 사람으로 밀집돼 있는 2호선의 특성상 성추행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고 성추행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돕기로 결심했다. 재판과정에서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점이 드러났다. 피해자는 경찰이 옆에 와서 당신이 지금 성추행 당하고 있는데 알고 있냐며 묻자 사람들이 너무 붙어 있으니 그런 것도 같아 수긍을 했고 그대로 경찰과 함께 경찰서로 동행해 경찰의 지시에 따라 고소장을 작성했다. 이같은 정황이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결국 공소기각 결정을 받으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김연주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흔들림 없는 신뢰와 의지로 직장까지 그만두고 남편을 도왔던 부인이 눈물을 울컥 쏟아내시더라”며 “의뢰인을 믿었기에 사건을 맡긴 했지만 마음 한 쪽에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부인의 신뢰와 의지를 보면서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개개의 사람은 더없이 약한 존재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힘을 모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강한 존재가 된다.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가 공익 변호사로 살아갈 수 있는 힘도 바로 여기서 나오고 있었다.

 

공익변호사의 미래, 동천의 미래

김차연 변호사는 중학생 무렵부터 꾸준히 공익분야에 관심을 가졌다. 영화 타임투킬에서 백인의 변호사가 딸을 성폭행 한 범인들을 살해한 흑인을 변호해 무죄를 받아내는 것을 보면서 ‘아 저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품었다. 꿈이 보다 확고해 진 것은 대학교 1학년때 엠네스티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프리카 소년병이 임신부를 칼로 찌르는 영상에서 본 소년병의 눈빛이 그녀의 쐐기가 됐다. 그 영상을 통해 접한 충격이 김차연 변호사로 하여금 청소년들을 돕는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게 했다.

김연주 변호사는 사실 장애인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 재학중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활동가가 될 것을 고민하기도 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전공인 법공부를 하고 있던 차에 공감에서의 인턴생활과 동천에서 실무수습을 하면서 법을 통해서도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공익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난민, 이주외국인 영역은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영역은 아니었다. 그러던 그녀가 이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 출국기간 연장신청을 하지 못하고 3일 가량 도과한 이주외국인과 함께 출국사무소에 방문하게 됐다.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가면서 한국말과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이 분이 난민 인정을 못받으면 출국해야 하는데, 그러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서를 통해 접하는 정보로는 느끼기 어려운 절박함이 느껴졌다. 또 출국사무소 입구에서 겁을 먹고 들어가지 못하며 김연주 변호사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며 책임감이 더해졌다.

이처럼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 오랜 고민과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 김차연, 김연주 변호사였지만 동천에 들어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며 밖에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상황과 어려움에 부딪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차연 변호사의 경우 보다 직접적인 지원활동을 꿈꿨다. 하지만 동천은 직접 지원활동과 프로보노 변호사들에 대한 연계활동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물론 연계활동도 충분히 보람있는 일이고 지금도 현장에서 활동하는 일이 많지만 직접적인 지원활동에 더 몰두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연계활동 자체의 어려움도 있다. 공익활동의 가장 큰 매력은 현장을 통해 만날 수 있는데 서류업무에 익숙한 프로보노 변호사들에게 그런 매력을 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일도 그녀들의 몫이다. 또 의뢰인들을 프로보노 변호사들에게 연계하는 경우 끝까지 자신이 그 사건을 책임지지 못하는 데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도 크다.

공익소송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김연주 변호사는 “문제가 있는 법을 바꾸기 위해 소송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소송이 당사자에게 있어서 굉장히 힘들고 부담이 되는 일”이라며 “공익을 위하는 일이라고 해서 당사자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 않겠냐”며 공익소송의 어려움을 전했다. 그녀는 “이런 부분은 지금도 고민이고 앞으로도 고민일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차연 변호사와 김연주 변호사의 고민은 동천의 현실이자 우리 공익변호사 활동의 현실이기도 하다. 공익변호사의 수요는 많지만 공급은 충분하지 않다. 때문에 로펌변호사들의 프로보노 활동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프로보노 활동의 확대와 더불어 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전면적으로 공익 활동에 뛰어들 수 있는 경제적ㆍ환경적 여건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김차연 변호사, 김연주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확인한 뜨거운 열정과 깊은 고민을 통해, 그 길을 힘차게 달려나갈 수 있는 저력과 청량감, 그리고 강한 바람을 느꼈다.

 

“공익 관심 있으세요? 우리 함께 나눠요”

김차연 변호사는 공익분야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변호사의 역할과 자질’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볼 것을 조언했다. 김차연 변호사가 처음 공익변호사로 진로를 결정할 때 ‘변호사의 기본은 소송인데 먼저 충분한 경험을 쌓고 공익 쪽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조언이 많았다고 했다. 그때 진정한 변호사의 역할과 자질인 무엇인가를 고민했다. 그녀는 ‘공익분야에서 그 분야의 전문성을 쌓아가고 법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도 변호사의 자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차연 변호사는 “변호사가 되기 전에 자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충분히 생각한다면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더 잘 할 수 있고 후회도 적을 것”이라며 “저희는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다 열려 있으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연락해서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주 변호사는 무엇보다 자신과 잘 맞고 정말 즐겁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며 “같은 마음과 생각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큰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할 수 있다”고 공익변호사의 매력을 전했다.

인터뷰 이성진 / 정리 안혜성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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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군요 2013-12-22 13:09:49
좋은 일 하시는 거 같은데... 그마음 변치 말고 앞으로 쭉 훌륭한 변화사 되어 주세요

. 2013-12-21 01:06:31
김차연 변호사님, 스케치북 잘 봤어요. :)

보기 좋군요 2013-12-22 13:09:49
좋은 일 하시는 거 같은데... 그마음 변치 말고 앞으로 쭉 훌륭한 변화사 되어 주세요

. 2013-12-21 01:06:31
김차연 변호사님, 스케치북 잘 봤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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