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결같은 자세로 수석 합격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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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결같은 자세로 수석 합격까지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3.12.13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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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감정평가사 수석합격자 한지현씨 인터뷰
“시험 당일 전략과 컨디션 관리 중요”

▲ 제24회 감정평가사시험 수석합격자 한지현씨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말투나 목소리, 혹은 문장으로 ‘아, 이런 사람이구나’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제24회 감정평가사시험 수석합격자 한지현(여, 28세)씨에 대해서는 온화하고 차분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수석 합격을 거머쥔 소감도 비교적 담담했다. 한지현씨는 “합격하기를 기다렸기에 그저 합격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수석합격이라는 생각지 못한 결과가 있어 더욱 뜻 깊은 2013년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녀는 졸업을 앞둔 2009년부터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건축에 흥미가 많았지만 창작에는 부족하다는 판단하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진로를 모색했다.

건축과 관련된 전문자격을 찾던 중 감정평가사에 대해 알게 됐고 건축과 관련된 가치평가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유ㆍ무형자산을 다룰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10년 대학을 졸업한 후다. 공부를 시작한지 4년, 두 번의 1차와 네 번의 2차 끝에 수석합격이라는 기쁨을 안게 됐다.

1차 공부에서 가장 어려웠고 공을 들인 것은 다른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회계였다. 회계원리, 중급회계, 원가관리회계의 각 파트별로 강약을 뒀다.

적성에 잘 맞는 관리회계 파트는 80% 이상 맞출 수 있도록 강도 있게 공부했다. 대신 중급회계에서 문제풀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난이도가 높은 문제는 약한 비중으로 다뤘다.

구체적인 공부방법은 범위를 크게 확장하지 않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강사 한 사람과 각 파트별 한권의 교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교재의 문제는 샤프로 풀고 지우면서 여러번 풀 때마다 틀린 개수를 체크했다. 나중에는 틀린 문제만 모아서 다시 풀어보면서 익혀나갔다.

경제는 전혀 접해보지 못한 과목이었기에 일부러 자세히 진행되는 강의를 들었다. 강의 개수가 많은 수업을 선택해 내용 전반을 이해하려고 했다. 특히 그래프 문제는 모두 맞출 수 있도록 가시적으로 푸는 방법에 집중했다.

한지현씨에게 민법은 효자과목이었다. 먼저 1회독을 통해 민법에 대한 기본 마인드를 잡은 후 관련 판례의 주요 문장을 암기하면서 친숙해지도록 노력했다. 핸드북사이즈의 민법교재를 휴대하며 활용하기도 했다.

부관법은 방대한 분량을 고려해 빈출되는 부분과 키워드 위주로 암기했다. 2차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국토계획법과 부동산공시법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특히 공을 들였다.

2차시험의 관건은 역시 실무였다. 실무는 1교시 시험과목이기 때문에 시험일 전체 컨디션을 좌우할 수 있는 과목이기도 하고 항상 다른 패턴으로 출제돼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불안을 느끼는 과목이다.

한지현씨는 실무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문제집의 회독수를 올리는 외에 문제에 대한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주어진 100점을 ‘남들보다 잘 풀 수 있는 문제’와 ‘남들만큼 풀 것 같은 문제’, ‘남들보다 못 풀 것 같은 문제’로 나눴다.

이 과정을 통해 큰 틀을 머릿속에 세우고 각 문제별로 최대시간 제한, 문제별 대략적 시간배분, 시간상 알아도 축약하고 넘어갈 부분, 가점을 위해 시간투자를 해야 하는 부분으로 구별했다. 문제를 풀고난 후에는 이같은 전략의 실패성공여부를 확인했다.

한지현씨의 실무공부의 시작은 실무마인드 잡기부터였다. 그녀는 “쉽게 가려고 하면 자기만의 로직이 세워지지 않아 도리어 나중에 실무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무마인드를 잡기 위해 처음에는 실무문제집을 한 권 골라서 5회독 이상하면서 예시답안의 수식과 과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풀었다. 이후에는 실무감각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진도별로 모아서 풀었다.

이론은 서브교재로 시작했다. 수험 연차수가 올라가면서는 일본해설과 실무기준을 봤다. 학원강의나 개별스터디를 통해 요약된 프린트물과 뉴스, 논문 등도 이용했다.

여러 번 써보고 첨삭을 받으면서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논리와 표현을 제거해 나갔다. 또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내용을 숙지하고 자신의 견해를 세우려고 했다.

법규는 법 논리를 갖추기 위해 행정법강의를 들었다. 기본적인 내용을 익힌 후에는 서브 위주로 회독수를 늘리고 서브에 새로운 판례를 추가하며 단권화해 공부했다. 시험이 가까워진 기간에는 서브 회독수를 늘려 모든 쟁점을 파악하려고 했고 그 해의 논점이 되는 중요판례는 번호까지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고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더라도 답안지에 제대로 현출해 낼 수 없다면 수험에서는 의미가 없다.

한지현씨는 답안 작성의 키포인트를 ‘가독성’으로 잡고 이해하기 쉬운 답안을 작성하려고 했다. 특히 한 글자 한 글자 읽어주기 힘든 시험의 특성을 감안해 눈에 띄는 답안을 만들고자 목차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올해부터 답안지가 줄어든 실무는 장수를 낭비하는 띄어쓰기를 최대한 배제하고 답 산출까지 하나의 논리과정은 한 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배분했다. 이론은 추상적인 목차를 지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구로 적어 목차만으로도 흐름이 이어지도록 했다.

법규는 서론에서 모든 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답의 윤곽이 나오지 않으면 서론을 쓸 수 없기에 서론에 답을 적을 수 있을 대 비로소 답안작성을 시작했다.

수석 합격자로서 그녀만의 고득점 비결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한지현씨는 “과목별로 고득점 비결은 따로 있을 것 같다”며 “평균 고득점자로서의 비법이라면 2차시험 과목인 실무와 이론, 법규의 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무와 이론, 법규 모두 법전과 실무기준을 기초로 하고 있어 고득점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법 내용에 대한 이해와 암기가 필수적이라는 것. 이를 위해 그녀는 아침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법전을 외우는 개별 스터디를 진행했다.

또 관련된 법도 간략하게나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법제처 사이트를 항상 가까이 했다. 한지현씨는 “관련 법령의 재ㆍ개정 내용을 보면서 감정평가사 시험과 연관된 사회적 흐름과 논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또 부족하거나 흥미 있는 과목에 치중하거나 자신 있는 과목에 소홀하기 보다 세과목을 두루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강제적으로 하루 또는 일주일을 각 과목별로 배분해 소홀해지는 과목이 없도록 했다.

수험생활은 마라톤과 같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지 않도록 완급조절이 중요한 것이다. 한지현씨는 자신의 체력에 맞춰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체력의 한계를 넘어 무리하지 않음으로써 공부하는 동안의 집중력을 높혔다.

그녀는 “아침 일찍 공부를 시작한 경우 오히려 오후에 피로가 밀려와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며 “자리에 앉아서 감기는 눈을 비비는 대신 정해진 시간에 20분 이내로 낮잠을 활용해 깨어있는 시간의 집중력을 높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체력적인 부담이나 공부의 어려움 보다 마음의 부담감이었다. 시험에 낙방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의 속상함과 수험기간이 늘어날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한지현씨는 “수험생이 마음의 부담을 더는 방법은 시험을 접고 다른 길로 방향을 전환하거나 계속 시험을 준비해 합격하는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며 “4년차를 시작하면서 초심을 가지려고 노력했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초연한 생각으로 편안히 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불안함과 싸워가며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스트레스는 필연적인 동반자다. 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잘 다루느냐가 성공적인 수험생활의 열쇠가 될 수 있다.

한지현씨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는 신림동을 벗어나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는 시간으로 보냈다. 매주 일요일은 영혼을 채우고 고시촌 밥 대신 외식을 하며 월요일부터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충전했다.

4년간, 자신의 레이스를 완주하고 수석 합격이라는 월계관까지 얻었다. 한지현씨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그녀는 “일단 연수를 받고 수습 때 배울 수 있는 일들을 배우려고 한다”며 “이후에는 법인이나 감정원, 은행 등 다양한 진로가 있으므로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많은 조언을 들으려고 한다”며 진로에 대해 열린 생각을 보였다.

한지현씨가 지나온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다른 수험생들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그녀는 “실력이 정말 좋은 사람도 시험 당일의 컨디션 조절 실패로 낙방하는 경우가 있다”며 “미련없이 포기할 수 없다면, 운이 없었던 것이므로 내년에는 합격한다는 믿음을 갖고 꼭 힘을 내길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또 “시험 당일의 전략을 무시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합격을 향해 달리는 동안 응원해 준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는 “시험결과보다 항상 내 마음을 먼저 걱정하고 헤아려 준 가족과 친구들, 함께 공부한 스터디원들과 도움 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수험 기간 내내 한결같았던 남자친구에게 감사 전하고 무엇보다도 주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진심어린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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