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스쿨과 메디컬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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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로스쿨과 메디컬스쿨
  • 법률저널
  • 승인 2013.12.10 10:18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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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노무현 정부에서 대표적인 학제 개혁이 로스쿨과 메디컬스쿨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한국적인 입시병의 원인이 이공계는 의대, 문과계는 법대 입시 때문인 것으로 진단하였다. 이에 따라 의대와 법대를 소위 의학전문대학원인 메디컬스쿨과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 설립을 통해서 이를 대학원대학으로 전환시키는 학제 개혁을 단행하려 했다. 메디컬스쿨과 로스쿨은 미국식 교육제도의 산물이다. 원래 미국이 뒤따라 한 영국뿐 아니라 유럽식에서는 의학과 법학 모두 학부에서 교육해 왔고 아직까지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메디컬스쿨 도입에는 찬반이 치열하게 대립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도 메디컬스쿨은 반드시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만 대학원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정부의 의학전문대학원 제도에 반발한 서울대 의대는 반은 고교 졸업생들을 선발하고 반은 대학학부 졸업생을 선발하는 이원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가 끝나고 서울대 의대를 비롯한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다시금 종전의 고교졸업생을 선발하는 의대 시스템으로 되돌아갔다.

실제로 의·치·약·한의대로 인하여 이공계 교육이 황폐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였다. 우수한 고교졸업생들이 의·치·약·한의대를 진학하고 그 다음에 서울대 공대를 비롯한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는 기현상까지 발생하면서 그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 상황을 단지 학제 개편으로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기 마련이다. 메디컬스쿨의 설치에 따라 이공계대학은 전국의 우수한 이공계 학생들의 메디컬스쿨 진학을 위한 예비학교화하는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반면에 미국식 로스쿨은 학부 폐지와 더불어 대학원 교육으로 일원화시켜서 나름대로 제도의 정착을 이루는 듯 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 학제 개편의 대못을 박아버렸다. 정부가 바뀌어도 의대와는 달리 쉽사리 법학부로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에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기약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전국의 25개 로스쿨 이외의 대학에서는 여전히 법학부가 존치하는 상황에서 로스쿨의 출현에 따라 학부 법학교육은 사실상 황폐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17년부터 로스쿨만이 법률가 양성을 독점하는 체제에 대한 비판에 고조된다. 그 대안이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법학도를 위한 사법시험 영구존치론과 로스쿨 교육에서 일본식으로 법학부 졸업생과 비법학부 졸업생들의 교육연한 차별화 시도 같은 것이다. 그 기저에는 미국과 일본에 잔존하고 있는 예외적인 법률가 충원시스템에 대한 미련이라고 할 수 있다.

대륙법계의 성문법 체제를 가진 나라에서 미국식 로스쿨의 전면적인 도입에는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법학부 교육을 이수한 학생들과 비법학도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로스쿨 교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모순투성이다. 그러니 비법학도들의 선행학습을 위한 휴학 사태까지 초래되기도 한다. 앞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를 1500명으로 제한하는 한 이와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리라고 본다. 과도기적인 경과규정을 두지 아니하고 너무 쉽게 제도 개혁을 단행한 여진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법학부 졸업생들의 로스쿨 진학도 금년으로 어느 정도 일단락되어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더 이상 촉발시킬 이유는 없다. 다만 사법시험 존치 문제는 아직도 논쟁이 현재진행형이다.

현 단계에서 정부가 지난 정부의 시행착오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방안은 없을 것이다. 메디컬스쿨 문제는 일단락된 상황이고 보면, 로스쿨 문제도 향후의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이미 폐지하기로 한 2017년 이후에 사법시험의 존치 여부에 대해서 분명한 대답을 해야만 한다. 법률가 단체들도 무엇이 한국적인 법학교육과 법률가 양성의 바람직한 방향인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로스쿨이란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고 정착되어가고 있는 마당에 새삼스럽게 분란을 자초해서는 아니 된다. 정부, 학계, 법률가단체들이 좀 더 진지한 자세로 로스쿨과 법학 및 법조계의 미래에 대한 회답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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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3 16:07:34
로스쿨이 반드시 대학원에 있어야 하나요? 로스쿨을 학부과정에 설치 하면 안되나요?

다르게 말하자면, 학부 법대 체제로 돌아가되, 다만 기존과 달리 법대를 현행 의대처럼 만들면 되지 않나요? 즉 학부 의대를 롤모델로 삼아, 법대 정원을 정부가 통제하고, 교육과정을 관리하고, 사법시험(그 명칭이 변호사시험이 됐든, 사법시험이 됐든)의 응시자격을 법대졸업(예정)자로 제한하며, 합격률을 의사시험처럼 높이면 안되나요?

2014-02-03 16:01:01
성낙인 교수님께서 잘 못 알고 계신 점이 있습니다. 의전원은 정부가 바뀌면서 학부체제로 돌아간데 반해, 로스쿨은 쉽사리 그러지 못하는 까닭은 법률로 학제 개편을 대못 박아 놓아서가 아니라, 장차 변호사배출통로는 변호사시험으로 단일화되는데, 변호사시험의 응시자격을 로스쿨졸업자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의사시험의 응시자격을 의전원졸업자로 제한하기로 했다면, 의전원들도 학부체제로 돌아가지 못했을겁니다

2014-01-19 18:33:45
좋은 사설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로스쿨은 정착되지 못하고 있네요. 특히 로스쿨 간 학벌 서열화, 변시성적 비공개, 높은 등록금 등의 문제들은 로스쿨 학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로스쿨을 폐지하든지, 대대적인 개혁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차라리 폐지가 더 나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기존 로스쿨생들도 살아남죠.

말도안되 2013-12-26 21:58:13
법학도와 비법학도를 동일한 선상에 놓고 로스쿨 교육을 진행하는 것도 모순이지만, 실무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실무가를 양성한다는 것은 더 큰 모순이다. 변호사 자격없는 교수들은 자율전공부나 행정학과 같은데로 가라.

111 2013-12-20 17:08:50
ooo 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하여도 소장 작성, 준비 서면 작성을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로스쿨에서는 소장 작성 등을 심도있게 가르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면에서는 로스쿨생들도 피해자입니다. 시스템 자체가 변호사를 양성해 주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법연수원만큼 못해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안착이 아니라 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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