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시험제도’는 우회로 취지에 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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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시험제도’는 우회로 취지에 반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13.12.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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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조계와 국회를 중심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도 변호사가 될 수 있도록 ‘변호사 예비시험제도’ 도입 또는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4일 열린 변호사시험법 개정안 입법공청회에서 2014년 상반기에 ‘예비시험’ 도입을 입법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예비시험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법시험 존치보다 예비시험에 더욱 힘이 쏠리는 모양새다. 차차 선택이어야 할 예비시험이 예외적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의 주된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진단을 하지 못한 어설픈 처방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존속하면서 노하우가 쌓인 사법시험을 굳이 폐지하고 실패의 가능성이 높은 예비시험을 굳이 새로 도입해보겠다는 것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이해당사자인 사법시험 준비생들 역시 변호사 예비시험은 실익이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예비시험 준비에 막대한 시간적,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뿐 아니라 실무과목까지 준비해야 하는 변호사시험에도 사교육 의존은 마찬가지여서 오히려 로스쿨보다 훨씬 더 법조인이 되기 어려운 이중의 진입장벽의 구조라는 것이다. 로스쿨을 가지 못하는 취약계층이나 일반 서민들에게도 법조인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에서 변호사 예비시험제도가 논의되고 있지만 예비시험 준비생들은 좁은 문인 예비시험과 변호사시험마저 통과하려면 사교육에 전적으로 매달릴 밖에 없는 것이고, 결국 그들은 예비시험제도의 혜택을 전혀 누릴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일본은 여러 사정으로 로스쿨에 못 가는 사람한테 법조인이 될 길을 열어주겠다며 실시된 첫 예비시험의 합격률이 고작 1.8%에 불과했다. 제2회 예비시험에서도 3.1%의 합격률에 그쳤다. 결국 예외는 거의 인정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예비시험은 5월경 기본7법에 대한 단단형시험과 7월경 기본7법과 일반교양과목, 법률실무기초과목에 대한 논문식으로 치러진다. 이후 논문식시험 합격자를 대상으로 10월경 논문식시험의 법률실무기초과목에 대한 구술형시험을 치러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이처럼 일본의 예비시험에서 보듯 너무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비시험 수험생들이 사설 학원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식 예비시험을 설계해야겠지만 기본 틀은 일본식 예비시험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예비시험을 통해 변호사가 된다하더라도 소수의 예비시험 출신에 대한 차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고, 사법시험의 경우 연수원 성적만 좋으면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만 로스쿨 체제는 화려한 ‘스펙’과 권력 있는 부모를 두는 소위 ‘있는 집안’이 아니면 좋은 직장도 제대로 구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비시험 출신들을 그저 들러리로 세우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우리 국민의 절대 다수는 현재 변호사시험제도 이외에 예외적인 법조인 배출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허울뿐인 제도가 아니라 로스쿨만큼 쉽게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방안은 과중한 예비시험이 아니라 그동안 반세기 동안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던 사법시험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학력과 학벌과 상관없이 만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주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의 보완과 다양한 계층의 법조인 양성을 위해 사법시험도 병행되어야 한다. 예비시험 제도는 법조인 배출 통로를 일원화하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은 시험 관리의 편리성에 불과하다. 예비시험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 로스쿨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법조인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문호를 두자는 것인데 그런 취지라면 굳이 예비시험을 통과하고 또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해야 하는 이중의 진입장벽을 쌓기보다는 차라리 사법시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 더욱이 로스쿨 제도의 보완과 기회균등과 법학발전의 측면에서 사법시험 존치가 더 효과적이고, 양 제도의 실질적인 경쟁을 통한 양질의 법조인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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