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행정고시 국제통상 수석 박영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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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정고시 국제통상 수석 박영희씨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3.11.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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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고루 공부한 것이 고득점 비결”
“긴 안목 가진 책임감 있는 공무원 되고 싶다”

 

 

올해 행정고시(5급 공채-행정)에서 여성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통상직 수석의 영예도 여성이 차지했다. 특히 국제통상직의 경우 여성의 비율(73%)이 행시에서 가장 높은 직렬이다.

 

제2차시험 평균 64점으로 국제통상직 수석을 꿰찬 박영희(23·사진)씨는 서울 영파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 3학년에 재학 중으로 미모와 두뇌를 겸비한 재원이다.

 

박씨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합격생들이 그러하겠지만 아직까지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2차 합격 문자를 받고 나서는 정말 말 그대로 뛸 듯이 기뻤다면, 최종합격 연락을 받고 나서는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들었다”며 “아직도 수석합격이라는 말 자체가 낯설지만 2차 시험에서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지난해 국제경제학 과락으로 2차에서 한번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 재시로 최종 합격한 그녀가 행시를 도전하게 된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로를 택하고 싶었다는 것. 특히 공직의 길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행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게 되었다. 또한 그녀는 경제학부 특성상 재경직 진로가 쉬웠지만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국제통상직을 택했다.

 

고득점의 비결을 묻자 “운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는 겸양을 보였지만 “출제가 될 것 같은 주제 위주로 공부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모든 주제를 고루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했던 것”이 굳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는 것. 작년 2차에서 국제경제학 과락으로 떨어진 것도 전년도에 출제되었던 ‘크루그만 모형’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막바지에 소홀히 했다가 계산문제였던 3번 문항을 통째로 날렸던 것이 패인이었다. 그래서 올해에는 되도록 학원 강사들이 소위 ‘찍어주는’ 주제를 일부러 알려고 하지 않았고 교과서와 기타 자료를 주제별로 차근차근 정리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수험기간 중 힘들었던 것은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기보다는 주변 친구들은 모두 나아가는데 저 혼자만 ‘정체’되어있는 것 같은 기분에 힘들었다. 특히 지난해 몇 몇 친구들은 입사를 하고, 또 몇 몇 친구들은 고시에 붙어 나가는 바람에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경제학을 전공하면서도 국제경제학이 그녀를 가장 괴롭혔다. 어느 정도까지 파고 들어가야 하는지도 애매했고, 작년 외무고시 국제경제학과목 기출문제처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심적으로 부담이 크게 되었다는 것.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국제경제학 모의 문제를 풀기도 전에 겁을 먹게 되었고, 모범 답안 또는 예시 답안을 보면 의외로 간단했던 문제를 너무 어렵게 접근해서 답안지를 다 채우지 못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녀는 아침에 무조건 국제경제학 모의고사부터 풀었고 어떠한 경우에도 예시답안을 먼저 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여러 강사의 인강을 들었고 경제학을 잘 하는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일부러 국제경제학과 관련된 이슈를 대화주제로 삼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국제경제학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생기면서 공포심에서 벗어났다.

 

박씨는 PSAT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다만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많은 문제를 접해봐야 한다는 조언을 들어서, 되는대로 문제를 구해서 풀었다. 언어논리는 원래 글 읽는 속도가 조금 빨라서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2,3일에 한번 꼴로 모의고사를 풀었고 자료해석과 상황판단은 매일 풀었다.

 

특히 시간은 80분 안에 모든 문제를 푼다는 마음가짐으로 풀었고 80분을 넘겨서 푼 문제는 모두 틀린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공부했다. 자료해석과 상황판단 두 세트를 모두 푼 다음에 오답을 고쳤고, 따로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자료해석과 관련해서 어림셈 방법 등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공식은 포스트잇에 적어서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그녀는 “PSAT이 시간싸움인 만큼 시간을 맞춰서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상황판단의 경우 어떠한 문제를 읽고 제 시간에 풀 수 없을 것 같은 문제는 과감히 찍는(?) 요령도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차시험을 한달 앞두고서는 오전과 오후에 실제 시험시간에 맞춰 모의고사를 풀었다. 저녁에는 오답을 고치고 남은 시간에 2차 과목을 가볍게 공부했다.

 

2차시험 공부는 기본적으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공부를 시작해서 오후 12시까지 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지만, 몸이 힘들어지면 가끔 일찍 집에 가 쉬기도 했다. 학원 강의는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어 실강보는 인강을 꾸준히 들었다. 되든 안 되든 학원 모의 문제는 꼭 답안을 써보았고, 예시답안과 비교해서 부족한 점은 꼼꼼히 짚고 넘어갔다. 또한 하루에 일정 양을 정해서 다섯 과목 모두를 조금씩이나마 매일 공부했다. 기본적으로 학원 순환에 맞춰서 주요과목을 공부하되 나머지 과목들도 교과서를 읽는다던지, 사례집을 읽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마무리 한달은 새로운 자료를 굳이 찾아다니기 보다는 갖고 있는 자료를 답안지에 현출할 수 있을 정도로 모두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답안지 작성은 손에 익혀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달 앞두고서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한 시간짜리 답안을 썼고, 이삼일에 한 번씩은 실전과 같은 두 시간짜리 답안을 썼다.

 

답안작성의 요령에 대해선 깔끔한 답안을 강조했다. “기본적으로 글씨 크기나 글씨체, 그리고 작성 형식은 깔끔할수록 좋을 듯하다. 글씨체가 꼭 예쁠 필요는 없겠지만 가독성이 좋아야 잘 읽히고, 또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답안지 작성 연습을 하면서 자간이라던지 행간 등에 관해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특히 법 과목은 조문 또는 조약을 인용하는 것이 정말 중요다고 했다. 다만 조문이나 조약을 인용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문제와 연관시켜서 결론을 도출해내는 합리적인 과정이 필요하고, 문장 구성에 있어서 논리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도 어떠한 답 또는 결론을 도출해 내기까지의 과정이 물론 중요하지만 시간 배분을 잘 해서 과정과 결과를 모두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2차에서는 특히 행정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따라서 최소한 다른 수험생보다 적게 알고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하고, 그러한 맥락에서 교과서 뿐만 아니라 학원 강사들의 자료도 어느 정도 이상은 숙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선택과목은 스페인어였다. 스페인어 공부는 ‘Instituto Cervantes’ 라는 스페인어 공식사이트에서 기사나 잡다한 리딩 자료를 출력해서 매일 읽고 번역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그리고 일주일 전쯤에 해놓은 자신의 번역본을 다시 서작해서 원본과 비교하는 식으로 서작공부를 했고, 단어는 딱히 분야와 상관없이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외우려고 노력했다.

 

면접 대비는 2차 발표 후 스터디를 짜서 약 3주간 일주일에 6번 모여서 면접 스터디를 했다. 실전과 유사하게 모의협상과 PT, 개별 면접 모두를 진행했다. 모의협상과 PT 주제는 작년 스터디에서 만들거나 사용한 문제를 그대로 했고, 개별 면접은 한 사람을 앉혀두고 나머지 스터디원들이 예상되는 질문을 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면접에서 중요한 점을 묻자 “ 당황하지 않고 같이 면접 보는 사람들 모두 다 함께 합격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에 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제로 뽑을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리는 사람을 고르는 면접이기 때문에 본인 혼자서만 지나치게 튀거나 다른 지원자를 공격하는 등의 태도는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솔직한 마음가짐으로 본인이 왜 이 길을 택했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를 잘 생각해보면 면접 준비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쉬는 일요일에 영화를 보거나 근교에 가족들과 놀러갔다. 다만 친구들을 만나는 것은 체력적으로 좀 힘이 들어서 자제했고, 가끔은 하루 종일 잠만 자기도 했다. 공부하지 않고 쉬는 날에는 아예 공부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공부가 되지 않는 날에는 같이 고시하는 친구와 학교 내 외부음식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는 했다.

 

수험기간 중 체력 관리는 잠자기 전 집에서 20∼30분 정도 요가를 했고, 식사 후에는 5분에서 10분정도 학교 도서관 주변을 걸으면서 체력을 관리하려고 했다. 또한 공부하면서 잘 먹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래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희망하는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였다. 국제통상에 관심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문화적인 교류나 외국의 문화, 언어 등에도 흥미가 있어 이러한 점을 십분 살릴 수 있는 부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공직에 진출해서 제 행동 하나가 국민에, 그리고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균형잡힌 시각에서 단기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는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직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시작이 반이라고, 이미 고시공부를 시작한 것만으로도 큰 발걸음을 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때로는 불안하겠지만 성실히,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수험생활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합격은 코앞에 다가올 것이라고 감히 장담한다”며 응원했다.

 

끝으로 감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말을 남겼다.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고시공부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부모님, 그리고 누나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서 해준 동생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제 공부를 위해서 부모님께서 많은 것을 포기하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석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부모님의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직 1학년이라 본인의 일이 많았을텐데도 군말 없이 부탁도 잘 들어주고 가끔 방 청소도 해준(?) 동생 영준이와 합격의 기쁨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항상 제 공부에 관심을 가져주셨던 친척분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해준 사회대 외교/나침반 선후배님들, 동기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수석 합격이라는 결과는 저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제 주변 소중한 분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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