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통합진보당 해산을 보는 정치적 시각
상태바
신희섭의 정치학-통합진보당 해산을 보는 정치적 시각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8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2013년 11월 5일 대한민국정부는 8시에 국무회의를 통해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심의하였고 12시에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였다. 사건번호 ‘2013헌다1.’ 헌법재판소가 생긴 이래 첫 번째 정당해산심판을 맞게 된 것이다. 통진당의 이석기의원이 RO라는 조직활동으로 인해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상황에서 이석기의원이 속한 본체인 통진당에 대해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한국헌정사상 첫 번째 일이기도 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례가 많지 않은 일이라 통진당해산청구는 한국정치를 다시 논쟁 속으로 이끌고 있다. 
 

통진당해산은 한국정치의 갈등상황을 진보와 보수라는 기준으로 재현한다. 보수입장에서는 통합진보당이라는 정당과 정당에 속한 의원들을 이번 기회에 대대적으로 정치적 숙청을 가하고 ‘자유민주주의’로 멸균한 상태에서 한국정치의 판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안도감으로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반면에 진보진영은 각 정당별로 입장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이번 사안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보내고 있다. 국정원과 사이버부대의 대선개입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의 정국을 이념과 안보문제로 전환하려 한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 시기까지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을 심판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포석으로 진보진영 죽이기의 시작이라고 비판을 하고 있다. 어찌 되었든 전세계적으로 독일에서 2차례 터키에서 1차례에 불과한 정당해산의 선례를 두고 한국의 정치는 다시 한번 거대한 국론 분열로 들어가고 있다. 
  

정당해산과 관련해서 제기 되고 있는 법적인 쟁점은 크게 4가지로 보인다. 법무부가 밝힌 통합진보당을 해산하기로 청구한 근거들이 충분한지의 문제가 첫 번째 이다. 법무부는 여론조사를 거쳤고 헌법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결정하였다고 하면서 정당강령에 나온 몇 가지 용어들과 통합진보당의 RO 조직의 활동을 가지고 정당해산의 근거를 들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이라는 정치적 사건에서 정당해산 쪽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실체적인 진실과 입증근거가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두 번째는 만약 헌재에 의해 정당해산이 결정되면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우리나라 헌법과 관련 법률에 정당해산에 따른 의원직 유지사안 명문규정이 없기 때문에 법무부는 과거 독일 사례를 가지고 의원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당을 통해서 당선된 비례의원의 경우가 아닌 지역구 의원은 국민들의 판단을 통해서 헌법기관이 되었기 때문에 정당해산이 곧바로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있다.
  

세 번째는 헌재가 재판에 계류중인 이석기의원의 내란음모죄 판결 전에 정당해산 판결을 내릴지에 관한 것이다. 헌재는 이번 사안으로 남감한 입장이 되었다. 만약 내란음모죄의 판결전에 정당해산을 결정했는데 이후 내란음모죄에 관한 재판에서 헌재와 입장이 달라진다면 헌재의 위상은 타격을 입는다. 한편 아직 재판중인 사건과 연계된 사건을 맞아서 판결을 내리게 된다면 실체적 증거를 통해 판결이 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해야 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배할 수 있다. 또한 헌재입장에서도 얼마 안되는 외국선례를 보면서 정치적 사건을 법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으로 인해 여론의 추이를 살펴야 한다. 이것은 다시 그동안의 몇 가지 중요한 사건들에서 헌재가 보여준 여론눈치를 보면서 한편으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다시 한 번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네 번째 쟁점은 독일과 터키의 3가지 사례가 과연 한국 사례와 유사한지 여부이다. 나치 통치 경험이 있는 독일에서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나치당의 후계자’를 표방했던 사회주의제국당(SRP)에 대해서는 1952년에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표방한 독일공산당(KPD)에 대해서는 1956년에 정당해산을 한 적이 있다. 이것은 독일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결정하여 정당을 도태시킬 수 있는 것을 굳이 법원에서 결정했다는 점이나 나치를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정당을 거부한 것이 과연 정당해산이라는 헌법취지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판결 이후에 비판을 많이 받기도 했다. 반면 터키는 2009년 쿠르드족 반군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친쿠르드 정당인 민주사회당(DTP)이 헌법재판소에서 해산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례는 이념적인 문제보다 이 정당이 폭력을 행사했다는 명백한 근거를 가지고 정당해산을 결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결이후 군부독재를 옹호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헌재가 결정을 내릴 때 까지 한국은 헌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엄청난 논쟁을 하게 될 것이다. 정당해산의 법적 근거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볼 것인지나 해산요건을 얼마나 까다롭게 선택해야 하는지나 한국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와 통합진보당이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인지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독일 상황과 얼마나 유사하며 북한의 위협이 얼마나 현실적인지 종북노선을 거쳐 온 통합진보당이 북한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이 과정이 한국의 정치이념과 정치사상의 토대를 명확하게 하며 사상 불모지인 한국에서 구체적인 이념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체계적인 논리 없이 진보와 보수의 극한적인 대립을 더욱 강화시켜 주면서 얼마나 우리가 그들과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하게 만들지는 알 수 없다.
  

여기서 법적인 관점이 아닌 정치적 관점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처럼 통진당의 정치이념이 과연 한국 헌법이 용인할 수 있는 범주에 있는지에 대해 헌재가 판단하고 그 판단과정까지 사회가 이념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먼저 논의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민주적인 방식으로 통진당을 제거하거나 한국의 정치이념의 지평을 확대하면서 한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과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을 구분해가는 과정을 거칠 수 있었다. 전자가 법치주의에 따라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민주주의를 과정적 차원에서 운영하는 방식이다. 한국사회가 통진당을 두고 논쟁을 한다고 할 때 양자는 다르다. 이미 헌재에 심판이 청구된 것을 두고 잘했는지를 따지고 법의 실체적인 입증문제를 헤아려보는 것은 민주주의라는 과정에 먼저 통진당과 그 정당의 이념이라는 이슈를 던지고 사회구성원들이 토의를 통해서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통진당문제를 바라보는 정치적 관점의 문제를 몇 가지 정리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큰 정치적 문제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이번 사안 역시 민주주의의 결정보다 법치주의를 앞세웠다는 점이다. 2004년 탄핵과 행정수도 이전 이후 한국에서 굵직한 사안들의 해결에 표면에는 항상 헌재가 있었다. 민주주의가 있어야 할 자리를 법원이 대체함으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져왔다. 이번 사안 역시 민주주의의 자기 결정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국 사회는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 민주주의의 판단을 더 믿고 기다리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인지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민주주의의 건강함과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불신을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안이 민주적 토론의 과정을 축소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람들이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다름에 대한 합의는 무엇이 다르고 그 사이에서 합의점이 무엇인가를 논의함으로서 정치적 공존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논의사이에서 좋음과 나쁨과 바람직함과 정의로움이 결정되는 것이다. 토론의 공간을 열어줄 때 단순한 호오의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전환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은 좀 더 토론할 수 있는 문제를 심판의 문제로 단순화시켜버렸다는 아쉬움을 가진다.
  

이런 점은 마지막으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이석기의원 재판이 계류 중에 있고 대통령은 해외순방중인 상황에서 대통령도 없는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린 것이나 법무부가 여론의 추이를 보았다는 점이나 헌법 전문가 몇 사람의 의견을 듣고 결심을 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절차적인 사안들을 무시하면서까지 왜 이렇게 급하게 처리했는가라는 의심을 들게 한다. 이 사안이 이렇게 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었을까는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칼 슈미트는 정치를 적과 동지의 구분으로 예리하게 구분했다. 민주주의가 타협의 원리를 지향한다면 정치 본연의 목적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치는 점점 더 적과 동지를 구분하려는 정치로 향해가고 있다. 그러나 적과 동지의 구분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는 사상적으로 적과 동지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