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로스쿨 점검보고서’의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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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로스쿨 점검보고서’의 허점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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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의 알랑쇠 역할을 했던 참여연대가 ‘로스쿨 도입 5년 점검보고서’를 냈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로스쿨 학생들의 학부전공, 출신지역, 경제·사회적 배경이 사법시험 합격자들보다 더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2009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5명 이상 로스쿨 입학생을 배출한 비수도권 대학은 모두 13개교인데 반해 지난 2002∼2011년 비수도권에서 매년 5명 이상 사법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곳은 4개교뿐이라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로스쿨의 비싼 학비로 인해 경제적 취약계층이 법조인이 되기 요원해졌다는 세간의 인식에 대해서도 2012년 기준 23개 로스쿨의 전액장학생 비율은 재학생 대비 35.4%로 경제력이 취약한 학생들도 로스쿨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 있다고 분석했다.

또 로스쿨 입학생들의 학부전공도 사법시험 합격생에 비해 다양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로스쿨 입학생의 53.7%가 비법학사였지만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사법시험 합격자 중 비법학전공자의 비율이 23.6%였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는 논리다. 특히 로스쿨에 입학한 비법학사 중 이·공학이나 의약, 예체능 계열 출신자가 전체 입학생의 18%에 달했던 부분도 로스쿨의 다양성을 방증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또 로스쿨 도입이래 2013년까지 5년간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차상위 계층 462명, 장애인 83명 등이 특별전형을 통해 로스쿨에 입학해 사회적·경제적 취약계층의 변호사 자격 취득 기회도 일부분 확보되고 있다고 자찬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허점투성이다. 우선 출신대학의 다양성 비교다. 로스쿨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에 따라 전국적으로 25개 로스쿨을 두고 있다. 이중 서울권은 11개교, 지방은 14개교로 골고루 배치되어있다. 25개 로스쿨에서 매년 2천명의 입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반면 사법시험은 2009년까지는 1천명을 선발했고, 로스쿨 도입 이후 대폭 줄이면서 올해는 30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사법시험은 동일한 잣대로 ‘시험에 의한 선발’이기 때문에 실력만 있으면 누구이든 합격하는 제도다. 이런 제도적인 차이를 무시한 채 5명 이상 배출한 대학이 로스쿨은 13개교이고 사법시험은 4개교로 2.6배나 증가해 출신대학의 다양성이 확보되었다는 논리는 통계의 기본상식도 갖추지 못한 어처구니 없는 궤변에 불과하다.

출신대학의 다양성은 몇 명이상의 합격자가 몇 개 대학이냐는 단편적인 수치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 자체의 질적인 평가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 게 상식이다. 서울대 로스쿨 입학생 10명 중 9명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9년 로스쿨 설립 이후 입학자 767명 중 서울대 학부 출신이 506명(66%)이나 됐다. 이어 고려대 108명(14.1%), 연세대 64명(8.3%) 순으로 3개 대학 출신이 전체의 88.4%를 차지했다. 또 경찰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등 특수목적 대학 출신이 43명(5.6%), 외국대학 졸업생이 25명(3.3%)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대 출신 입학자는 2011년 이후에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입학생 가운데 이들 3개 대학 학부 출신의 비율이 사법시험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들 로스쿨 졸업생이 좋은 일자리를 선점한다고 볼 때, 사법시험에 비해 로스쿨 체제에서의 ‘SKY 독점’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보고서는 또 로스쿨 입학생들의 학부전공도 사법시험 합격생에 비해 다양해졌다고 평가한다. 이 역시 로스쿨은 비법학사를 1/3 이상씩 받아들이도록 제도적으로 강제돼 있다. 게다가 로스쿨 선발인원이 사법시험에 비해 2배에 달한다. 이런 제도적인 차이를 무시한 채 단순히 수치적인 비교로 다양해졌다는 논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셀프 보고서’다. 사법시험이 계속 실시되고 있음에도 올해 로스쿨 입학자의 비법학사 비율이 고작 44.6%에 불과하다. 비법학사의 비율을 강제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수치는 사법시험 선발인원과 비례해 결코 높지 않다. 취약계층도 마찬가지다.

사법시험과 로스쿨간의 제도적인 차이에서 오는 결과를 놓고 로스쿨 제도가 더 유리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자가당착에 불과하다. 반대로 사법시험도 한 해에 2천명을 뽑고 비법학사의 쿼터를 두면서 장학금과 사회적 배려 제도를 두면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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