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률가의 이전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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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률가의 이전투구
  • 법률저널
  • 승인 2013.11.01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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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무릇 법률가는 법과 정의의 사도로 자타가 평가하고 있다. 법률가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하여 법률가의 양심에 따라 법을 집행하고 적용하여야만 한다. 그것이 법률가에게 부여된 직업적 소명이다. 그와 같은 소명에 따라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법률가들에 대한 국가적·국민적 신뢰가 뒤따를 때 국민들은 편안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민주법치국가의 초석을 마련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근래 정치적 소용돌이의 와중에 법률가들의 언행이 새삼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문제는 작년 12월 19일에 있었던 제18대 대통령선거로부터 비롯된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국가정보원 직원이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해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전개되었고 경찰은 대선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국정원 직원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해 야당은 거센 비난을 가한 바 있다.

대선이 끝난 후에도 이 문제는 결국 국정조사로 이어졌다. 국정조사과정에서 변호사 출신의 주임 수사과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수사외압을 주장함에 따라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일개 일선 경찰서 수사과정이 경찰서장을 뛰어넘어 지방경찰청장을 걸고넘어지는 게 가능하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수사과장과 지방경찰청장의 치고받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였다.

결국 이 사안은 서울지방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이 차려지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예전 같으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담당함직한 사안이지만 박근혜정부에서 대검 중수부가 간판을 내리면서 일선 지검에서 수사하게 된 것이다. 특별수사팀은 여주지청장을 차출하여 팀장을 맡기면서 수사에 활력을 더해갔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전 국정원장에 대해서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할 것인가의 여부에 관해서 공안팀과 특수팀 사이에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줄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에 휩싸여 사퇴하면서 수사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더욱 심해졌다. 마침내 서울고등검찰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 수사팀장과 이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사이에 설전 아닌 설전이 오가는 장면이 TV 생방송 화면을 통해서 생생하게 보도되었다. 심지어 지검장은 하염없이 눈물까지 흘러내리는 모습까지 말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지배하는 검찰과는 달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 특히 법관의 인적 독립이라는 차원에서 상급자의 지휘감독은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법원장은 법관에 대한 최소한의 지휘감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한계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이태 전 서울중앙법원장이 법관들에게 재판에 임하는 일련의 훈시를 하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평판사들의 집단적인 항의를 받고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법원장의 지휘감독과 법관의 인적 독립 사이에 그 한계를 설정하기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때일수록 법관은 개인의 주관적 양심보다는 법관으로서의 직업적 양심에 보다 투철하여야 할 것이다.

다시 법원과 달리 검찰과 경찰은 비록 행정부 소속의 행정기관이긴 하지만 일종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특히 기소독점권을 갖는 검찰은 더욱 그러하다. 경찰과 검찰은 일반적으로 상명하복의 조직으로 이해하고 있다. 판관과는 달리 실제로 원활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상관의 지휘감독과 통솔이 불가피하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결제라인이 설정되어 있다. 그런 조직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은 법률가들의 행태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다. 유사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법관들 사이에 서로 상이한 판결이 내려지는 데 대해서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래도 재판은 삼심제가 마련되어 있다.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하급심에서 상이한 판결이 내려지더라도 상급심에서 교정되고 통일될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 내부에서의 갈등은 교정되고 통일되는 과정 그 자체가 혼돈에 빠지기 때문이다. 혼돈에 빠져든 수사결과에 대해서 입장을 달리하는 그 어느 쪽도 쉽게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법집행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률가는 결코 스포츠 선수나 탤런트와 같이 외부적으로 화려하게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다. 법률가들이 언론에 정치권에 논쟁적인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박세리의 맨발 투혼, 박지성의 멋진 슛, 유현진의 삼진은 환호작약하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법률가는 외형적 화려함보다는 내면세계의 숙고를 거듭하는 가운데 침잠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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