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논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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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논의에 대하여
  • 서헌제
  • 승인 2001.09.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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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도부터 본격화된 법학교육개혁의 話頭는 단연 “로스쿨”의 도입이다. 현행 법학교육제도는 전문교육과 교양교육이 혼재하여 교육의 목표와 방향이 뚜렷하지 않고, 대학들이 고시위주의 학원화로 치닫는 파행성을 보이고 있어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법학교육개혁 논의는 종래 수십년간 주로 교육기간연장, 즉 5년 내지는 6년제 안이 주장되어 왔는데 이는 우리법 체계가 대륙법계에 속하여 있고 대부분의 법학교수들이 훈련받은 독일식제도에 기초하고 있는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1995년 사법개혁시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도입이 추진된 이래 로스쿨제가 법학교육개혁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되고 있다. 
 

로스쿨제의 배경

 

이와 같이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로스쿨안이 개혁의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배경에서라고 생각된다. 첫째는 법학뿐 아니라 모든 학문분야에서 교육의 2원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는 점이다. 즉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 학부교육은 다전공 복합체제로 가고 대학원에서 전문교육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법적 분쟁이 국제화, 다양화, 전문화되어 감에 따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하여는 학부에서는 법학 이외의  다양한 교육을 받게 하고 대학원 과정에서 법학전문교육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셋째로는,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가 되고 있는 미국식 법학교육제도의 우위성이다. 즉 미국식 실용주의 장점과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우위를 바탕으로 하여 전세계가 통합되어 가는 마당에 우리도 경쟁력을 갖춘 미국식 법학교육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사후 법학교육’안과 ‘국립사법대학원’안  


로스쿨제 도입을 위한 개혁안은 1995년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 그 모형을 제시한 이래 여러 가지 변형된 안이 제시되었으며 현재는 교육부 주도로 새교육공동체위원회의 ‘학사후 법학교육’안과 법무부와 대법원이 주도하는 대통령 직속의 사법개혁위원회의 ‘국립사법대학원’의 2가지 대안이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다. 새교육위안은 이른 바 미국식 로스쿨에 충실한 대안이지만 사법시험제도가 현존하는 현실을 감안하여 양자를 절충하는 안이다. 이에 대해 사개위안은 현재의 사법연수원을 확대 개편하는 한편 선발시험인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점진적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느 안이나 사법시험을 그대로 존치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로스쿨제를 이와 접목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개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른바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을 교육전문기관인  대학으로 하느냐 아니면 국가(대법원 또는 법무부)가 관장하느냐의 차이이다. 전자는 기존의 대학에 시설과 교육요건을 구비한 3년의 대학원과정(이른바 학사후 법학교육과정)을 신설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대법원산하에 사법연수원을 법학전문대학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이른바 국립 로스쿨인 셈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전자는 로스쿨 이수자에게 1차시험 면제의 특전을 주고 사법시험을 거쳐 최종적으로 법조인 자격을 부여함에  비해, 후자는 일단 사법시험합격자를 선발한 다음 이들에게 전문실무교육을 한다는 점이다. 
 

미국식 로스쿨제


  이 두개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기 전에 개혁의 모델이 되고 있는 미국식 로스쿨제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미국식 로스쿨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첫째, 로스쿨에서 교육받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일정한 시험을 거쳐 법률전문가 (변호사)자격이 부여되는 점이다. 즉 법률전문가를 우리와 같이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을 통한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는 100여개에 달하는 법과대학 졸업생의 80-90%에 해당하는 3만명 정도가 매년 변호사로 배출되고 있다. 둘째, 로스쿨의 교육여건과 수준은 법률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을 정도로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다. 법과대학으로 공인 받기 위하여는 로스쿨위원회의 엄격한 평가를 거쳐야 하며 또 기존의 로스쿨도 매년 평가가 이루어져 공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각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국가가 법과대학의 수를 제한하거나 그 요건을 부과하고 있지는 않다. 셋째, 판사·검사요원들은 대량으로 배출되는 변호사중에서 다시 일정수를 선발하여 교육을 거쳐 임용하든가, 다년간의 경력 변호사중에 선발하는 이른바 법조 일원화가 확립되어 있다.   

 

새교육위안의 문제점


새교육위안은 현행 사법시험의 존속을 전제로 하여 로스쿨 이수자에게 1차 시험 면제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의 차원에서 문제될 뿐 아니라 교육을 통해 법률가를 양성한다는 로스쿨 도입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여진다. 즉 로스쿨제의 도입은 대량의 변호사 배출을 전제로 하므로 현재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고 있는 사법시험은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으로 대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새교육위안은 4년제 법과대학과 3년제 로스쿨의 양립을 전제로 하여 각 대학이 선택하도록 하고, 로스쿨 배출인원을 약 2,000명 정도로 추산하여 많아야 7-8개 로스쿨 설립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기적으로는 몰라도 어느 하나의 제도로 통합할 수밖에 없으며 로스쿨 수를 이렇게 제한함으로서 나머지 대다수의 법과대학(현재 80여개)의 반발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셋째, 로스쿨 요건이 너무 엄격하여 비현실적이라는 점이다. 가령 교수대 학생의 비율을 1:12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정원 200명의 로스쿨(학생수 600명)이면 교수는 50명이 되어야 하는데 교수 1인당 인건비가 1억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들이 부담해야할 교육비가 어느 정도인가를 알 수 있다. 미국의 웬만한 사립대학의 경우 교육비부담이 우리의 10배가 넘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 문제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개위안의 문제점


사개위안은 이미 법조인으로 선발된 자를 대상으로 교육한다는 점에서 다양한 전공배경을 가진 자를 교육을 통해 법조인으로 양성한다는 로스쿨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명칭을 무엇으로 바꾸든 주로 판결문 작성과 같은 실무적인 교육에 치중해 있는 현행 사법연수원체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법부인 대법원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조만간 사법시험 합격자수가 1,000명 정도에 이를 텐데 이렇게 되면 전체 학생수가 2,000명 정도가 되는 제법 큰 대학수준이 된다. 우선 교수 수에 있어서도, 교수와 학생의  비율을 1:20정도로만 잡아도 무려 100명의 전임교수요원이 필요하다. 과연  이 정도의 전문 교수요원을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문제될 것이며 나아가 로스쿨의 기본취지가 다양하고 전문적인 법학교육을 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법률가들만 모인 사법부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어떻게 기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


이제까지 법학교육제도 개선안은 무수히 제시되었고 각 대안이 가진 문제점과  현실성에 대하여는 많은 논의를 거친 상태이다. 새교육위안과 사개위안은 이러한 논의를 토대로 하여 나름대로 가능한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어떠한 제도개혁이든 모든 이해당사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며 또 현실적인 여건을 바탕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 것이라면, 어느 쪽이 보다 실현가능한 대안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지만 사개위안이 더 현실적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안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위에서 짚어본바 있지만, 그래도 사법시험제도를 점진적으로 자격시험으로 대체하려는 점, 시험응시자격을 일정한 법학교육을 받은 자로 한정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점, 사법연수원을 본격적인 대학원체제로 변환하려는 점등은 분명 진일보한 대안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안은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대안일 뿐 보다 근본적인 해결은 계속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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