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신자유주의와 한국정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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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신자유주의와 한국정치 (2)
  • 법률저널
  • 승인 2013.10.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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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민주주의, 휴머니티

 

신희섭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주변에서 누군가를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그래 좋은데 그 사람 연봉이 얼마야?”이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받을 때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 연봉이 이정도 된대. 잘나가는 사람이야.”라든가 아니면 “어느 아파트에 산다”거나 “어떤 브랜드의 자동차를 탄대”라고 이야기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이처럼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부모님의 직업이 무엇인지 등등 우리는 일상에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시장적 잣대’로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소득과 같은 어느 개인의 사적인 문제를 그 사람에 대한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흔한 기준이 되었다. 그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이나 그 사람의 철학이 담긴 인생관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자세 등은 너무 복잡한 주제가 되거나 관심 사항에서 멀어지고 단지 어떤 브랜드의 가방과 액세서리를 착용하였는지로 그 사람에 대해 예단하기도 한다.


그만큼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시장적 원리와 시장 중심적 철학이 우리 주변에서 강력한 논리로 무장하고 생활을 지배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국가와 사회를 지배하는 거대한 담론이나 흐름만이 아니라 개인의 미시적인 일상까지를 장악한 하나의 ‘헤게모니’가 되었다. 그람시(A. Gramsci)적 관점에서의 이 헤게모니는 일상까지를 지배하는 의식구조를 장악하는 이념을 의미한다.
  

지난 시간에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중상주의의 흐름을 이야기 했다. 케인즈주의로 대표되는 국가개입주의가 2차 대전이후 주류가 되었고 이 흐름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보다는 민주주의의 평등성에 강조점을 두었다. 민주적 원리를 시장 영역에 까지 개입시킴으로서 국가기제가 시장이라는 제도를 통제하고 조정하면서 사회주의의 계획경제를 부분적으로 차용하였다.
  

이러한 중상주의에 저항하면서 1970년대 신자유주의가 부상하게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2차 대전 이후 창설된 몽페를랭협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여기서는 하이에크나 밀튼 프리드먼과 칼 포퍼 등이 속해있었다.1) 이들의 논리는 당시에는 학문의 주류를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1970년대 이후 세계경제불황과 오일쇼크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이론적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특히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정부에 의해서 시장 중심적이고 공급중심적인 이론이 부상하게 되면서 학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영미식의 시장중심적 성향을 가진  신자유주의는 과거 시장 실패를 비판했던 국가개입주의이론들을 다시 반박하면서 국가 실패를 주창하였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이 실패할 수 있지만 국가실패보다 더 그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덜 치명적이라는 것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국가의 개입에 의한 효용의 상실이나 지대(rent)를 추구하는 국가의 개입이나 노동자에게 근로의용을 저하시켜서 노동자를 국가 복지 혜택의 노예로 만드는 것이나 사용자의 투자의욕을 저하시키는 것 등이 국가실패를 가져오게 하고 시장의 균형을 방해하는 요소로 지적되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다시금 시장을 통한 자유의 확보를 강조하였고 이것을 넘어서 정부와 정치를 아예 시장질서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논리는 미국의 워싱턴 컨센서스로 대표된다. 미국식모델인 워싱턴 컨센서스의 중요 내용은 금융시장의 탈규제, 민영화, 사회보장제도와 노동조합, 노동시장보호의 약화, 정부의 축소, 상위소득자에 대한 감세. 국제적인 상품과 자본시장의 개방, 자연실업률로 가장된 완전 고용의 포기를 들 수 있다.2) 워싱턴 컨센서스의 시장중시 모델로 대표되는 미국모델은 유럽의 복지모델에 비해서 더 낮은 실업률, 더 높은 인구 대비고용비율, 더 빠른 성장이라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소득불평등비율이 높다는 점, 빈곤이 심화된다는 점, 생산성이 낮다는 점, 더 긴 노동시간에 대비해 노동이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된다.3) 미국식 시장중심 질서의 심각한 문제는 경제가 나빠질 때 하위소득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2008년 경제위기와 같은 상황은 즉각적으로 이들 사회적 약자에게는 생존위협이 되었던 것이다.

 

2. 신자유주의의 폐해

 

사회적 약자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으면서 시장의 원리에 의해 성공과 실패가 개인에게 전적으로 책임 전가될 경우 사회는 극단적인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생존을 둘러싼 치열한 문제가 된다. 개인 소득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생존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사회적 열패자가 되기 수월하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상황을 개인의 능력과 재능의 문제로 치부해버림으로서 사회와 개인 간의 조화를 붕괴시키고 개인을 원자적입장으로 이해하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 신자유주의의 폐해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은 사회와 화합하기 힘들게 되고 한편으로는 사회를 원망하거나 반사회적 존재가 되기도 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사회적 열패자로서 불합리한 구조를 받아들이고 사회개혁 가능성에 있어서 자신을 무기력한 존재로 보며 자신들의 무기력함에 대해 체념하게 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의지를 상실시킨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들의 정치적 저참여로 나타나고 이들에 대한 정치적 대표의 부재로 표면화되고 정치적 대표성을 더욱 악화시킴으로서 정치제도를 통한 정치적 해결 가능성을 낮춘다. 신자유주의가 정치를 장악할 때 생기는 문제는 이처럼 사회적 약자가 스스로 자신의 대표를 통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른 폐해로는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사사화’ 혹은 개인화를 통해서 개인들이 공적인 문제보다는 사적인 부분에 대해 탐닉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를 운영하는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오로지 사적공간으로만 침잠해가는 개인들을 만듦으로서 시장중심주의는 인간자체를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아렌트가 걱정한 것처럼 이렇게 개인화되고 원자화된 존재들은 거대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적 전체주의나 시장적 권위주의에 취약하게 된다. 무기력한 개인들의 냉소와 포기는 공공성의 영역을 자유를 거부하는 이들의 노골적인 폭력에 넘기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신‘자유’주의는 인간의 ‘자유’를 약화시키는 딜레마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걱정이외에도 시장질서를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우리 삶을 지배하는 ‘헤게모니’를 구축한다는 점도 문제이다. 시장은 사적공간이고 공적공간은 공공의 문제로 채워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을 구분하는 기준 자체는 철학적 문제이고 이것은 이념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이때 신자유주의라는 기준은 이 기준 자체를 용납하지 않고 모든 분야를 시장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 이런 잣대에 대해 비판하거나 의문을 품으면 시장 유토피아에 대한 불경스러운 도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불경죄를 범한 이는 시장적 공동체에서 퇴출되거나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의 폐해는 부에 의한 지배 즉 금권정치(plutocracy)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부자가 정치를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만이 반영되는 정치체제를 만들면 그 정치체제는 사회적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것은 과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시대부터의 가장 큰 고민이었고 현대 정치에서도 가장 큰 숙제로 남겨져 있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해법은 정치를 전면에 복귀시키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인 의식을 복구하고 공동체감과 유대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개인이 사회적 존재로서 의미를 가지게 만드는 사상적인 부분에서의 이론적 노력과 함께 이러한 철학적 기반을 통한 복지체계의 구축과 사회안전망의 확보가 중요하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질병과 사고와 같은 우연적 요소에 의해서 자신의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다면 인간의 자기 지배(self-rule)는 어려워진다. 그런 점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확보를 위한 복지체계구축은 인간의 주체성 복원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또한 시장적 질서의 폐해와 장점을 균형있게 보기 위한 비판적 자세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적 공론의 공간을 확장할 필요하다. 특히 공적공론의 공간에서 비판적 입장의 목소리와 논리가 발전할 때 균형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으로 대표성을 증대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있을 때 개인적인 문제를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당정치를 통해서나 시민사회운동을 통해서 정치대표성을 높이는 것과 담론화과정이 필요하다.  
 

각주)-----------------
 홍익표, 『한국정치를 읽는 20개의 키워드』, (서울 : 오름, 2012), p.24-25.
 Ibid.,pp.25-26.
 Ibid.,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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