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법률가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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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률가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
  • 법률저널
  • 승인 2013.10.0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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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인 서울대 법대 헌법학 교수

 

어린 시절에 선친께서는 신문의 주요 기사를 스크랩해서 자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이를 교육의 한 장으로 삼으셨다. 그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문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 기사 하나가 천재소년의 고등고시 합격 소위 ‘소년등과’였다. 그런데 꿈에도 그리던 그 분을 조우한 것은 변호사징계위원회였다. 오래 전 대한변호사협회 징계위원회의 외부위원으로 참여하여 심리하는 중에 바로 그 분의 징계 건이 상정되었는데 사안 자체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것이라 그 분에 대한 어린 시절의 환상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최근 법률가들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야기하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 실체적 진실 여부를 떠나 이와 같은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의혹의 시선을 받게 된 것 자체가 우리 사회의 불행이자 동시에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제가 된다.

현직 검찰총장이 실정법 이전에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에 어긋나는 논쟁에 휩싸이게 되면서 대한민국 사정의 중추기관인 검찰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는 공인의 자세가 어떠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엄중함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을 곰씹어 보아야 한다. 이 와중에 수습중인 초임검사가 사무실에서 피의자와 불미스러운 성추문을 일으킨 사건에서 법원은 징역 3년의 중형을 선고하였다. 정의의 구현자이자 공익의 대변자인 검찰이 위아래 할 것 없이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한편 사법연수생을 비난하는 부형의 로펌 앞 1인 시위가 세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유부남인 연수생이 동료 연수생을 상대로 총각행세를 한 애정행각이 문제의 본질인 것 같다. 이 혼돈 속에 연수생의 부인은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사법연수원은 남자 연수생에 대해서는 퇴출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여자 연수생도 정직 3월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었다. 아무리 젊은 나이라고 하지만 5급 사무관이라는 공무원 신분인 연수생들의 일탈 행동은 사회적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이들의 철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선량한 절대다수의 연수생들까지 싸잡아 비난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 사회에서 법률가들은 그 어느 직업인보다 선택받은 이들이다. 좋은 대학 나와서 어려운 시험에 합격했고 그들이 향후 어떠한 직업을 가지는가에 관계없이 국가로부터 공무원신분으로 2년간 무료교육의 혜택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로부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쟁과 시험에만 익숙하고 인간 본성에 충실한 법률가로서의 윤리와 책임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우리 법학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장면이다.

외형적으로 드러난 일들 못지않게 현실세계에서는 선량한 시민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비리가 법률가 사회에서 속출하고 있다. 법원, 검찰, 변호사뿐만 아니라 민생현장과 직결된 경찰도 수많은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법학전문대학원 소위 로스쿨은 시험에 의한 법률가 배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법률가 배출이라는 명제를 구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로스쿨도 차츰 변호사시험 학원화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변호사시험을 위한 필수코스인 법조윤리만 해도 그렇다. 그 내용은 천편일률적으로 온통 법률가로서 업무와 관련하여 비난받을 일인지 아닌지에 한정되어 있다. 법률가로서 지켜야 할 법적 윤리적 소양을 시험하는 일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어쩌면 미국식 법조윤리의 한국적 이식에 불과하다. 즉 법조윤리는 법률가로서의 법적 윤리에만 치중하여 법률가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법률가에 대한 기대와는 동떨어져 있다. 차제에 로스쿨의 의전형식 과목으로 전락한 법조윤리 교육과 시험을 법률가로서의 온전한 소양을 제고함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가져야 할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재정립하여야 한다. 시험을 통한 법조윤리가 아니라 교육을 통한 법조윤리가 바로 로스쿨이 지향하는 목표와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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