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과 사법시험, 그리고 내실(內實)
상태바
로스쿨과 사법시험, 그리고 내실(內實)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13.09.23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진 기자

 

신림동 고시촌이 사법시험 폐지 등의 원인으로 침체기에 빠져 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 신림선 경전철 건설이 확정되면서 제2의 부흥을 내심 기대하고 있다. ‘경전철 확정 환영, 조기 착공 희망’이라는 플랜카드가 골목 입구마다 펄럭이는 것을 보며 지역 주민 등의 설렘을 엿보게 한다.


반면 이곳 지리와 환경을 잘 아는 기자로서는 한편의 마음속에는 사뭇 다른 생각을 하곤 한다. 과연 상대적으로 문화적, 상업적으로 여건이 열악한 이곳이 경전철이 들어선다고 갑작스런 발전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민들이 경전철을 이용해 타지역으로 쇼핑, 문화를 즐기러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앞선다. 교통이 편해진다고는 하나 타 지역민들이 이곳에 방문할 만한 상대적이고 특별한 기반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요지는 어떻게든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머금게 하는 제도(겉포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빛나게 하고도 남을 본질(내용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는 뜻이다. 로스쿨이 출범한지 5년을 맞았고 내달 11일부터는 6기 입학생들의 지원을 맞이하기 위해 전국 25개 로스쿨은 벌써 분주한 분위기다. 지난 7일 고려대 로스쿨을 시작으로 원서접수 직전까지 입시 설명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학교를 빛내고 나아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열정일 뿐만 아니라 지원하고자 하는 고객(수험생)에 대한 당연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전국 법과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대한법학교수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시험을 존치하고, 로스쿨 수업연한을 법학사 3년·비법학사 4년으로 변경하는 법률개정안을 마련해 이번 정기국회에 입법청원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 사법시험과 로스쿨간의 관계는 시소를 타는 듯, 법조인을 희망하는 이들의 지원규모가 비슷했지만 사법시험 선발인원의 급격한 감축으로 올해부터 로스쿨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기세가 역력해 보인다. 이 와중에 사법시험 존치를 골자로 하는 청원안은 이를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배수진인 듯하다. 아직까지는 로스쿨이 더 좋은 지, 사법시험이 더 좋은 지, 뚜렷한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다. 과거 사법시험의 장·단점은 펼쳐져 있지만 로스쿨이 과연 국민들에게 더 좋은 제도인 지, 그것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 깊게 들여다보면 양 제도 모두에 대한 불투명한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고 또 각각의 장점도 뚜렷하다는 태생적 특징이 있는 것도 분명하다. 다만 어떻게 운영함으로써 태생적 장점을 더욱 확장해 낼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시각을 그동안 놓쳐 온 것은 아닌가 싶다. “새롭게 출범하니 다 좋고 무조건 따라오라” 또는 “막연히 구관이 명관”이라는 떼쓰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가끔 씁쓸한 생각이 들곤한다.


고속철도(KTX)가 확장되면서 일부 지방지역은 오히려 ‘역상경’의 딜레마에 빠졌다고 한다. 반면 기자가 아는 한 지역 읍소재의 지인은 KTX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역사 주변에 내어 놓았더니 서울에서 이를 사러 오는 단골손님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나고 있다는 귀띔이다. 결국 막연한 희망은 금물이며 내실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지금이라도 로스쿨은 ‘안주’의 틀에서 벗어나야 하고 사법시험은 ‘왜, 폐지됐나’라는 반성의 거울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모종의 합의점이 형성될 듯싶다. 새로운 로스쿨 제도, 꺼져가는 사법시험 제도. 굳히기와 회생하기. 가을 입구에서 고시촌에 나부끼는 ‘경전철 환영’ 플랜카드를 보며 종종 느끼는 헷갈림이다.

desk@lec.co.kr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