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인회계사 수석, 오현지씨의 생동차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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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인회계사 수석, 오현지씨의 생동차 비결은?
  • 법률저널
  • 승인 2013.09.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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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치러진 2013년도 제48회 공인회계사시험에 904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29일 밝혔다. 올해 2차 시험 응시자는 총 2천398명이었으며 합격률은 37.7%다.


이번 수석 합격의 영예는 총점 461.1점(평균 83.89점)을 획득한 오현지(20·사진)씨가 차지했다. 특히 오씨는 올해 초에 1차 시험을 통과하고 바로 2차 시험에도 합격한 소위 ‘생동차’였다.


오씨는 서울 창덕여고를 나와 서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묘령의 재원이다. 그녀는 법률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수석 합격의 소식을 받았을 때 너무나 얼떨떨하고 당황했다”며 “솔직히 합격할 수만 있다면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예상외 수석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오씨는 만 20세여서 ‘혹여나 최연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었다가도 ‘에이, 헛된 기대하다가 실망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자’ 라고 마음을 다독이던 차에 뜻밖의 소식은 그녀를 더욱 당혹케 했다는 것.


실제 최연소의 타이틀도 기대할만 했다. 최연소로 합격한 최진수(20)씨와 나이는 같지만 생일이 열흘 정도 앞서는 바람에 아쉽게 놓쳤다.


비록 전공이 경영학도였지만 사실 그녀는 사실 공인회계사시험을 준비하게 된 데 어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1학년을 마치고 2학년이 될 무렵, 신입생의 자유를 만끽하던 친구들이 하나 둘 진로탐색의 시간을 가지며 여러 가지 대외활동, 또는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오씨도 그런 학생들 중에 하나였고, 단순히 학교에서 ‘회계원리’ 와 ‘관리회계’ 과목만을 들어보고 ‘해볼 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공인회계사시험 준비를 하나의 전환점으로 삼고 싶은 측면도 있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보냈다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에 비해 대학교 1학년 때는 편하고 자유롭게 보냈던 것이, 그런 그녀의 생활습관과 자세를 고쳐야겠다는 생각에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던 것.


따라서 그녀의 수험생활도 전반적으로 평온했다. ‘작은 것에도 행복할 줄 알자’를 좌우명으로 삼아 삶의 방식이 소소한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 편이라 시험 준비를 하면서도 나름대로 재미를 발견하며 지냈다고 했다. 공부스타일이 도서관이나 독서실같은 밀폐되고 너무 조용한 공간보다는, 사람들의 대화소리라든지 음악이 들리는 카페에서 공부가 잘 되는 편이었다.


인터넷 강의만 도서관에서 듣고 복습은 카페에서 할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나름대로 좋아하는 단골카페도 생겼고, 좋아하는 노래, 편안한 의자, 공부하고 나서 밖을 쳐다보면 노을이 지는 풍경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수험생활이었다. 


또한 오씨의 스타일은 무엇이든 한 번 빠지면 뭐든 푹 빠지는 성격이다. 맨 처음 모든 과목을 접했을 때는 너무나 생소한 용어들에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릴까’ 하는 막막함이 앞섰으나, 점점 친숙해지고 이해가 될수록 각 과목에 흠뻑 빠져 재미를 느꼈다.


수험생활 막판에는 시험의 당락여부와 상관없이 1년간 휴학을 하고 전공인 경영학에 대해 깊이 있게 배우고, 또 흥미를 찾게 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값진 경험이 아닐까하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녀의 1차 공부는 우선 회계원리 ‘인강’을 들으면서 시작됐다. 2학년 2학기부터 1년간 휴학하여 본격적으로 공부에 집중했다. ‘심화종합반-객관식종합반’의 수업 등을 통해 모든 과목을 기본적으로 2∼3회 회독수를 늘려가며 철저하게 이해하려고 했다.


1차 공부는 모두 온라인 강의로 들었으나, 2차 시험 준비부터는 ‘동차종합반’ 실강의를 들었다. 다만, 학원에 다니면서 매너리즘에 빠질 것을 우려해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려고 했다. 또 정해진 수업 시간에 수업을 듣기만 하기보다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공부방법은 전반적으로 동차종합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랐다. 다만, 재무관리의 경우 온라인 강의를 병행했다. 동차반 커리귤럼을 따라갈 경우 재무관리 공부시점이 너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5월부터는 학원을 가는 것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워, 온라인 강의를 듣는 경우가 많았고, 학원을 가도 수업시간에 수업만 듣기보다는 개인 공부와 병행했다.


2차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묻자 그녀는 “2차는 1차 때 느꼈던 ‘생소함’이 없기 때문에 자칫 익숙하다는 데에 대한 자만감을 가질 수 있다”며 “1차 합격의 기쁨에 나태해지기 보다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차분하게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1차 때보다 육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일이 훨씬 많기 때문에 2차 시험 준비 과정에서 체력관리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갓 20세에 접어든 그녀에게 앞으로 진로가 궁금했다. “아직도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그녀에게 공인회계사시험 준비는 구체적인 직업이 결정되는 계기라기보다는, 새로운 경험과 배움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실제 경영학과이지만 사실 1학년 시절 전공과목을 거의 듣지 않았고, 전공과목에 대한 흥미도 덜했다고 했다. 오히려 핵심교양 과목 중의 하나인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나, 일반교양 과목인 ‘소묘의 기초’같은 과목에서 즐거움을 찾는 문학소녀였다.


그러나 오씨는 이번 공인회계사시험 준비를 계기로 1년이라는 시간동안 단순히 회계뿐만 아니라 세법, 재무관리 등에 대해서도 깊게 배우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이를 통해 경영학에 대해서도 큰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했다.


당장 현재는 “세법과 재무관리와 관련하여 더욱 심도 있게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또 직접 회계 법인에서 인턴경험을 하면서 ‘살아 있는 공부’를 해보고도 싶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심리학, 통계학이라든지 법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들을 복수전공하여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끝으로 그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감사할 ‘롤모델’이 많았다고 했다. “서울대 법대를 수석 입학하여 지금 제 나이에 사법고시를 패스한 아버지, 얼마 전 학년 과 수석을 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 중인 언니, 같이 공부하던 동기들 역시 매 과목마다 A+를 놓치지 않는 민족사관고등학교 수석 졸업의 친구, 대원외고 출신에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표로 출전한 경험이 있는 모르는 게 없는 척척박사 친구 등, 제 주변에는 ‘존경할 수 있는 롤모델’이 참으로 많이 존재하고,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어서 스스로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받을 수 있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또한 “정신적으로 지칠 때마다 ‘그래도 엄마가 항상 같이 있으니까 다행이지’ 라는 생각이 들어 참 든든하고, 같이 공부를 하였던 반 동기, 언니 등 시험기간 동안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던 친구들이 있어서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상연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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