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미확정 조합장, 당연 업무정지는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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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미확정 조합장, 당연 업무정지는 위헌”
  • 법률저널
  • 승인 2013.09.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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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농협법 업무정지 조항 “직업수행·평등권 침해”

 

농협 및 축협 조합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지 아니한 경우 이사가 그 직무를 대행하도록 규정한 농업협동조합법 조항은 조합장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농협 및 축협 조합장들이 농업협동조합법 제46조 제4학 제3호 및 같은 법 제107조 제1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직업수행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심판에서 관여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날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법률조항들은 조합장에 대한 유죄의 형이 확정되기 이전임에도 직무정지라는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며 “농협 및 축협은 농업인·축산업인이 자율적으로 결성한 조합으로서 국가의 관여가 최대한 배제되어야 할 사경제주체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해당 법률조항들에 의한 기본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엄격한 심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조합장에 대한 조합원 내지 일반의 공공의 신뢰는 금고 이상의 형 선고라는 판결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수사나 공소제기 및 그에 따른 언론보도에 의하여 상실될 수도 있다”면서 “또 경영상 잘못된 사업의 추진이나 정치적 실책, 비윤리적 사생활 등 이유로도 상실될 수 있고 해당 법률조항들에 의하지 아니하더라도 조합원 등은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하여 잠정적으로 조합장의 직무집행을 정지시킴으로써 조합의 현저한 손해나 원활한 운영에 대한 위험 방지를 도모할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또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더라도 불구속상태에 있는 이상, 조합장이 물리적으로 부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조합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그 직무에서 배제되어야 할 당위성을 발견하기도 힘들다”며 “조합장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 다른 추가적 요건 없이 곧바로 그 직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은 조합원이나 일반의 공공의 신뢰 및 직무전념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헌재는 “해당 법률조항들의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직무정지라는 불이익을 가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는 형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조합장 직무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야기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범죄 등으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해당 법률조항들은 조합장이 범한 범죄가 조합장에 선출되는 과정에서 또는 선출된 이후 직무와 관련하여 발생하였는지 여부, 고의범인지 과실범인지 여부, 범죄의 유형과 죄질이 조합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공공의 신뢰를 중차대하게 훼손하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범죄로 그 적용대상을 무한정 확대함으로써 기본권의 최소 침해성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특히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고 죄책의 정도에 따라 합당한 형을 부과하는 제도일 뿐 조합장에 대한 직무정지의 필요성을 심리하지 않는다”며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한 형사판결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직무정지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는 점 역시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기본권 제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아울러 “해당 법률조항들에 의해 달성하려는 공익은 모호한 반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의 확정이라는 불확정한 시기까지 직무수행을 정지 당하는 조합장의 불이익은 실질적이고 현존하는 기본권 침해로서 위와 같은 공익보다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법익균형성 요건 불총족도 지적했다.


헌재는 평등권 위배도 선언했다. “직위의 공공성이나 그 직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조합장과 비교할 수 없이 높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 등의 공직자들에게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 직무를 정지시키는 규정이 존재하지 아니한다”면 “반면, 위 공직자들보다 직무정지의 필요성이 훨씬 낮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사상의 가처분 제도에 의하여 직무집행정지도 가능한 농협·축협 조합장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이유로 곧바로 직무정지라는 제재를 가하는 것은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사법인의 임원이면서도 금융기관에 준하는 공공성과 청렴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농협 및 축협 조합장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신용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의 경우에도 해당 법률조항들과 같은 직무정지조항이 없다”며 “해당 법률조항들은 농협 및 축협의 조합장에게만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직무정지라는 제재를 가하고 있어 자의적인 차별로 인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했다.


앞서 A씨 등 청구인들은 지역농협 내지 지역축협의 조합장으로 당선된 자들로서 1심 형사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농협협동조합법 관련 조항에 의해 조합장 직무가 정지되자 해당 법조항들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편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조합의 원활한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예상되는 범죄로 그 적용대상자를 한정하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오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실만을 유일한 요건으로 농협 및 축협 조합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도록 규정한 것은 청구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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