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로스쿨, 이번에는 정말 하는가
상태바
[시론]로스쿨, 이번에는 정말 하는가
  • 법률저널
  • 승인 2003.07.29 15: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병직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변호사 자격과 운전 면허는 무엇이 다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로스쿨 - 할 수 없이, 순전히 편의상 이렇게 부른다 -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랬으니, 벌써 십여 년 전부터다.

로스쿨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다. 한참 논란이 거듭되다 어느 순간 스러지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이 출범하자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에서 로스쿨 도입을 건의했다. ‘법학전문대학원’이란 이름으로 구체적 세부안까지 만들어 제법 뭔가 이루어지는가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 전과 마찬가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니 이번은 세 번째다. 노무현 정부는 대통령 직속의 교육혁신위원회를 구성한다. 교육부총리가 다시 끄집어낸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를 실현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시도의 결과는 또 어찌될까.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로스쿨 제도를 들먹인다. 그건 결코 유행이 아니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로스쿨은 그 자체로 개혁을 의미한다. 법학 교육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말하는 것이다. 판사의 자격과 법원 구성의 개혁은 법조일원화로 집약된다. 검찰 개혁과 변호사의 서비스 향상도 그 언저리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법연수원 제도나 사법시험 제도와 관련되어 있고, 그 문제의 해결은 법과대학 학제 개편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을 기치로 내세운 문민 정부 때부터 잔뜩 기대를 갖고 문제를 제기하고 밀어붙여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거기에도 일관된 이유가 있다. 몇 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벽은 법조계의 반발이었다. 기존 법조인들이 크게 저항한 것은, 오직 변호사 수가 급작스럽게 늘어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주변의 갑남을녀가 사법시험에 응시하고 장삼이사가 변호사 배지를 단다는 사실이, 두렵기 뿐만 아니라 싫기도 하고 경악스럽기조차 한 것이다. 그 까닭은 새삼 늘어놓지 않더라도 누구도 짐작할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로스쿨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거듭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당연하다. 그 필요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도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법학 교육 제도 개혁이라 하면 바로 로스쿨을 어떤 형태로 채택할 것이냐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개혁은 그 내재적 필연성만 유지하고 있다면 언젠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처음에 반대하던 사람들과 개혁을 급작스럽게 서두르려던 사람들이 합의점을 찾게 마련이다. 이번에 다시 진행되는 로스쿨 도입 논의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그동안 10년 이상의 세월을 서로 반대하고 견제하던 세력들이, 어느새 서서히 서로 화해할 지점들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처음 시작되던 시점과 비교하면, 사법시험 합격자 수도 어언 세 배가 넘었다. 그것이 다시 두세 배 더 는다고 큰 혼란이 생기는 건 아니다. 이제 기존 법조계도 억지로 수를 제한함으로써 계급적 지위와 이익을 누려 보겠다는 생각은 계속하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과 변호사 개업을 하는 사람은 다르다. 최소한의 질서는 직업 윤리 제도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제도 실현에 도움이 될 실질적 연구와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당장 공과대학부터 음악 미술대학까지 다양한 학부 출신들의 지원을 받아, 법과전문대학원의 입학 시험을 어떻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우선 로스쿨이란 이름과 형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데 급급했던 느낌이다. 그 사이 일본에서는 논의 시작 삼 년만에 구체적 방안을 확정해 버리지 않았던가.

우리도 이제는 양상이 다르다. 당장 대법원이 연초에 로스쿨 도입을 사법제도 개혁 방안의 하나로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주말 그 문제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연다. 만약 로스쿨이 만들어진다면, 뒤이은 사법 제도 개혁도 불가피하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뭔가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봤던 것인데, 솔직히 자격증이란 점에서 변호사가 가진 것과 운전하는 사람이 가진 것은 다를 것이 없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시험만 통과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자격증이다. 그 절차나 난이도가 좀 다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야 백 년의 사법 제도에서 개혁 하나 이뤄낼 수 있다. 질적 차이는, 오직 특정 자격 소지자로 구성된 전문 직업인의 노력에 따른 충실한 서비스와 직업 윤리 확보에 따라 가능할 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