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6 / 관행과 규정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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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6 / 관행과 규정의 충돌
  • 법률저널
  • 승인 2013.08.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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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서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구역 종전자산과 분양예정자산의 평가를 담당했었다. 사업시행인가고시를 기준시점으로 종전자산평가를, 관리처분계획인가고시일 전후를 기준시점으로 공동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의 분양예정자산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서를 납품하고 나서는 사업이 잘 굴러가겠거니 생각했건만 분양시장의 침체와 내부조합원간 이견이 불거지면서 차일피일 착공이 지연되는 것이었다. 결국 얼마 전 일부 용적률을 상향시켜 사업시행변경인가고시를 추진한 후 관리처분변경인가를 대기 중이란다. 10% 내외의 용적률 상향으로 분양수입은 좀 늘어날지 몰라도 사업비용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금융비용 3년분이 고스란히 가산 될 테니 사업성은 뒷걸음칠 공산이 크다.

 

분양예정자산에 대한 평가는 크게 임대주택, 근린생활시설 그리고 조합원에게 분양할 공동주택에 대한 것으로 대별된다. 임대주택은 국토교통부에서 고시하는 건축비와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대지부분의 가치를 합산하는 금액으로 지자체에 매각하므로 평가의 재량이 발휘되는 영역은 아니다. 아파트 구역 내 입지하게 될 근린생활시설은 인근 신규 상가의 분양가를 기준으로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한다. 평가 관행이 문제되는 부분은 조합원에게 분양할 공동주택의 평가다. 집합건물을 거래사례비교법이 아닌 원가의 배분 형태로 처리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의 관행은 이렇다. 정비 사업에 투여한 원가를 분석한다. 사업구역 내 기존 건축물과 토지는 이 사업을 위한 기회비용이므로 종전자산에 대한 평가액은 원가의 한 축을 차지한다. 여기에 새로 들어설 아파트(임대아파트 포함),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도급공사비가 원가 주요항목이 되며 조합운영비와 용역수수료, 세입자에 대한 영업 손실 보상금 등 역시 이 사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이 된다. 관리 처분 계획 인가 시점이면 대부분의 비용 집행이 완료되므로 원가는 상당부분 확정비용이고 이 중 조합 청산 시까지 집행될 조합운영비 등 미미한 부분만 추후 집행될 예상 비용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원가에 대한 분석이 마쳐지면 이 원가총액이 정비 사업으로 벌어들일 분양예정자산에 대한 분양수입 총액이 된다고 간주한다. 이 중 임대주택 매각수입과 근린생활시설 평가액을 공제하면 잔여분은 조합원에 대한 공동주택 매각수입으로 충당한다는 설정이다. 이렇다보니 공동주택에 대한 총 원가가 결정되면 이를 공동주택 각 호에 배분하는 작업이 뒤따른다. 평형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한 평형별 지수, 층과 호에 대한 효용을 분석한 위치지수 등의 분석을 거쳐 공동주택에 배분될 원가를 각 호에 알맞게 뿌려주는 과정이다. 인근 시장에서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분석해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배분할 원가 총액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작업을 평가서에 담고 있는 것이다.

 

주택재개발사업을 조합원들의 ‘자기들만의 잔치’로 규정한다면 이렇게 원가를 배분하는 작업이 마냥 이상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조합원 간 재산의 변환과정에 필요한 감정평가라면 ‘공정하고 적절한 배분’이 평가의 주안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하나의 ‘감정평가서’의 신분이라면 그 안에 담겨진 개개 자산에 대한 평가방법은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서정한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 동 규정 16조는 ‘감정평가업자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분소유권의 대상이 되는 건물부분과 그 대지사용권을 일괄하여 감정 평가하는 경우 등 제7조제2항에 따라 토지와 건물을 일괄하여 감정평가 할 때에는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하여야 한다.’ 고 정하고 있으므로 조합원에게 공급될 공동주택을 달리 평가하는 것은 규정 위반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조합원 간의 재산변환이라는 특수성과 공동주택에 대해 강제하는 평가방법을 조화시키기 위해 최소한 기준세대 만이라도 인근 정비사업 구역에서 분양계약 체결이 완료된 조합원 분양 아파트의 계약 사례를 하나의 거래사례로 포착하여 이와 비교하는 과정을 적시해야 한다. 기준세대 이외의 공동주택은 기준세대와의 효용 격차를 반영할 수 있는 효용지수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는바 결국 전체를 거래사례비교법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관행으로 치부해 별 문제 삼지 않았던 이런 부분은 외부 감독자의 눈에는 선명하게 드러난다. 지료를 적산법으로 평가하면서 토지에 대한 필요제경비를 별도 산정하지 않아왔던 관행을 지적한 감독기관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한다. 관행과 규정이 충돌하는 이런 애매한 부분은 예외 없이 규정에 부합하도록 평가 관행을 부단히 손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용훈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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